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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소동에도 불구하고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를 지지한다

ⓒhuffpost

<스타워즈> 역사상 이토록 극심한 진통 끝에 탄생한 영화는 없었다. 이건 거의 스캔들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촬영 종료 3주 전에 감독이 교체되었다. <엑소시스트: 더 비기닝>의 감독 교체 이후로 가장 큰 소동이었을 것이다. 아무리 납득할 만한 이유가 따라붙더라도 결코 좋은 징조는 아니었다.

필 로드크리스토퍼 밀러가 개봉일을 제외하고는 거의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는 DC의 플래시 영화를 떠나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이하 <한 솔로>)를 지휘하게 되었을 때 모두가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레고 무비> 때문이었다. 이 두 젊은 감독은 <레고 무비>에서 이미 한 솔로와 랜도 칼리지안 캐릭터를 다룬 바 있었다.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

한 솔로는 스타워즈 팬덤에 거의 절대적인 존재다. 당신은 루크 스카이워커가 찌질하다고 놀릴 수 있다. 당신은 레아 공주가 공주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놀릴 수 있다. 당신은 요다가 꼰대고 랜도가 우주에서 옷을 가장 못 입는다고 놀릴 수 있다. 당신은 심지어 오비완과 다스 베이더가 너무 느리다고 놀릴 수도 있다. 그러나 당신은 결코 한 솔로를 놀릴 수 없다. 스타워즈 팬 앞에서 한 솔로를 놀리는 건 싸우자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 한 솔로의 젊은 시절에 관한 독립적인 프랜차이즈 기획이 등장했을 때 모두가 동의한 단 한 가지 조건이 있었다면, 그건 이 영화가 흥겹고 웃겨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 솔로는 우주에서 제일 쿨하고 섹시하고 의리 있고 끝내주는 남자지만, 무엇보다 어딘가 좀 비어 있고 불평이 많으며 끊임없이 빈정거리는 캐릭터다. 진지하기 짝이 없는 오리지널 시리즈에서 관객은 한 솔로 덕분에 웃을 수 있었다. 그런 맥락에서 필 로드와 크리스토퍼 밀러라는 카드는 유일하고 명백한 최고의 선택지로 보였다. 필 로드와 크리스토퍼 밀러는 결국 하차했다. 제작사인 루카스 필름과의 “양립할 수 없는 견해차” 때문으로 알려졌다. 2012년 이후로 루카스 필름을 이끌고 있는 캐슬린 캐시디와 <스타워즈> 시리즈의 오랜 친구인 각본가 로렌스 캐스단이 결정을 내렸다.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

많은 기사와 억측이 쏟아졌다. 사실 절반 이상의 촬영이 완료된 시점에서 감독을 교체하는 건 모두에게 충격적이고 민망한 일이다.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너무 많은 즉흥 연기였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전통적으로 배우들의 즉흥 연기를 금지하기는커녕 오히려 장려하는 편이다. 그러나 제작사가 보기에 필 로드와 크리스토퍼 밀러는 선을 넘었다. 캐슬린 캐시디는 너무 많은 즉흥 연기로 인해 영화 전체가 말 그대로 거대한 농담처럼 보이는 걸 원하지 않았다. <22 점프 스트리트>와 <브루클린 나인나인>, <레고 무비>를 만든 사람들이 <한 솔로>를 만드는 건 좋은 일이다. 그러나 <한 솔로>를 <22 점프 스트리트>나 <브루클린 나인나인>, <레고 무비>처럼 만드는 건 다른 문제다.

상황을 수습할 적임자로 조 휴스턴과 로렌스 캐스단이 물망에 올랐다. 결국 론 하워드가 <한 솔로>를 맡았다. 론 하워드는 <스타워즈> 시리즈와 인연이 있다. 지금에야 <아폴로 13>이나 <뷰티풀 마인드>의 감독으로 기억되고 있지만 조지 루카스가 <스타워즈> 시리즈를 만들기 전 연출했던 출세작 <청춘 낙서>에서 해리슨 포드와 함께 주연배우로 참여한 바 있다. 그 자신이 <스타워즈> 시리즈의 열렬한 팬이며 <스타워즈 에피소드1: 보이지 않는 위험>을 연출하려다가 포기했던 전력도 있다. 론 하워드가 감독을 맡으면서 <한 솔로>는 <스타워즈> 시리즈 역사상 처음으로 오스카 감독상 수상자가 연출하는 <스타워즈> 영화가 되었다.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

할리우드에서 감독이 교체되는 일이 드문 건 아니다. 그런 일은 종종 일어난다. <에이리언3>를 통해 할리우드 데뷔한 데이비드 핀처도 새로 투입된 감독이었다. 대개의 경우 새로 투입된 감독은 기존에 촬영된 필름을 재편집해 제작사의 비전에 가까운 완성본을 만들어낸다. 추가 촬영을 통해 보완하는 정도로 일을 완수해낸다. 한편 아예 절반 이상을 재촬영해서 완전히 다른 영화를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다. 데이비드 핀처와 론 하워드는 후자였다. 론 하워드는 <한 솔로>의 80% 이상을 다시 촬영했다.

이 모든 소동과 갈등에도 불구하고, 론 하워드의 <한 솔로>는 성공적이다. <한 솔로>는 굉장히 즐겁고 흥겨우며 모험으로 가득 찬 영화다. 론 하워드가 완성한 <한 솔로>를 보고 있으면 <스타워즈> 시리즈의 근본이 언제나 SF도, 보혁 갈등도, 자식이 부모를 죽여야만 하는 그리스 비극도 아닌, 어디까지나 순수한 모험 활극이었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한 솔로>는 극장 앞으로 길게 늘어선 줄에서 앞서 보고 나오는 관객의 표정을 읽어가며 다섯 시간 넘게 기다리다가 마침내 영화관 자리에 앉아 ‘오래전 멀고 먼 은하계에서’라는 자막과 함께 터져나오는 존 윌리엄스의 스코어에 눈물을 펑펑 흘렸던 기억 속 오리지널 <스타워즈> 시리즈의 흥분과 재미를 느끼게 만드는 데 주력한다. 물론 <한 솔로>가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이하 <로그 원>)에 미치지 못한다고 느낄 수 있다. <한 솔로>에는 다스 베이더가 없기 때문이다. 다스 베이더가 무쌍을 펼치는 <로그 원>의 반칙 같은 마지막 시퀀스를 빼고 보자면, <한 솔로>는 <로그 원>보다 훨씬 더 즐거운 영화다.

영화는 <스타워즈 에피소드4: 새로운 희망>으로부터 10년 전의 이야기를 다룬다. 우주에서 제일 멋진 밀수꾼 한 솔로가 어떻게 ‘솔로’라는 성을 갖게 되었고, 츄바카와 랜도 칼리지안을 만나게 되었으며, 인류 역사상 가장 멋진 우주선 밀레니엄 팔콘을 손에 넣고, 다른 범죄자들과 제국군의 틈새 안에서 성장할 수 있었는가에 관해 이야기한다.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

불행히도 국내에선 <스타워즈> 시리즈에 관한 여론이 좋지 않다. 디즈니가 루카스 필름을 인수한 이후 새롭게 만들어진 지난 두편의 시리즈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사람들이 많다. <스타워즈> 시리즈가 현재 미국문화를 휩쓸고 있는 PC(정치적 올바름) 강박 때문에 변질되었으며 조지 루카스가 그립고 지난 두편은 최악의 시리즈였다고 입을 모은다.

나는 한 솔로를 죽였다는 매우 중대한 결함과 밀레니엄 팔콘의 안테나가 기존의 원형에서 사각형으로 교체되었다는 사소한 디테일을 제외하고는 새로운 시리즈에 아무런 불만이 없다. <스타워즈>는 여전히 기존에 시리즈를 만들었던 사람들을 주축으로 루카스 필름이 제작하고 있으며 판매와 유통만 디즈니가 한다. 말이야 바른말이지 조지 루카스는 조금 더 빨리 은퇴했어야 했다. 나는 지난 두편이 <스타워즈> 시리즈에 충분히 어울리는 속편인 동시에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보다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가 훨씬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

정치적 올바름을 향한 강박을 논하기 이전에 <스타워즈> 시리즈는 언제나 다양성에 관한 한 당대 가장 열려 있는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 인종을 배려한 캐스팅 때문에 사실 없어도 되는 캐릭터가 주요 배역을 연기했다는 지적은 수긍할 만하지만, 그 또한 영화의 완성도에 결정적인 손해를 끼쳤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

정치적 올바름에 관한 강박을 두고 피로도를 느끼는 한편 그로 인해 발생하는 국내외의 온갖 괴상한 소동들에 대해 ‘그걸 불편해하는 네가 더 불편하다’며 짜증스러워하는 사람들에 대해선 충분히 공감한다. 아마 이 문제는 향후 오랜 기간 정치, 사회, 문화 방면에서 벌어질 사건들의 가장 주요한 원인이 될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스타워즈> 시리즈가 그 분풀이 대상이 되는 걸 지켜보는 일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점에서 곤혹스럽다. <스타워즈>가 변질되었다고 말하지만 사실상 <스타워즈>는 거의 달라진 게 없다. 새 시리즈는 오리지널 삼부작을 가장 효과적인 방식으로 변형해 되풀이하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데 성공하는 중이다.

오리지널 시리즈는 구세주 서사를 활용한 모험 활극이었고, 오리지널 프리퀄 시리즈는 로마 공화정의 흥망사를 변형시킨 정치극이자 제다이 원로회과 아나킨 스카이워커의 대립을 중심으로 한 세대 갈등의 장이었으며, 새로운 시리즈는 서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의 해묵은 분쟁을 뚫고 젊은 세대가 어떻게 스스로를 구제해나가는지에 관한 이야기다. <한 솔로>는 새롭게 확장되어가고 있는 <스타워즈>의 우주가 앞으로도 오랫동안 관객을 즐겁게 해주리라는 증거와도 같다. 여러분이 이 끝내주는 영화를 충분히 즐겁게 감상할 수 있기를.

* 씨네 21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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