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잔 5000원 시대, 스타벅스 커피의 원가를 뜯어봤다(분석)

스타벅스를 시작으로 줄줄이 오르는 커피값.
세계 원두 가격 상승으로 스타벅스, 할리스, 커피빈 등 주요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줄줄이 음료 가격을 올리고 있다.
스타벅스
세계 원두 가격 상승으로 스타벅스, 할리스, 커피빈 등 주요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줄줄이 음료 가격을 올리고 있다.

‘커피값 5000원’ 시대가 열렸다. 업계 1위 스타벅스를 시작으로 할리스와 투썸플레이스, 커피빈 등 주요 커피 프랜차이즈가 지난달 연이어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톨(기본) 사이즈 가격이 4500원, 벤티(대용량) 사이즈는 5500원에 달한다. 일부 스페셜 음료 가격은 6000원을 훌쩍 넘어, 이제 커피 한잔이 한 끼 식사 값이 돼버렸다.

‘커피 한잔에 5000원이 적정한 가격인가’라는 질문이 뒤따른다. 이에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들은 최근 원두값 급등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고, 가격을 올려도 판매 마진이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국내 최대 프랜차이즈 업체 스타벅스 재무제표와 업계 설명 등을 종합해 커피 한잔의 원가를 추산해 봤다.

숫자로 보는 커피·커피 시장
한겨레
숫자로 보는 커피·커피 시장

커피 한잔당 원두 원가 500원…마진 650원

커피 한 잔 가격을 음료 가격대의 중간값인 5000원으로 보면, 스타벅스 커피 한잔을 만들고 판매하는데 들어간 원·부재료 값은 1000원으로 추산된다. 2020년 스타벅스 재무제표 상 비용 항목 총합인 1조7640억원에서 텀블러 등 상품 제조·판매 비용분을 뺀 순수 음료 제품 제조와 판매·관리에 들어간 비용은 약 1조2600억이다. 이 가운데 음료 제조를 위한 원재료비는 2900억원(23%)이고 이를 커피 한잔당으로 환산하면 1000원이 된다. 원재료비에는 원두값과 각종 첨가물, 일회용품 비용 등이 포함됐다. 업계에선 소모품비를 제외하면 커피 한잔의 원두 원가는 500원 수준으로 본다.

비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건 인건비였다. 스타벅스가 한해 커피 제품 판매를 위해 지출한 종업원 관련 비용은 4300억원으로 총비용의 34%에 달했다. 매장 파트너 1만9천명을 비롯한 본사 직원 300명의 급여 및 복리후생비, 퇴직급여 등이 포함된 수치다. 즉 커피 한잔 원가에 1500원의 인건비가 포함됐다는 계산이 나온다. 스타벅스는 키오스크(무인 단말기)나 음료 진동벨을 사용하지 않고 직원이 직접 주문을 받는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많은 인력을 운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매장 임대료 및 시설 감가상각비 비중도 컸다. 음료 제품 관련 판매관리비 중 임차료와 감가상각비 항목 비용은 3200억원(25%)에 달했다. 전국 1630개 직영 매장을 운영하기 위해 지출한 임차료 비용이 약 2000억원으로 1개 매장당 연평균 1억원 이상의 임대료가 나갔다. 스타벅스 대다수 매장은 역 주변이나 번화가에 위치해 임대료가 높은 편이다. 커피 한 잔 원가로 환산한 임차료 관련 비용은 1100원으로 환산된다.

이밖에 지급수수료·세금 및 기타비용은 2200억원(18%)이 지출됐다. 커피 한잔 원가로 봤을 때 세금 관련 비용은 750원이다. 결론적으로 5000원짜리 커피 한잔의 원가는 4350원이고, 커피 한잔당 650원의 마진이 남는 꼴이다.

지난해 이상 기후 여파로 국제 아라비카 원두 가격이 급등한 상황을 고려하면, 원두 원가가 800원대로 오르면서 커피 한잔당 마진은 300원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 스타벅스가 지난달 아메리카노 가격을 400원 인상하면서 “원두값 등 원부재료 가격 인상분을 반영한 것”이라고 강조한 것과 맥락이 같다. 스타벅스는 미국 본사가 직접 로스팅한 커피 원두를 전 세계 매장에 공급하는 시스템이어서 일반 원두보다 공급가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벅스는 “1년 전에 비해 본사의 원두 공급가격이 1.5~2배가량 높아졌고, 다른 부수 비용도 올라 커피 한잔을 팔아도 큰 마진이 남지 않는 구조”라는 입장이다.

저가 커피점들도 “원두값 인상 부담…커피값 인상 고민”

1000~2000원대 저가 커피점은 어떻게 유지될 수 있을까? 업계에선 대형 프랜차이즈와 비교해 저렴한 임대료·인건비 지출이 생존 배경이라고 설명한다.

저렴한 원두 가격 등 낮은 커피 원가는 저가 커피점을 돌아가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지난해 초만 해도 대중적인 품질의 원두 1㎏을 2만원에 구매해 50잔의 커피를 내릴 경우, 커피 한잔 원두 원가는 400원 정도였다. 하지만 지난해 원두값 급등으로 1㎏ 기준 원두 가격이 5000원 이상 올랐고, 커피 한잔당 원두 원가도 500원을 넘어섰다.

비교적 저렴한 상권에서 적은 인력으로 매장을 운영하는 것도 저가 커피점이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키오스크를 설치해 인건비 줄이고 임대료를 낮춰 마진율을 높이는 방법이 활용된다. 개인 커피점 운영자들은 임대료와 인건비를 최대한 줄일 경우 2000원짜리 커피를 팔아도 최대 300원까지 마진을 남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년 전과 비교해 원두값뿐만 아니라 우유, 설탕, 인건비 등이 모두 올라 마진이 크게 줄면서 저가 커피점들 경영에 치명타가 되고 있다.

이에 저가 커피점들도 가격 인상 여부를 고민 중이다.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편의점 원두커피와의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물가 인상 등 여건을 고려하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저가 커피 전문점인 매머드커피의 경우, 최근 일부 커피 품목을 200∼300원씩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한국 커피 시장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019년 말 발표한 ‘커피 산업 트렌드 보고서’를 보면, 국내 커피산업 규모는 2016년 5조9000억원에서 2023년 8조6000억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2018년 한해 국내 성인들은 353잔의 커피를 마신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전 세계 성인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 132잔의 2.7배에 이른다. 커피업계는 한국인의 필수 음료가 된 커피가 다른 식음료 가격 인상률과 비교해 인상 폭이 크지 않아 소비자들의 반발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