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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린이 도혜민] 어쩌다가 (여자가) 풋살을 하게 됐느냐고?

풋살(실내 축구) 입문기

풋린이 도혜민|퇴근 후엔 풋살을 하고 출근해선 풋살을 씁니다. 둘 다 좋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은 풋살을 한 지도 5개월에 접어들었다. 풋살이 너무나도 재밌어 만나는 사람마다 ‘풋살 진짜 한 번 해봐’를 주문처럼 외고 사는데 그럴 때마다 꼭 듣는 질문이 있다. “어떻게 하다 풋살을 하게 됐어?” 사실은 여기에 단어 하나가 빠졌다. 모두가 어떻게 ‘여자가’ 풋살을 하게 되었는지를 몹시 궁금해한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질문이 어쩜 이렇게 똑같을 수 있을까. 그도 그럴 것이 풋살에 죽고 살게 된 나도 이전에는 풋살을 한다는 여자 사람을 듣도 본 적도 없다.

나의 등 번호는 6번이다. 의미는 없고 남는 번호 중에 골랐다. 김병지축구클럽과도 아무 연관 없다.
나의 등 번호는 6번이다. 의미는 없고 남는 번호 중에 골랐다. 김병지축구클럽과도 아무 연관 없다. ⓒ도혜민

때는 2020년1월, 틈만 나면 삼겹살에 소주 마실 궁리만 하던 내가 술이 지겨워져버렸다. 너무 마셨던 것이지. 아무튼 그러던 차에 동네 친구들이 집 근처에 실내 풋살장이 있는데 ‘공 한 번 찰래?’라고 제안을 했고, 나는 고민 않고 오케이 했다. 사실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운동장에서 남자 친구들이랑 공을 차고 놀았다. 엄마 말에 따르면 엄마가 꽤 비싸게 주고 산 핑크색 원피스를 입혀 학교에 보내놨더니 엄마의 기대와는 달리 나는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참, 풋살과 축구는 조금 다르다. 풋살은 풋볼(축구)과 살롱(실내)의 합성어다. 한마디로 실내 축구다. 경기는 5 대 5로 진행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야외 풋살장이 훨씬 많고, 인원은 그때그때 되는 대로 맞춘다. 국룰이다.

풋살공의 농구공화. 2020.1.22
풋살공의 농구공화. 2020.1.22 ⓒ도혜민

실내 풋살장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아담했는데 초록색 인조 잔디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이때 나는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 몇 장은 뽑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풋살공을 농구공처럼 바닥에 탕탕 치대면서 초딩 도혜민을 소환했다. 

남녀를 섞어 팀을 짜고 곧바로 풋살 경기를 시작했다. ‘헐! 이게 뭐람! 완전 재밌잖아!’ 요령도 기술도 없이 공만 따라다니면서 발을 갖다 댔을 뿐인데 내 속에는 희열이 들끓어 차올랐다. 그런데 진짜 힘들었다. 한 3분 정도 뛰었던 것 같은데 뱉는 숨은 감당이 안 됐다. 몸뚱이가 나의 풋살 열정을 담아낼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았던 것이다.

자료사진.
자료사진. ⓒmaster1305 via Getty Images

그러나 나는 풋살을 해본 적 없는 여자 사람치고는 꽤 공을 차는 편이었다. 옆에서 ‘오~’를 외쳐주니 체력이고 나발이고 나는 무념무상으로 풋살장을 신나게 뛰어다녔다. 그날 밤 나는 온몸에 쥐가 났다. 뻐근한 종아리를 부여잡으며 남은 한 손으로는 스마트폰으로 여자 풋살을 검색했다. 히죽히죽 거리면서 말이다. 그렇게 나는 풋살에 입문하였고, 모 여자 풋살 클럽에 들어갔다.

코로나19가 크게 터지면서 풋살 수업을 계획대로 듣지는 못했지만 그동안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카카오톡 대화 목록에서 풋살 단톡방이 어느새 상단을 차지했다. 여기서 풋살 번개도 잡고, 어느 브랜드 풋살화가 좋은지를 놓고 격한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하루 종일 풋살 얘기만 한다.

6월의 어느날. 오후1시 뙤약볕을 상대로 분투 중인 FC FOREVER 멤버들.
6월의 어느날. 오후1시 뙤약볕을 상대로 분투 중인 FC FOREVER 멤버들. ⓒFC FOREVER

그리고 또 하나. 풋살을 함께 하는 소중한 친구들이 생겼다. 고3부터 33살까지 풋살을 좋아하는 여자 사람 12명이 모였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같이 공을 차자”는 바람을 담아 ‘FC FOREVER’라고 이름 붙였다. (뽀레버 창단기는 꼭 들려드리고 싶다.)

한 번은 멤버들에게 ”‘어떻게 하다가 풋살을 하게 됐어?‘라는 질문을 너무 많이 받지 않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아니나다를까 다들 똑같은 경험이 있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은 비슷했다. ”그냥”이 전부. 그렇다. 우리는 어쩌다 풋살을 하게 되었지만 그것은 ‘운명’이었다. 그냥 풋살을 할 팔자였던 것이다. 

앞으로 ‘풋린이 도혜민’은 하면 할수록 즐거운 풋살의 참맛을 허프포스트코리아 독자 여러분과 나누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가끔은 실점을 하며 속이 쓰리기도 하겠지만, 골문을 다 함께 뒤흔드는 그 날까지 풋린이의 드리블은 계속된다. 풋린이가 골맛 본 순간을 공유하며 오늘은 게임 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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