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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배우는 드라마에서 커밍아웃한 후 실제 삶에서도 커밍아웃했다

1991년생 스페인의 스타 배우 하비에르 칼보의 이야기

ⓒCarlos Pina for HuffPost

Photo by Carlos Pina

[마드리드=허프포스트 스페인]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는 건 매우 개인적인 일 같지만, 때로 매우 공개적으로 일어나기도 한다.

스페인 배우 하비에르 칼보는 수백만 명이 지켜보는 TV 드라마를 찍으며 스스로를 발견했다.

칼보는 15살 때 TV 드라마 ‘피시카 오 키미카’(Fisica O Quimica·물리학 or 화학)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되었다. 그가 성소수자를 연기한 이 드라마는 스페인에서 크게 성공했고, 당시의 십대 LGBTQI들에게 매우 상징적인 드라마가 되었다. 

칼보가 연기한 주인공의 이름은 ‘페르’였다. 페르가 자기의 섹슈얼리티를 발견해가며, 칼보 본인도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깨달았다. 칼보는 자신의 출세작인 이 드라마를 두고 “여러가지 면에서 나를 일깨웠다. 페르의 변화는 곧 나의 변화였다”고 말한다.

28살인 칼보는 약혼했다. 상대는 배우 하비에르 암브로시다. 두 사람은 함께 패션 브랜드 ASIF를 운영한다. ASIF의 노란 스웨터를 입은 그를 마드리드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칼보는 인생 철학을 팔에 타투로 새겼다. ‘로 하에모스 이 야 베모스’(Lo hacemos y ya vemos), 즉 ‘하면 보인다’는 뜻이다. 의역하면 ‘해버리자’, ‘하자’라고도 할 수 있다.

 

사무실에서 칼보는 쉬지 않고 움직이며 담배에 불을 붙이고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냈다. 오후 9시 30분이었지만 업무는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사무실 한쪽에서는 한 무리의 팀이 ‘나의 에이전트 파키타 살라스’의 세 번째 시즌을 작업하고 있었다. 칼보가 역시 암브로시와 함께 제작한 드라마 시리즈다. 운 없는 연예인 매니저가 주인공인 코미디 드라마로 2016년 웹드라마로 제작한 후 크게 성공해 현재 넷플릭스에서 서비스 중이다. 한국에서도 물론 볼 수 있다. (링크)

 

암브로시와의 만남은 칼보의 개인적인 삶도, 직업 영역의 삶도 행로를 바꿔놓았다. 암브로시를 만난후 칼보는 부모님에게 커밍아웃했고, 암브로시와 함께 프로듀서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해 뮤지컬 ‘라 야마다’(La Llamada)를 만들었다. 2013년 선보인 이 뮤지컬은 80만 장 이상의 티켓 판매를 기록했고 브로드웨이 월드상을 수상했다. 영화화되어 스페인의 아카데미상이라 할 고야상에서 5개 부문에 후보로 오르기도 했다.

‘라 야마다’는 2018년 스페인에서 두 번째로 중요하게 평가받는 영화상인 페로스상 작품상을 탔다. 칼보는 수상 소감을 LGBTQ 어린이와 십대들에게 헌정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혹시 지금 지켜보는 분들 중에 두렵고, 길을 잃은 기분이 들고, 앞으로 사랑받지 못할 것 같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그들은 사랑받을 것이고, 자기 자리를 찾을 것이고, 꿈을 이룰 것이고, 암브로시와 내가 그들에게 계속해서 영감을 줄 이야기를 써나가리라는 걸 알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칼보는 자신의 스타덤에서 가장 의미있는 부분이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유명세와 전파력을 이용해 사회를 보다 공정하고 평등하고 관용적인 곳으로 만드는 것이다.

스페인은 전세계에서 가장 LGBTQ 친화적인 나라 중 하나로 알려져있다. 이미 14년 전인 2005년 동성 커플의 결혼과 입양을 법적으로 보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칼보는 다른 나라의 성소수자 셀러브리티들이 말하듯, 어린 시절 롤모델이 많지 않았다고 말한다. 칼보 자신은 롤모델이 되기에 완벽한 사람이지만, 그 역할을 선뜻 맡으려 하지는 않는다.

“롤모델이란 실수를 하면 안 되는 사람이다. 하지만 나는 실수를 많이 저지른다. 나는 계속 배우고 있으니까. 나는 나와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줄 것뿐이다.”

 

*허프포스트코리아가 허프 국제 에디션들과 함께 진행한 프라이드의 달 프로젝트 ‘프라이드를 외치다 Proud Out Loud’의 첫 번째, 스페인편 인터뷰입니다. 다른 인터뷰들은 여기에서 더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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