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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만장자 지갑 노리나…우주정거장 관광이 12년 만에 재개된다

1인당 하루 숙박비만 약 4천만원이다.

  • 이인혜
  • 입력 2021.05.18 15:51
  • 수정 2021.05.18 15:52
오는 12월 재개되는 민간인 우주정거장 관광의 첫 손님이 된 일본인 기업가 마에자와 유사쿠. 스페이스 어드벤처스 제공
오는 12월 재개되는 민간인 우주정거장 관광의 첫 손님이 된 일본인 기업가 마에자와 유사쿠. 스페이스 어드벤처스 제공 ⓒ한겨레/ 스페이스 어드벤처스 제공

 

또 하나의 우주 경연장이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펼쳐진다. 미국과 러시아가 잇따라 민간인 우주정거장 관광 계획을 발표했다. 두 나라의 신경전을 반영하듯 여행 일정 사이의 간격이 한 달에 불과하다.

러시아 연방우주국(로스코모스)과 미국의 우주관광기업 ‘스페이스 어드벤처스‘는 최근 일본인 억만장자 기업가 마에자와 유사쿠가 영화제작자 히라노 요조를 동반해 12월8일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러시아의 ‘소유스 MS-20’ 우주선을 타고 12일 일정으로 우주정거장을 향해 출발한다고 밝혔다. 마에자와는 2009년부터 중단됐다 12년만에 재개되는 민간인 우주정거장 관광의 첫 손님이 된다.

 

스페이스 어드벤처스는 이들이 이미 의료 검진을 통과했으며, 6월부터 모스크바 외곽에 있는 유리가가린우주비행사훈련센터에서 3개월간 훈련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들의 우주정거장 여정에는 러시아 우주비행사 알렉산드르 미수르킨이 조종사로 동행한다.

마에자와는 이미 2018년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엑스와 2023년 달 궤도 관광을 하기로 계약한 바 있다. 스페이스 어드벤처스에 따르면 마에자와는 그에 앞서 `우주에서 지내는 것이 어떨지 궁금해′ 이번 여행을 계획했다. 그는 우주여행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찍어 유튜브를 통해 공개할 계획이다. 마에자와는 온라인 쇼핑몰 조조 창업자로 이번 여행이 성사되면 국제우주정거장의 첫 일본인 우주관광객이 된다.

내년 1월 우주정거장을 방문하는 미국의 민간 우주관광팀 이단 스티브, 마이클 로페즈-알레그리아(사령관), 마크 패시, 래리 코너(왼쪽부터).
내년 1월 우주정거장을 방문하는 미국의 민간 우주관광팀 이단 스티브, 마이클 로페즈-알레그리아(사령관), 마크 패시, 래리 코너(왼쪽부터). ⓒ한겨레/ 액시엄 스페이스 제공


민간 유인 우주선이 관광 재개 길 터

앞서 미국의 또다른 우주관광업체 액시엄 스페이스도 이르면 2022년 1월 국제우주정거장에 민간인으로 구성된 여행팀을 보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스페이스엑스의 유인 우주선 크루드래건을 타고 간다. 이는 2019년 미국 항공우주국(나사)이 우주정거장을 한 해 두번씩 민간인한테 개방한다는 방침을 밝힌 이후 첫 프로그램이다.

액시엄 스페이스는 이번 여행이 자사의 첫 민간인 우주여행 프로그램이라는 뜻에서 `액스-원’(Ax-1)이란 이름을 붙였다. 첫 민간 우주관광팀은 4명으로 이뤄져 있으며, 3명은 순수 민간 관광객이다. 오하이오주 부동산투자회사 고위임원 래리 코너, 캐나다 투자회사 최고경영자 마크 패시, 이스라엘 공군전투기 조종사 출신 사업가 이탄 스티브 세사람이 주인공이다. 코너와 스티브는 올해 나이가 각각 71세, 63세로 역대 둘째, 셋째로 나이가 많은 우주인이 된다. 사령관을 맡을 마이클 로페즈-알레그리아 액시엄스페이스 부사장은 나사 우주비행사 출신이다.

이들은 이달 중순부터 기초 훈련을 시작해 10월부터는 휴스턴우주센터에서 본격적인 비행 훈련에 들어간다. 이들의 우주정거장 관광 여정은 왕복 2일을 포함해 총 10일이다. 방문기간 중 나사 등의 의뢰를 받아 일부 과학 실험도 진행한다.

2001년 민간인으로선 처음으로 국제우주정거장을 방문한 데니스 티토(왼쪽).
2001년 민간인으로선 처음으로 국제우주정거장을 방문한 데니스 티토(왼쪽). ⓒ한겨레/ 스페이스 어드벤처스 제공


민간인 관광을 재개하는 또다른 속사정

민간인의 우주정거장 관광은 스페이스 어드벤처스가 2001년부터 2009년까지 진행한 바 있다. 이 기간중 7명이 7~12일씩 8차례(한 사람은 2번) 우주정거장을 다녀왔다. 스페이스 어드벤처스가 추진한 민간인 우주여행은 모두 러시아의 소유스 우주선을 이용해 진행했다. 그러나 2011년 미국이 우주왕복선 운행 중단을 결정한 이후 민간인 우주관광도 중단됐다. 미국이 소유스 우주선을 사용하면서 민간인들에겐 이용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민간인 우주정거장 관광이 재개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이 9년만에 자국 유인 우주선(스페이스엑스의 크루드래건)을 이용할 수 있게 돼 우주정거장에 갈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만성적인 예산 부족을 호소하는 나사가 관광 수입을 통해 해마다 40억달러가 들어가는 우주정거장 운영비용 부담을 덜어보려는 의도도 있다. 나사라는 큰 고객을 잃게 된 러시아도 수익 만회를 위해 민간인 고객 확보에 서둘러 나섰다.

국제우주정거장의 전망창 큐폴라에서 한 우주비행사가 지구를 내려다보고 있다.
국제우주정거장의 전망창 큐폴라에서 한 우주비행사가 지구를 내려다보고 있다. ⓒ한겨레/ 스페이스 어드벤처스 제공


“부대비용만 총 1천만달러 넘어”

나사의 이런 속사정을 반영하듯 우주정거장이 민간에 개방되면서 요금이 크게 올라갔다.

2001년 민간인 최초로 우주관광을 한 미국의 사업가 데니스 티토는 당시 소유즈 우주선 보유국인 러시아쪽에 2천만달러를 여행비용으로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액시엄 스페이스 관광팀은 나사에 기본 왕복 여행요금으로 1인당 5500만달러(615억원)를 지불한다. 억만장자가 아니고선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그러나 이것말고도 추가로 내야 하는 비용이 만만찮다.

나사는 2019년 민간 개방 방침 발표 당시 생명 유지 및 화장실 비용으로 1만1250달러, 식비 등 다른 보급품 비용으로 2만2500달러 등을 합쳐 1인당 하루 숙박비 3만5000달러(약 4천만원)를 제시했다.

이번에 수정한 비용 명세표에는 새로운 항목들이 대거 추가됐다. 나사는 우선 관광객들을 도와줄 우주비행사 도우미 비용으로 1인당 520만달러, 방문 프로그램 계획을 포함한 기본 서비스 비용으로 총 480만달러를 추가했다. 또 화물 운송비로 1인당 하루 8만8천~16만4천달러, 승무원 용품 비용으로 1인당 하루 40~1500달러, 식사비로 1인당 하루 2천달러를 책정했다.

이에 따라 부대비용이 껑충 뛰었다. 우주뉴스 전문 미디어 ‘스페이스뉴스’는 “이전 방침에선 4인이 1주간 우주정거장에 머물 경우 부대비용(짐칸, 데이터, 전기 요금 제외)이 총 94만5천달러였는데, 새 방침을 적용할 경우 식사, 화물, 용품 비용을 최저로 잡아도 250만달러가 넘어 총 추가비용이 1천만달러에 이른다”고 전했다.

나사는 비용을 올린 것에 대해 ”국제우주정거장의 기본 수용 능력을 넘어서는 나사 자원을 투입하는 것에 대해 전액 변제받는다는 방침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첫 여행에는 새 비용 지침을 적용하지는 않는다고 나사는 밝혔다. 러시아가 책정한 민간인 우주관광 비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한겨레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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