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소수정당 4곳이 모여 만든 비례연합정당 ‘더불어시민당’이 구체화되면서 민주당 권리당원들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17일 민주당이 이름마저 생소한 소수정당과 손을 잡자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실리도 명분도 모두 잃었다” “차라리 비례연합정당을 안 하는 게 낫다”는 성토가 이어졌다.

민주당 당원들의 가장 큰 우려는 비례연합정당 구성원들의 ‘검증 문제’였다. 더불어시민당의 근간이 된 플랫폼 정당 ‘시민을 위하여’는 개싸움국민운동본부(개국본)가 주축이 된 정당이다. 최근 경찰은 개국본의 이종원 대표와 김남국 고문 변호사를 기부금품법 위반과 사기 혐의로 수사 중이다. 민주당 당원들은 “우리 당을 공격하기 아주 좋은 소재가 될 것” “더이상 논란이 커지기 전에 개국본은 손절하시기 바란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미성년자 성추행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는 권기재 가자환경당 대표도 큰 걱정거리다. 한 당원은 게시판에 “다른 일도 아니고 미성년자 성추행 논란이 있는 사람을 어떻게 대표 자리에 앉히냐. 벌써 민주당 전체에 대한 온갖 조롱과 혐오가 눈에 선하다”고 썼다.

짧은 시일 내에 원외 소수정당에서 후보를 추려야 하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검증 미비’로 인한 리스크를 떠안게 될 가능성이 크다 보니 당내에서는 “차라리 비례연합 포기를 선언하라”는 반응도 나온다.

민주당이 비례연합정당을 ‘주도’하는 모습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내는 당원들도 있다. 한 당원은 “(민주당이) 다른 소수정당과 동등하게 단 한표만을 가지고 협상하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아 실망했다”고 썼다. 민주당이 ‘주도권’을 위해 함세웅 신부 등 민주화운동 원로가 중심인 정치개혁연합이 아닌 ‘시민을 위하여’와 손을 잡은 것을 꼬집은 것이다.

한 당원은 민주당이 민중당의 비례연합정당 참여에 선을 그은 것과 관련해 “(민주당은) 민중당을 정말 빨갱이라고 생각하는 거냐. 박근혜 정권의 최대 피해자를 민주당이 걷어차는 것”이라며 “애초에 위성정당을 만든다고 하지 왜 명분 찾고 핑계 대면서 사실은 민주당이 주도하느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민주당 지지자의 표로 다른 당의 의석을 보장하는 비례연합정당의 원리 자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많다. 한 당원은 “비례연합정당은 민주당 지지자들이 죽 쒀서 남 주는 것”이라며 “듣도 보도 못한 당들 당선시켜주려고 연합당에 참여하느냐”고 비판했다. 다른 당원도 “도대체 내가 왜 녹색당·민생당·최배근(시민을 위하여 공동대표) 등이 의석 가져가는 데 힘을 실어야 하냐”며 “그냥 민주당이 비례대표 정당 만들면 끝날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