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세고 멋진 언니가 되고 싶어 | 코로나 사태 장기화에 몸 건강만큼 마음 건강의 중요성을 여실히 깨닫는 요즘, 4탄은 누구보다 튼튼한 ‘마음근육’을 자랑하는 언니, 솔비(권지안) 인터뷰입니다.
“굉장히 가슴 아픈 일이에요. 여전히 악플에 시달리는 친구들이 많은데, 연예인도 ‘하나의 사람’으로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언니’와 통화한 날은 배우 오인혜가 사망한 지 사흘째 되는 날이었다. 설리, 구하라 사망 1주기가 다가올 즈음 닥친 배우 오인혜의 죽음까지. 언니의 목소리에는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연이은 비보에 그는 “여자연예인들을 향한 도덕적 잣대가 특히 가혹하다고 느낀다”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
대중은 변덕스럽고, 악플러는 너무 많다. 인기가 있는 만큼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이유로 스타들은 종종 지나친 도덕성을 요구받는다. 젊은 여성일수록 더 그렇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성적인 평가와 비난이 속절없이 날아든다.
솔직하고 당찬 이미지로 주목받은 언니 역시 각종 악플과 루머에 시달린 적이 있다. 마음의 병을 앓던 언니는 지난 2010년, 미술을 시작했다. 2012년에는 본명 ‘권지안’으로 첫 개인전도 열었다. 미술은 그에게 삶의 위안이자 치료제가 되었다. 이제는 국내 유명작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아티스트로 자리 잡은 솔비(권지안·36)씨 얘기다. 지난 16일, 전화 인터뷰로 ‘솔비 언니’를 만났다.
어느새 9년째, SNS ‘비밀우체통’으로 해온 고민상담
언니가 9년째 계속해온 특별한 캠페인부터 얘기해보자. 매년 ‘세계자살예방의 날(9월 10일)’마다 SNS에 개설하는 ‘비밀우체통‘ 활동이다. 이날만큼은 언니의 인스타그램은 ‘우체통’이 된다. 시간은 정오부터 오후 6시까지. 고민의 종류는 상관없다. 언니는 모든 고민을 실시간으로 읽고 공감과 조언을 전한다. 미술로 치유받으면서 어둠의 터널을 빠져나온 경험이 단단한 심리적 토양이 되었다. “힘든 시기를 견디는 분들께 우체통 같은 역할을 하며 위로를 전하고 싶었어요”
첫해 ‘비밀우체통’에 접수된 고민상담은 수백 통 정도였으나, 해마다 조금씩 늘어 올해는 무려 2000건을 넘었다. 매년 쏟아지는 사연이 벅차진 않을까. 언니는 고개를 저었다. “힘든 고민을 털어놓은 분들이 나중에 좋은 소식을 전해주실 땐 그렇게 기쁠 수가 없어요. 뿌듯하기도 하고요.” 들어보니 가슴이 뭉클해지는 사연도 많았다.
“불임인 여성분이었어요. 7년 동안 아기가 안 생겨서 많이 힘들어하셨는데, ‘비밀우체통’에 사연을 털어놓고 1년 뒤에 아기가 생겼다면서 얼마나 좋아하셨는지 몰라요. 태명도 ‘솔비’로 지었다고 하셔서 오히려 제가 더 감사했어요.”
“취업을 못한 자신이 ‘잉여인간’ 같다며 힘들어 한 친구도 있었어요. 그 친구가 올해 ‘취업에 성공했다’며 메시지를 보내왔어요. 좋은 소식을 들으니 저도 정말 힘이 나더라고요.”
어쩌다 이렇게 뜻깊은 일을 하게 됐을까. 시작은 누군가가 건넨 말 한마디였다. “한창 방황할 때, 아는 언니가 그러더라고요. ‘솔비야, 이건 너답지 않아. 너답게 살아’라고요. 그때는 그 말이 되게 마음에 와 닿고 위로가 됐어요. 나답게 사는 게 뭘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민하면서 저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을 하나둘 찾았죠. 미술도 그중 하나였고요. 제 경험을 나누면서 힘든 시기를 보내는 분들께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코로나로 얼룩진 2020년, 취업 및 경제적 고민 유독 많아
올해 ‘비밀우체통’에는 유독 고민상담이 쏟아졌다. 코로나19 영향도 있지 않을까. 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코로나 때문에 취업이 더 어려워졌다는 고민, 생업을 이어가지 못해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고민이 많았어요. 사회적 거리두기 하느라 외출을 못하다 보니 육아 스트레스가 심하고 답답하다는 메시지도 많이 받았어요.”
“고민을 보내온 이들 가운데 젊은 여성 비율이 높았다”는 언니의 말에 최근 발표된 통계가 떠올랐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심리적 불안과 우울감, 이른바 ‘코로나 블루’를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여성’이 취약하다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