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2021년 04월 06일 08시 27분 KST

"현실 반영해 신선, 턱스크는 NO" : 열 체크하고 마스크 사러 약국 가고…코로나19는 드라마 장면까지 바꾸고 있다

“바질과 치즈는 사회적 거리두기 중인가 봐요. 토마토는 자가격리 중?” - tvN '빈센조' 대사

프로그램 갈무리
. 파티 입장 전 열 체크하는 모습.


조폭 양아치 박석도(김영웅)파들이 금가프라자를 허물러 갔더니 입구에서 시끌벅적한 파티가 벌어지고 있다. 이탈리아 대사까지 와 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박석도의 오른팔 전수남(이남)이 최대한 사나운 표정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경호원이 막아선다. “왜 이래?” “열 체크하셔야 입장이 가능합니다.” 아…. 전수남은 얌전히 체온계에 이마를 갖다 댄다. 통과! <티브이엔>(tvN)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빈센조> 3회에 나온 장면이다.

코로나19 사태는 티브이 제작 시스템을 바꿔놓았다. 예능·음악 프로 현장에서 관객이 사라졌고, 비대면 참여가 일반화됐다. 진행자·출연자 사이에 차단막이 세워졌다. 반면 드라마는 코로나19 사태를 모른 척해왔다. 한 드라마 작가는 5일 <한겨레>에 “드라마는 현실을 담아야 한다지만, 세상도 팍팍한데 드라마까지 답답한 현실을 담는다면 시청자들은 괴로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드라마에도 코로나가 스며들고 있다.

<빈센조> 7회에서는 코로나 상황이 이야기의 흐름을 바꾸기도 한다. 박석도파에 맞서려고 금가프라자로 가던 한 무리가 중간에 계획을 포기한다. 왜? “무리 중 한명에게 1차 접촉자라는 전화가 걸려와 모두 보건소로 갔기” 때문이다. 3회에서 빈센조(송중기)는 맛없는 피자를 코로나 상황에 빗대 표현한다. “바질과 치즈는 사회적 거리두기 중인가 봐요. 토마토는 자가격리 중?”

지난달 13일 시작한 <오케이 광자매>(한국방송2)는 생활밀착형 주말드라마답게 코로나 시국의 일상을 현실적으로 반영했다. 등장인물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국내 드라마 중 지금 상황을 이렇게까지 직접적으로 표현한 작품은 처음이다. 이진서 피디는 “의도적으로 코로나19 상황을 반영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프로그램 갈무리
. 시민들이 마스크를 사려고 약국 앞에서 줄을 선 모습.

 

1회 약국에서 마스크를 사려고 길게 줄을 선 모습이나 “마스크가 없다” “그렇다면 어디서 사야 하느냐”며 발을 동동 구르는 장면 등 1년 전 상황도 담았다. 집에 찾아온 아빠(윤주상)에게 “마스크도 안 쓰고 다니면 어떡하느냐”고 화부터 내고, 퇴근한 남편에게 손세정제부터 뿌리는 맏딸 광남(홍은희)의 모습도 지금 우리와 다르지 않다. 극 중 둘째 광식(전혜빈)이 일하는 관공서에서 모두 마스크를 쓰고 일하는 장면, 지하철에서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앉아 있는 모습 등은 여느 드라마에서는 보지 못한 장면이다. 2회 어머니의 장례식 장면은 살짝 놀랍기까지 하다. 딸들이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통곡한다. 이런 장면이 드라마에선 낯설지만, 현실에선 익숙하다는 점이 사뭇 슬프다.

프로그램 갈무리
. 가족들이 어머니 장례식장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오열하는 모습. 프로그램 갈무리

 

배우들은 연기하기가 더 어렵다. 표정으로 감정을 드러내야 하는데, 마스크로 얼굴 절반을 가려야 하기 때문이다. 홍은희는 5일 <한겨레>에 “마스크를 쓰고 연기를 하는 게 처음이라 많이 낯설고 얼굴을 반 이상 가린 상태에서 감정을 표현해야 하니 고민이 많았다. 눈빛 연구를 많이 했다. 거울을 보면서 눈으로 짓는 표정을 다양하게 시도하며 여러 감정을 표현하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대사가 마스크를 뚫고 잘 전달되도록 발성 등에도 신경썼다고 한다.

이를 두고 “현실을 반영한 드라마가 처음이라서 신선하게 느껴진다”는 시청자 반응이 나온다. 반면 <오케이 광자매>에서 대사 전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배우들이 ‘턱스크’를 하고 나오는 장면이 많은 걸 두고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을 거면 아예 쓸 필요가 없는 것 같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본 드라마 <리모러브>, 미국 드라마 <올 라이즈> 등 국외에서는 코로나 세계관을 다룬 드라마들이 일찌감치 등장한 데 반해 국내에선 아직 본격적으로 코로나를 소재로 한 드라마는 없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사태로 대학 생활이 엉망이 된 20학번들의 일상을 소재로 한 국내 드라마가 기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비비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