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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를 탈 때마다 머리카락 1개씩 바닥에 뿌려 '증거'를 남긴다" 내 행동을 이해 못 하는 남성에게 하고 싶은 말

단순히 여성 VS 남성의 문제가 아니다.

저자 로이스 올리비아
저자 로이스 올리비아 ⓒLois Olivia / Twitter

택시를 탈 때마다 안전을 위해 머리카락을 남기는 행동에 여자는 ”좋은 생각이다”, 남자는 ”대체 왜?”라고 묻는다

정확히 언제부터 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항상 택시를 탈 때마다 안전을 위해 바닦에 몰래 내 DNA를 확인할 수 있는 머리카락을 하나씩 놓는다. 위험한 사건에 휘말릴 경우 ‘증거물’을 남기기 위해서다. 이런 사실을 글로 올리자 대부분의 여성은 ”좋은 생각이다”라고 반응하는 반면 남성의 반응은 한결같이 ”왜?”였다. 이런 반응의 차이는 평등의 문제다. 택시를 탈 때마다 알 수 없는 불안감과 불편을 느낀다. 혼자 택시를 타거나 밤에 탈 때는 더 그렇다. 

남자친구가 내게 성희롱과 안전에 위험을 느낀 적이 있냐고 물었을 때 이런 행동을 말했다. 그런데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그를 보고 얼마나 남녀가 안전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른지 깨달았다. 남자인 그는 이런 행동을 할 이유가 애초에 없으니 이해를 못 하는 것도 이해한다. 

″남친인 벤에게 항상 머리카락 하나씩을 택시 바닥에 놓는다고 말했다. 만약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증거가 될 거라고.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정말 여자로서 당연한 건데, 남자의 반응을 보니까 안전에 대한 불균형이 바로 느껴졌다.”

ㅡ저자가 트위터에 올린 글 

대부분의 여성은 ”와 진짜 똑똑하다. 나도 저렇게 할래”, ”정말 좋은 생각이야”, ”나도 머리카락을 택시에 항상 놓곤 해!!! 나처럼 하는 사람이 또 있을 줄 몰랐어” 등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택시
택시 ⓒReinhard Krull / EyeEm via Getty Images

여성은 일상에서도 항상 불편한 두려움을 느낀다

여성은 항상 잠재적인 두려움을 안고 살아간다. 그냥 습관처럼 안전에 항상 주의한다. 학교나 직장을 가거나, 바에 놀러 가거나, 택시를 타는 일상에서도 항상 사라지지 않는 불편한 두려움이 늘 따라다니기 마련이다.

나처럼 머리카락을 남기거나, 손가락 사이에 항상 방어구로 열쇠 등을 간직하거나, 친구들에게 항상 위치 공유를 하는 등 여성마다 자신만의 방법이 있을 거다. ‘안전 주의’는 여자에게 너무나 당연하며 위험한 상황이 항상 생길 수 있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다. 물론 모든 택시 기사가 위험하지 않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내 행동이 지나치다고 생각하는 많은 남자들은 이 사실을 지적하지만, 아무리 작은 위험도 간과할 수 없다.  

 

자료사진
자료사진 ⓒGoodLifeStudio via Getty Images

안전에 신경 쓰는 여자를 보고 ‘오버한다’라고 치부하지 말자

한 연구에 따르면 영국 여성의 97%가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남자는 여자들이 얼마나 다양한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방어 행동이 우스워 보일 수도 있다. 대부분의 여성은 위험한 상황을 경험하거나 주위에 그런 사례를 흔히 겪지만 남성에게는 다른 세상 일인 경우가 많다. 

이제 남성도 이런 여성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남성이 사회에서 안전이라는 측면에서 더 많은 특권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사회도 변할 수 있다. 밤길을 걸을 때 여성과 남성이 같은 길을 걷게 되면, 먼저 남성이 떨어져서 걷거나, 다른 남성 때문에 불편한 상황에 놓인 여성이 있다면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 

안전에 신경쓰는 여자를 보고 ‘오버한다‘라고 치부해 버리는 남성은 여성 폭력을 대하는 사회의 태도를 여실히 보여준다. 만연한 여성혐오와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에 주의 기울이고 예방책을 토론하는 대신, 트집만 잡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우리가 하는 방어 행동이 ‘의미 없다‘라거나 ‘불필요하다‘, 또는 ‘비합리적이다’라고 섣불리 결론을 내리고 아무 대안도 내놓지 않는 경우다.

비판의 대상을 잘못 잡으면 성별 갈등을 부추기기만 한다. ”모든 남자가 그렇진 않아”란 말만 계속하면 진짜 일어나는 사건에는 눈을 감아버리는 꼴이다. 단순하게 여성 VS 남성의 문제가 아니다. 남성이 일상에서 누리는 특권을 인지하고, 그동안의 행동을 돌아 보고, 다음 세대의 여성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택시를 타고 마음껏 밤에도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사회를 바꾸는 데 남녀 모두 함께 앞장서야 한다. 

 

 

 

 

*저자 로이스 올리비아는 프리랜서 기자이자 학생이다. 그의 공식 트위터에서 더 많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허프포스트 영국판에 실린 독자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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