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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위해 휴업하는 자영업자들의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수입은 전혀 없는데, 임대료는 월 1000만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되고 있는 30일 서울 명동의 한 상점에 휴업안내가 붙어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되고 있는 30일 서울 명동의 한 상점에 휴업안내가 붙어있다.   ⓒ뉴스1

“코로나 방역을 위해 가게를 잠시 닫는 게 좋겠다 싶다가도, 수입을 생각하면 마음이 답답해져요.”

인천 부평구에서 작은 ‘포차’를 운영하는 ㄱ씨는 30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준3단계’가 시행된다는 소식을 들은 뒤 깊은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방역당국이 수도권 음식점 등의 매장 내 식사를 밤 9시까지로 제한했는데, ㄱ씨가 운영하는 포차는 가게 특성상 평소 밤 9시께부터 손님이 몰린다. 그렇다고 쉽사리 ‘임시 휴업’을 결정할 수도 없다. 코로나19 재확산 이후 눈덩이처럼 불어난 손해를 조금이라도 만회하려면 문을 닫아서는 안 된다.

 

자영업자 직격탄 

정부가 30일부터 9월6일까지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에 준하는 수준으로 강화하면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이 곳곳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안전을 위한 조처라는 점을 이해”하지만 “아무런 보호망 없이 내던져진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외식업계는 매장 운영이 밤 9시까지 제한되지만, 학원·헬스장 등은 사실상 영업이 전면 중단됐다. 서울 강남구에서 무용학원을 운영해온 ㄴ씨는 “학원은 대면 수업만 금지됐지만 예체능 특성상 온라인 비대면 수업도 어려워 개원 20년 만에 처음으로 휴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 8월이 대입 실기시험을 앞두고 있어 가장 바쁜 시기지만, 지금은 수입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월 1천만원에 달하는 임대료만 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 관악구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ㄷ씨도 당분간 문을 닫게 됐다. 지난 3월에 이어 두번째다. 그는 “방역당국의 발표를 보면서 피가 마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며 “그냥 버틴다는 마음으로 생계를 해결하고 있다”고 전했다. 

19일 오후 서울 명동거리의 한 매장에 임시휴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19일 오후 서울 명동거리의 한 매장에 임시휴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아르바이트 노동자들도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대학교 4학년 학생 진아무개(24)씨는 생활비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던 학원에서 일주일간 무급휴직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는 “갑자기 20만원가량 월수입이 줄어든 점도 당황스럽지만 이 상황이 장기화하는 것이 가장 두렵다”고 말했다.

 

무급휴직·사직 강요도 이어지고 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도 “거리두기 수준이 강화되면서 무급휴직·사직을 강요받았다”는 제보가 잇따라 들어오고 있다. 30일 이 단체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회사에 진정·고소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서명을 요구받았다”, “서명을 거부해도 회사는 정부 명령이기 때문에 무조건 무급휴직이라고 한다” 등의 호소가 접수됐다.

이날부터 수도권 어린이집들이 휴원에 들어가면서 맞벌이 부부들의 육아 고민도 깊어졌다. 6살 아들을 키우는 박아무개(34)씨는 “업무 특성상 재택근무를 하기도, 돌봄휴가를 신청하기도 어려워 어린이집 긴급보육 서비스를 이용할 예정이지만 혹여나 아이들이 몰려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까 불안하다”고 털어놓았다.

일각에선 확실한 방역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전면 상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취약계층이 마주할 타격과 시민들의 심리적 안정을 고려했을 때, 3단계 상향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예방의학)는 “방역뿐 아니라 빈곤·우울 등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것 역시 정책의 중요한 역할”이라며 “감염 경로나 검사 의무 이행 여부를 보다 철저하게 조사하는 등 거리두기 단계를 상향하지 않고도 방역 효과를 높이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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