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2020년 10월 27일 16시 31분 KST

[덕후적 참견 시점] 에프엑스(FX) 해체를 기억하는 팬으로서 SM 신인 걸그룹 에스파 데뷔가 마냥 기쁘지 않다

5년 전 오늘, 걸그룹 에프엑스의 마지막 정규 앨범이 나왔다

뉴스1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걸그룹 에프엑스

‘덕후‘란 한 가지 분야에 깊이 빠진 사람입니다. 덕후가 지나간 발자취는 그 자체로 하나의 콘텐츠가 됩니다. 모든 덕후는 편파적이지만 열정적이며 비판적인 동시에 포용적입니다. 허프포스트코리아는 세상의 모든 ‘덕질‘이 존중받아야 한다고 믿으며 ‘덕후적 참견 시점(덕.참.시)’ 코너를 시작합니다.

 

K-POP(케이팝)의 세계화를 선두에서 이끈 SM엔터테인먼트가 내달 신인 걸그룹 에스파(aespa)를 출격시킨다. 2014년 걸그룹 레드벨벳 데뷔 이후 무려 6년 만이다. SM은 에스파 정식 데뷔를 앞두고 발 빠르게 공식 유튜브 및 SNS 채널을 오픈, 27일 첫 번째 멤버의 티저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슴덕(SM 아티스트를 좋아하는 팬을 지칭하는 말)’으로서 SM의 최근 행보가 마냥 달갑지 않다. 하필 오늘이어야 했는지 미움마저 생긴다. 오늘은 슴덕에게 걸그룹 Fx(에프엑스)의 마지막 정규 앨범이 발매된 날로 오롯이 기억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앨범 이후 에프엑스에 대한 SM의 대우를 생각하면 이번 에스파 데뷔를 마냥 기뻐할 수는 없다.

SM엔터테인먼트
에스엑스의 정규 4집 '4walls' 앨범 커버

여전히 플레이리스트 상단에 있는 ‘4walls’

2015년 10월27일, SM은 에프엑스의 정규 4집 ‘4walls’를 발매했다. 지금 들어도 세련된 사운드와 앨범 콘셉트, 무대 의상, 스타일, 안무 등 뭐하나 빠지지 않은 SM표 음악의 결정체였다. ‘4walls’는 음악방송 1위는 물론 그해 걸그룹 초동(발매 첫 주 판매량) 1위를 기록하는 등 대중성과 음악성 모두를 사로잡았다.

그때만 해도 이게 에프엑스의 마지막 활동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2014년 설리의 탈퇴 이후 4인조로 재편한 에프엑스는 4집 앨범 발매 직후 데뷔 7년 만에 단독 콘서트를 열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에스엑스 멤버들은 자신들의 첫 번째(이자 마지막이 된) 콘서트에서 팬클럽 이름이 ‘미유(me you)’로 정해졌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알리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미유가 되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에프엑스는 팬클럽 이름만 남긴 채 실제 팬클럽이 만들어지지 않았고, 공식 커뮤니티 채널이나 공식 응원봉도 없었다. 에프엑스는 같은 소속사 후배 걸그룹인 레드벨벳이 본격 인기를 얻기 시작하고 뒤이어 NCT까지 등장하면서 철저히 ‘수납’됐고, 이후 제대로 된 컴백 한번 없이 지난해 멤버들의 계약 종료와 함께 해체되고 말았다.

SM, 에스파로 명성 되찾을까

소녀시대와 에프엑스가 활발히 활동하던 시기, SM은 국내 엔터테인먼트 부동의 원톱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빅히트-JYP-YG보다 시가총액이 뒤처진다. 감히 넘볼 수 없던 ‘SM 타운’의 옛 명성을 생각하면 초라하다고 할 것이다.

그래선지 SM은 이번 신인 걸그룹 데뷔에 총력을 집중하는 듯하다. 사실상 회사의 유일한 걸그룹이던 레드벨벳이 지난해 웬디 부상에 이어 최근 아이린 인성 논란까지 겹치면서 새로운 모멘텀이 필요한 타이밍이다. 최근 에스파 합류가 유력시되는 연습생 유지민 뒷말 논란에 이례적으로 법적 대응 소식을 전한 것을 보면 SM이 이번 신인 걸그룹에 얼마나 진심인지도 잘 알겠다.

신인 걸그룹 에스파의 성공적 데뷔에 이견을 다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언제나 들을 만한 음악과 볼만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SM A&R팀이 뒤에서 든든히 바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작만 요란하고 그 결말이 에프엑스와 같은 ‘수납’이라면 멘탈 부서질 걱정 없이 마음 놓고 팬질을 할 수 있을까.

전성기가 유달리 짧은 것이 아이돌의 숙명이라지만 에프엑스는 SM이 그렇게 끝내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아티스트였다. 에스파 데뷔와 함께 벌써 레드벨벳 활동이 저만치 밀려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부터 든다. SM의 높으신 의사결정자들이 ‘그런 Money 저런 Power 그것만 따라가지’ 말고 잘나가는 보이그룹 절반만큼만 걸그룹 매니지먼트에 진심이기를 바라본다.

김임수 에디터: imsu.kim@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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