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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에게 "행복을 찾아 떠나라"고 했던 노소영은 재판에서 왜 말을 바꿨을까

법조계에선 두 가지 가능성이 유력하게 제기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60)과 이혼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59)이 이혼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뒤집고 ‘최 회장이 돌아온다면 가정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선 노 관장이 최 회장과 가정을 유지하고 싶다고 마음을 바꿨거나, 향후 재산분할시 최대한 유리한 입장에 서겠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8일 노 관장 측은 뉴스1을 통해 7일 열린 이혼소송 변론기일에서 ”최 회장이 가정으로 돌아온다면 모든 소송을 취하하겠다. 혼외자녀도 가족으로 받아들이겠지만 (내연 관계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과의 관계는 정리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는 노 관장의 기존 입장과 정반대다. 그는 지난해 12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정을 지키려고 했지만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며 ”이젠 남편이 원하는 행복을 찾아가게 하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최태원/노소영.
최태원/노소영. ⓒ뉴스1

이전까지 노 관장이 법정에서 했던 말은 외부로 전해진 적이 없었다. 그런데 언론에 밝힌 그의 첫 메시지가 기존과 정반대로 달라진 입장이고, 그게 ‘가정을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이혼소송에서의 비공개 진술은 보통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개인의 사생활이 노출되는 우려가 있고, 법관에게 예단을 심어줄 수 있어서다. 그런데도 이를 언론에 밝혔다는 건 뭔가 명확한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법조계에선 두 가지 가능성이 유력하게 제기된다. 첫째는 이혼을 결심했지만 정말로 최 회장과 가정을 지속하겠다고 마음을 바꿨을 경우다.

실제로 이혼 과정에서 입장을 바꾸는 경우는 꽤 빈번하다. 이혼소송 전문인 A변호사는 ”제가 맡은 사건 중에서도 이혼하기로 하고 소송을 진행하던 중 자녀문제, 경제적 여건, 주변의 시선 등 여러가지 이유로 소를 취하하는 경우가 체감상 30% 정도는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라면 노 관장이 여론전에 나섰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노 관장은 혼외자까지 가족으로 품겠다고 할 정도로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희생했는데, 최 회장은 너무한다’는 여론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굳이 언론에 공개했다는 점에서 최 회장 입장에선 악화된 여론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최 회장 측은 노 관장의 발언이 보도된 이후 ”자신도 이혼 의사가 있으면서 언론에는 가정을 지키겠다는 뜻을 밝히는 것은 여론전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두번째 가능성은 ‘가정을 회복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법원에 전달해 재산분할 과정에서 유리한 입장에 서겠다는 의도다. 노 관장은 이혼한다면 최 회장이 보유한 SK㈜의 지분 18.29%(1297만5472주) 중 42.29%를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10일 종가 기준 9822억원에 해당한다.

일반적인 이혼 사건에선 최 회장과 노 관장 같이 혼인기간이 30여년이나 지났다면 특유재산이라도 5:5나 6:4 정도로 분할한다. 하지만 기업의 경영활동이나 대주주 지분 상속과 관련됐다면 혼인 전에 취득한 특유재산은 분할 대상에서 제외하는 경우가 많다. 재산을 불리는 데 있어 ‘내조’로 도움을 준 건 맞지만, 기업 경영으로 인한 재산 형성에 절반 가까이나 되는 기여를 했다고 보진 않는다는 얘기다.

지난 1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혼소송에서 확정 판결을 받은 임우재 전 삼성전기 상임고문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임 전 고문은 이 사장의 재산 1조2000억원을 분할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법원은 전체의 1.1%인 141억원만 인정했다. 이 사장의 재산 대부분을 결혼 전에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특유재산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만 법조계에선 1988년에 결혼한 노 관장은 임 전 고문의 사례와 다를 수도 있다고 본다. 30년 가까운 오랜 기간 동안 가정을 지키기 위해 애썼다면, 기업 경영과 관련된 최 회장의 특유재산이라 하더라도 분할 비율이 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혼이 불가피해 보여 어쩔 수 없이 하겠지만, 최 회장만 다시 돌아온다면 가정을 유지하겠다’는 노 관장의 메시지는 이를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A 변호사는 ”기업 경영에 참여했는지 여부가 전부는 아니다”며 ”노 관장의 경우 결혼 기간이 상당히 길고 가정을 지키려고 애썼던 점을 법원이 고려한다면, (노 관장이 주장하는) 42%까진 아니라도 20% 정도의 재산 분할까지도 인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렇게 노 관장이 최대한 가정을 지키려 했지만 유책 배우자의 거부로 ‘이혼을 당하는’ 점을 강조하는 것도 재산분할에서 유리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현재 대법원은 최 회장처럼 혼인 파탄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배우자의 의사에 반해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유책주의‘를 1965년 이후 50년 넘게 고수하고 있다. 이 유책주의를 뒷받침하는 논리 중 하나가 한국에는 ‘축출 이혼’에 대한 보호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외도를 한 남편이 경제적 능력이 없는 아내를 쫓아내는 수단으로 이혼을 악용하는 축출 이혼이라는 점을 부각하는 건 더 많은 재산 분할을 위한 전략일 수 있다.

A 변호사는 ”‘가정으로 돌아온다면 소송을 취하하겠다’는 말은 실제 이혼 여부가 최 회장에게 달려있다고 말하는 것”이라며 ”자신의 의사와 다른 일방적인 이혼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혹시 최 회장이 마음을 바꿔 가정으로 돌아온다면 노 관장 입장에선 이혼소송을 통한 재산 분할보다 더 많은 재산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인 재산 상속의 경우 배우자 상속분은 자녀보다 1.5배 많다. 현재 자녀가 셋이기에 노 관장은 최 회장의 재산 중 33.3%를 상속할 수 있다. 혼외자가 추가돼 자녀 4명과 상속을 받는다고 해도 27.3%다. 어느 쪽이든 현재 노 관장이 이혼으로 분할받을 수 있는 재산보다 많다는 평가다.

최 회장 측은 이런 노 관장의 대응에 대해 부당한 여론전을 펴고 있다는 입장이다. 최 회장 측 법률대리인은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맞소송을 낸 점에 비춰볼 때 실제로는 노 관장도 이혼 의사가 확고하다”며 ”하지만 언론에는 가정을 지키려고 하는 것처럼 말하는 건 대중의 감성을 이용한 여론전일 뿐, 진정성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최 회장 측은 또 ”노 관장이 동거인과의 사이에서 난 자녀도 받아들이겠다는 건 법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맞지 않는 이야기”라며 ”당사자인 자녀에 대한 배려는 조금도 없는 전근대적인 사고”라고 비판했다.

지난 7일 변론에서 재판부는 재산분할과 관련한 심리를 진행하기 위해 양측에 재산 목록을 밝히라는 재산명시 명령을 내렸다. 다음달 26일 예정된 변론기일에선 이에 대한 양측의 의견이 나올 전망이다. 지난 7일 사회적 거리두기 차원에서 재판에 불출석한 최 회장 측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최대한 출석해 직접 소명할 부분은 소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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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최태원 #SK #노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