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쯤이었다. 엄마가 운전하는 파란 도요타 자동차 뒷좌석에 타고 있었다. 승객석에 앉은 할머니는 동료 딸이 ”드디어′ 결혼한다며 수다를 떨었다.
할머니는 ”그 집 부모는 딸이 결혼을 못할까 봐 걱정 태산이었거든.”이라고 말했다.
그 순간 ”그 여성의 나이는 대체 몇 살일까?” 하는 질문을 떠올렸던 기억이 난다. 그 주인공의 지금 나이는 아마 60대 내지는 70대일 거다.
그런데 최근에 만난 할머니가 내 29.5세 얼굴을 뚫어지게 보면서 아주 건조하게 ”네 결혼식 보려고 아직도 살아있는 거야”라고 말하는 거였다. 그때의 그 여성이 아마 지금의 나보다 더 젊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는 나를 만날 때마다 ”너는 너무나 예뻐... 그런데 왜 남자를 못 찾는지 이해가 안 되는구나.”라고 말한다. 몇 년 전 할머니를 패션위크에 모시고 간 적이 있다. 나네트 레포르 쇼 맨 앞자리에 앉혀드렸더니 자랑스럽다는 미소로 보답하셨다.
며칠 후 할머니에게 물었다. 친구들에게 패션위크 간 것을 이야기했느냐고. ”물론이지. 모두 좋았겠다고 말하더구나. 그러다 네게 왜 아직도 남자친구가 없는지 모두 이해가 안 된다고 덧붙이는 거야.”
할머니의 개념 없는 세계관과 성공에 대한 진부한 고정관념. 이 두 가지는 사랑과 자아에 대한 내 의식에 무의식적으로라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할머니는 내 외모와 애인 관계 그리고 - 대놓고 말은 하지 않지만 - 이 두 가지의 연관성에 대한 관심이 매우 크다.
그리고 아주 솔직히 말하자면, 나 자신도 내 외모 때문에 괜찮은 애인 관계를 맺지 못하는 건가 하는 의문을 가진 적이 많다. 너무 못생겼나, 너무 뚱뚱한가, 사랑받기에 너무 부족한 건가, 등의 의문 말이다.
이런 내 생각을 상담가에게 공유한다. 그러면 그녀는 (약간 어처구니없다는 말투로) 내게 상기시켜준다. 즉, 사람들은 다양한 외모를 가졌고 그런 사람들 모두 깊은 관계를 잘 맺고 산다는 사실. 이 말을 처음 듣는 순간 ‘날 못생겼다고 평가한 거네’라는 생각을 한 기억이 난다. 내가 왜 심리상담을 받는 지 아마 이해가 가는 대목일 거다.
상담가는 어려서 아빠를 잃은 트라우마에 대한 말도 들먹인다. 본보기로 삼을 남성이 내 삶에 많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녀는 또 내가 내 몸을 수용하기 시작한 시점도 얼마 안 됐다고 일러준다. 다른 사람과 가까워지는 걸 상상하기 이전에 우선 나를 챙겨야 한다는 사실과 함께 말이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그게 아니다. 나는 내가 싱글이란 사실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걸 말하고 싶다. 사실 나와 비슷한 많은 싱글에게는 - 그러니까 나와 비슷한 나이에 페이스북 피드로 사람을 만나고 절친과 짝꿍 티셔츠를 입고 찍은 사진을 올리고 자신의 젠더를 공유하는 사람들 - 파트너를 찾는 게 욕망의 시작이자 끝이 아니다. 자신만의 시간표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시간표를 자유롭게 지키는 게 우리에게는 더 중요하다.
그렇다고 가장 좋아하는 도일&도일 결혼반지 끼는 내 모습을 상상하지 않는다거나 어떤 웨딩드레스가 더 잘 어울릴까를 고민하지 않는다는 소리는 아니다. 또 TV를 함께 볼 사람이 있다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하고 남의 결혼식 피로연에서 슬로댄스가 나올 때마다 어색한 느낌을 느끼며 더 규칙적인 성생활을 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건 그런 생각은 그 순간뿐이다. 순전히 내 의지인지 아니면 자란 환경에 의해 떠오르는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시간과 함께 사라지는 것들이다.
내 주변에는 일반적인 삶을 따르지 않는 나를 이해 못 하겠다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그게 뭔지 묻고 싶다. 잘 자라서 서른이 되기 전에 좋은 사람(어떤 기준인지는 모르겠지만) 만나 결혼하고 할 수 없이 서로를 영원히 인내하는 그런 삶?
때로는 나도 나 자신이 이상하다. 사람들은 ‘사람 사귀는 건 정말로 힘들어!‘라고 말한다.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정말로 정말로 힘들’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혼식 들러리 서느라 신용카드 빚더미에 앉은 당사자에게 물어보면 금방 확인 할 수 있다.
내가 자유롭고 여유로운 태도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가 있다. 준비됐을 때 필요한 일이나 사건이 생긴다는 운명적인 믿음 때문이다(독자도 나와 같은 생각일까?). 관계를 통해서든 다른 방법으로든 각자의 행복 시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남과 비슷하게 살아본 적이 없는 나다. 그러니 내 러브스토리도 비슷할 리 없다.
*허프포스트US의 글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