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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40살에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는 사실이 기쁘다

삶에서 내가 마땅히 있어야 할 곳에 다다르지 못하고 있다는 기분이었다. 물론 괜찮은 직장, 훌륭한 친구들, 내 집이 있었다. 하지만, 왜 대출금을 나 혼자 갚고 있는 거지?

  • 박수진
  • 입력 2019.05.28 19:04
  • 수정 2019.05.28 19:05
2013년 남미 여행은 싱글로 사는 '괴로움'을 잊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2013년 남미 여행은 싱글로 사는 '괴로움'을 잊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PHOTO COURTESY OF JENNY STALLARD
ⓒhuffpost

17년 동안 싱글이었다고 말하면 드라마 이야기를 하는 건가 싶겠지만, 사실이다.

대학교 때 사귀던 남자친구와 1999년 헤어진 후 2016년이 되기까지 나는 연애를 하지 않았다. 중간에 3개월 정도 시간 낭비를 했고, 몇 년 동안 내 이상형이라고 생각했던 사람과 잘 해보려 했던 일은 있었지만 말이다. ‘우리는 사귀는 중이야’라고 말하는 정식 연애를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2016년 9월이 되어서야 나는 지금의 파트너를 만났다.

나는 20대와 30대 내내 거의 언제나 싱글이었다. 20대 때는 싱글이란 게 별로 아무렇지도 않았다. 나는 곧 누군가를 만날 거라고 늘 믿고 있었고, 잡지사에서 일하며 커리어를 쌓았고 즐겁게 지냈다. 2000년대에 미디어에서 일하면 놀 기회도 많았고 공짜로 얻는 것도 많았다. 친구들과 나는 이런저런 론칭 파티들을 돌아다니고 룸메이트로 함께 살며, 바쁘고 행복한 생활에 짬을 내서 런던 마라톤에 참가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친구들이 하나씩 짝을 찾아갔고, ‘나만 뒤에 남겨졌다’는 느낌이 마음 속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30세가 다가오고 내 옆을 지키는 사람없이 또 한번의 여름 결혼식에 참석하게 되자, 나는 앞으로 아무도 만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친구들,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많았다. 휴가를 함께 갈 사람, 스키를 타러 갈 사람, 저녁을 함께 먹을 사람은 충분했다. 하지만 친구들이 아기를 낳고 담보 대출을 받게 되면서, 우리는 토요일 밤 진탕 마시고 일요일 낮 늦게 일어나 또 와인을 마시며 전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는 일은 점차 사라졌다.

당시 한 친구는 “잘못된 짝을 만나느니 혼자 있겠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솔직히 마음 깊은 곳에서는 나는 아무 짝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내가 싱글인 것이 창피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실패한 사람 같았다. 내 연애 문제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친구들을 웃기곤 했지만, 한바탕 웃는 저녁식사 자리가 끝나고 나면 나는 공허하고 외로운 미래가 보인다는 생각에 절망감을 느끼고 흐느끼곤 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돌아보면 나는 내가 30대 때 싱글이었다는 게 기쁘다. 나는 실연을 경험했고, 혼자 여행하는 법도 배웠다. 혼자 살 아파트를 구입했고, 남아공에서 3달이나 지내는 일도 가능했다.

그런 경험들이 좋았음에도 당시 나는 삶에서 내가 마땅히 있어야 할 곳에 다다르지 못하고 있다는 기분이었다. 물론 괜찮은 직장, 훌륭한 친구들, 내 집이 있었다. 하지만, 왜 대출금을 나 혼자 갚고 있는 거지?

나와 함께 있어줄, 나와의 관계에 헌신해줄 사람을 간절히 원했다. 절박했던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지금 생각하면 내게 맞지 않는 남성들과 시간을 보내곤 했다. 솔직히 마음 깊은 곳에서는 그때도 그런 만남이 맞지 않는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말이다. 내가 2년 동안 만났다 말았다 하던 사람이 있었는데, 가끔 전화하거나 만났던 그는 내가 공주라도 된 듯 느끼게 만들었다가 사라져 버리는 일을 반복하는 사람이었다.

난 늘 데이트를 했다. 일주일에 두세 번씩 할 때도 있었다. 데이팅 앱을 훑어보고, 소개팅을 하고, 스피드 데이팅(단체 미팅 이벤트)도 시도해봤다. 온갖 방법을 다 써보았다. 나는 데이트할 때마다 상대 남성을 테스트했다. 저 남성이 나를 ‘구해줄’ 사람일까?

나는 심지어 나와 잘 맞지 않을 게 너무나 뻔한 남성들과도 데이트했다. 나는 아웃도어 활동은 조깅을 가끔 하는 정도가 전부고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인데, TV를 보지 않는 암벽 등반가 같은 사람들을 만났다. 계속 만나다 보면 ‘언젠가는 사랑이 나를 덥석 잡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싱글이라는 사실이 나를 갉아먹었다. 속을 곪게 했다. 내 뱃속에 분노에 둘러싸인 큰 종양이 생겼다. 내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에 ‘실격’했다는 게 분했다. 내 주위 사람들은 다들 연애를 시작하거나 키워나가고 있었다. 자기혐오와 질투로 만들어진 이 괴물은 그들을 보며 점점 커져갔다. 영화를 볼 때조차 자기 짝을 만나는 캐릭터들을 보면 묘한 부러움과 분노가 느껴졌다.

내 친구가 연인과 헤어진 후 다른 남성을 만났을 때, 나는 친구에게 ‘싱글 줄’을 새치기했다고 화가 나서 한참 따져댔다. 지금은 내가 그렇게 행동했다는 게 너무나 부끄럽다. 하지만 쓰라림이 그 무엇보다 컸다. 친구들이 남편이나 남자친구 때문에 문제를 겪을 때 공감하기가 힘들었다. 그런 사람들이 그냥 있는 것만으로 행운 아니야? 약혼이나 아기와 관련된 포스팅에 ‘좋아요’를 도저히 누를 수 없어서 페이스북을 1년 동안 끊었을 정도였다. 내가 아기를 원했던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그랬다. 삶을 함께 할 사람은 원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내가 37세가 되었던 2015년 4월, 나는 이런 감정들에 대처하기 위해 심리치료를 받기로 했다. ‘데이트 더 잘하기’라는 하루짜리 워크숍에 참석했는데, 그 코스를 진행했던 상담사는 내가 보기에 이 문제에 정통한 사람 같았다. 나는 그녀에게 혹시 나를 클라이언트로 받아주겠느냐고 물었고, 상의 끝에 그녀는 나를 받기로 했다.

나는 상담이 금세 효과를 나타내길 기대했다. 내 기분에 대해 4~6번 정도 이야기하면 보다 긍정적이 되고 내 삶의 다른 것에 집중하게 될 줄 알았다.

물론 상담을 해본 사람은 그렇지 않다는 걸 안다. 첫 몇 번의 상담 세션에서는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곤 “난 화가 나요” 뿐이었다. 울며 말할 때가 많았다. 부정적 성향이 너무 강했기 때문에, 이제 와서 생각하면 남성들이 나를 만났을 때 거리를 두려한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한번은 상담사가 내 친구들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말을 했다. 내가 아무도 만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의 관계에 정착하는 것이 내 ‘길’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그 말은 내게 큰 전환점이 되었다.

나는 그날 밤 집에 가서 그 생각이 낳은 불안감에 소리를 질러댔다. 소리를 지른 뒤에는 평화가 찾아왔다. 내가 영원히 싱글일 수도 있음을 받아들이고 나자, 나는 내 자신을 위한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 생각의 전환이 있은 후 한 첫 번째 프로젝트는 주방 리모델링이었다.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난 것은 리모델링이 절반쯤 진행되었을 때였다.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데이트를 하러 갔다.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있었고, 데이트는 잠시 다른 곳으로 주의를 돌릴 수 있는 즐거운 일이었다. 마침내 데이트는 내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니게 되었다. 그리고 보통 그러듯, 그날 우리는 서로에게 끌렸다.

세 번째 데이트 때 그는 내게 “난 우리가 함께 했으면 좋겠어.”라고 말했다. 엄청난 힘을 가진 말이었다. 수많은 가스라이팅을 겪고, 아무 생각없이 데이팅 앱을 훑어왔던 내 앞에 나를 원하고 나를 원한다고 말할 준비가 되어있는 남성이 나타났다. 날 가지고 놀거나 게임을 하려 하지 않는 사람, 내 친구들을 만나고 함께 미래를 계획하고 싶어하는 사람.

나도 우리가 함께 하길 원했다. 그리고 상담을 통해 마음을 정리했기에 나 역시 준비가 되어있음을 나는 알고 있었다. 우리는 3개월 뒤 처음으로 “사랑해”라고 말했고, 그때 소름이 돋았던 걸 지금도 기억한다.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내가 직접 리모델링한 빛이 나는 새 주방은 곧 다른 사람 것이 되었다. 그 아파트를 팔고 그와 동거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파트너와 정착한 지금, 나는 외롭고 불확실하던 여러 해들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진심으로 말할 수 있다. 내가 ‘사랑에 빠져 있지 않았던’ 세월 동안 ‘고통받아야’ 했던 게 기쁘다. 힘들었지만, 내가 누구인지,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보다 잘 깨달을 수 있었던 기간이었다.

만약 내가 영원히 싱글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전에 그를 만났다면, 나는 그에게 내가 나자신을 사랑할 수 있도록 많은 것을 기대하고 요구했을 것이고 끝없는 분노와 자기 비판에 관계를 오래 유지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연애 예능 프로그램들을 보며 ‘너무 오랫동안’ 싱글이라고 슬퍼하는 20대들에게 웃으며 말해주고 싶다. 조금 인내해보라는 것. 그러다보면 ‘그리고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답니다’가 당신의 인생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말이다.

 

*허프포스트 미국판의 Why I’m Glad Love Didn’t Find Me Until I Was 40를 번역, 편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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