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20년 10월 13일 13시 59분 KST | 업데이트됨 2020년 10월 13일 14시 06분 KST

싱가포르항공 'A380 여객기에서의 점심식사' 상품이 30분 만에 매진됐다

코로나19 시대를 돌파하는 또 하나의 방법.

James D. Morgan via Getty Images
(자료사진) 싱가포르항공의 A380 여객기. 

공항에 처박혀 있는 비행기들을 대체 어떻게 하지?’

코로나19가 여행의 기쁨을 빼앗아간 지금, 전 세계 항공사들을 괴롭히고 있는 질문 중 하나다.

반면 사람들은 너무나도 여행을 그리워 한다. 비행기에 올라탈 때의 설렘을 그리워하고, 이륙할 때의 묘한 떨림을 그리워한다. ‘기내식 컨셉 도시락’이 나올 만큼 사람들이 기내식을 그렇게나 그리워하게 될 줄은 또 누가 알았을까? 

그동안 몇 가지 아이디어들이 나왔다.

대만에서는 이륙하지 않는 ‘비행기 탑승 체험’ 행사가 열렸다. 목적지도 없고 착륙도 하지 않은 채 상공을 한 바퀴 돌고 ‘귀국’하는 여행상품도 국내외에서 속속 등장했다. 대한항공은 놀고 있는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해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또 하나의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다.

싱가포르항공은 ‘하늘 위의 호텔‘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초대형 여객기 A380을 레스토랑으로 바꿔보기로 했다. 이륙은 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땅 위의 호텔’에서 즐기는 식사인 셈이다.

SINGAPORE AIRLINES
싱가포르항공은 공항에 주기 중인 A380 여객기를 일종의 '팝업 레스토랑'으로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싱가포르 언론 ‘스트레이트타임스’는 12일 예약 접수가 시작된 이 상품이 30분 만에 매진됐다고 보도했다. 대기명단까지 생길 정도다.

컨셉은 간단하다.

사람들은 창이공항에 주기 중인 이 거대한 여객기에 올라타서는 세 시간 동안 여유롭게 점심식사를 즐기게 된다. 물론 식사를 하면서 개인 스크린으로 영화를 볼 수도 있다. 좌석등급에 따라 제공되는 식사의 메뉴도, 가격도 다르다. 여긴 비행기니까.

가장 저렴한 이코노미는 50싱가포르달러(약 4만2300원)다. 프리미엄이코노미와 비즈니스는 각각 90싱가포르달러, 300싱가포르달러다.

600싱가포르달러(약 50만7600원)만 내면 세계에서 가장 큰 여객기의 가장 화려한 좌석에서 호사스러운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모든 식사에는 주류 두 잔이 제공되며, 다른 음료들은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 (아, 마일리지 적립도 된다.)

SINGAPORE AIRLINES
기내 식사 상품은 이코노미, 프리미엄 이코노미, 비즈니스, 퍼스트클래스 등으로 나뉜다.

 

항공사 측은 10월24일과 25일에 레스토랑으로 변신할 A380 두 대의 탑승 인원을 원래 좌석수 471석의 절반 가량으로 제한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서다. 승무원들은 물론 승객들도 식사 중일 때를 제외하고는 기내에서 항상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며, 단체 인원은 5명으로 제한된다. 지금은 코로나19 시대니까.

1살배기 딸과 함께 퍼스트클래스 좌석을 끊었다는 에미미 테이(34)씨는 싱가포르항공의 충성스러운 고객이라고 스스로를 설명하며 남다른 소감을 전했다.

″내가 평생 승객으로 싱가포르항공 퍼스트클래스를 탈 일은 없겠지만 이건 그걸 경험해 볼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가 될 것 같다.” 그가 스트레이트타임스에 말했다. 

ABC뉴스에 따르면, 싱가포르항공이 보유한 여객기 220대 중 현재 32대만 운용되고 있다. 지난 7월 발표된 2분기 실적을 보면 여객 수송은 1년 전보다 99.4% 감소했고, 당기순손실은 10억싱가포르달러(약 8460억원)가 넘었다. 항공사 측은 비행 시뮬레이터 체험과 투어 상품을 출시했고, 기내식을 집으로 배달해주는 서비스도 개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