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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의 재신임을 구하겠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복귀 기자회견을 열었다

비장함이 느껴진다.

심상정 후보.
심상정 후보. ⓒ뉴스1

정의당 대선 후보 심상정이 잠수탄 지 5일 만에 복귀했다. 

17일 오후 심상정 후보는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며칠 동안 심려 끼쳐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저로 인해 일정에 차질을 빚은 모든 분들께 용서를 구합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국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1.17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국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1.17 ⓒ뉴스1

심상정 후보는 ”일정을 중단한 건 단지 지지율 때문은 아니었다. 선거 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저와 정의당이 맞잡아야 할 시민들의 마음이 아득히 멀게 느껴졌다. 밀려드는 일정을 잠시 중단하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어디서부터 변화해야 하는지 침묵 속에서 깊이 성찰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지지율은 2% 수준. 심상정 후보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에 비해 턱없이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게 된 원인에는 지난 총선에서의 선거 개혁 실패가 있다고 진단했다.

심상정 후보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심상정 후보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조국 임명’은 잘못한 일

총선을 앞두고 있던 정의당은 거대 양당에 맞서기 위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이를 국회법으로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더불어민주당의 도움이 절실했다. 결국 정의당은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찬성하며 민주당의 공조를 얻었는데 이후 거대양당은 위성정당을 세워 소수정당의 몫을 모조리 뺏어갔다. 이 일로 심상정 대표는 당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심 후보는 당시 상황에 대해 ”선거 제도 개혁이 성공하지 못했고 진보의 원칙과 가치가 흔들리는 결과가 됐다. 진보 정치를 성원하고 성장하길 바랐던 많은 분들이 실망했다”라고 말하면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심상정 후보.
심상정 후보. ⓒ뉴스1

 

노동·여성·기후위기를 의제로 

″대통령 선거에서 저와 정의당에 대한 국민들의 재신임을 구하겠다”라는 심 후보는 대선 정국에서 사라져가는 노동과 여성, 기후 위기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금기하는 것을 금기하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심 후보는 ‘숏컷’으로 참석했는데 ”다 내려놓고 비우고 하겠다는 마음을 담았다”라고 말하며 달라진 마음가짐을 드러냈다.

아래는 심 후보의 기자회견문 전체다.

지난 며칠 동안 갑작스러운 선거 운동 중단으로 국민들께 걱정을 끼쳐드려서 죄송합니다. 저를 위해 귀중한 시간 할애해 주셨는데 일정 차질로 혼란을 겪으셨을 모든 분께도 용서를 구합니다. 또 저를 염려해주시고 용기를 북돋아 주신 당원과 시민 여러분께 깊은 감사 말씀 올립니다.

 

제가 대선 일정을 멈춘 것은 단순한 지지율 때문이 아닙니다. 선거 운동을 하면서 저와 정의당이 손잡아야 할 분들과의 거리가 아득히 멀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밀려드는 일정을 잠시나마 멈춘 채 제가 시민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지금의 안타까운 상황에 대하여 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어디서부터 변화해야 하는지 침묵 속에서 깊이 성찰했습니다.

 

저는 국민들께 ‘노동이 당당한 나라‘, ‘정의로운 복지국가’ 만들겠다고 약속드렸었습니다. 지난 진보정치 20년,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혼신을 다했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의 불평등은 더 극심해졌습니다. 저와 정의당은 이를 막아내지 못했습니다.

 

남 탓하지 않겠습니다. 이 모든 것이 거대양당의 횡포 때문이라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당이 작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억울하다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가장 억울한 이들은 바로 하루하루 이 암담한 현실을 살아가야만 하는 시민들이기 때문입니다.

 

저 심상정은 이 불평등과 차별의 세상을 만든 정치의 일부입니다. 무한한 책임을 느낍니다. 그래도 대한민국 정치에 제역할 하는 진보정당 하나는 있어야 한다며 성원해 주셨던 시민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립니다.

 

이 험한 길을 이어갈 후배 진보정치인들이 또다시 절벽에서 시작하는 막막함을 느끼지 않도록 다음 세대의 진보가 심상정과 함께한 진보정치 20년을 딛고 당당하게 미래로 나갈 수 있도록 저 심상정의 마지막 소임을 다하겠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국민들께 심상정과 정의당의 재신임을 구하겠습니다. 제대로 성찰하고 제대로 일어서겠습니다. 가치와 원칙은 더 선명해지겠습니다. 가난하고 절박한 시민들을 위해 더 절실해지겠습니다.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겸손해지겠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진보정치의 새로운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고심했습니다.저 심상정은 앞으로 세 가지를 하지 않겠습니다. 어려운 상황에 대해 남 탓하지 않겠습니다.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겠습니다. 어렵고 힘든 일이라고 피해가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세 가지를 하겠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지워진 목소리들을 심상정의 더 큰 마이크로 대변하겠습니다. 노동이 사라진 대선, 여성이 사라진 대선, 기후 위기가 사라진 대선, 여성과 노동 그리고 녹색의 목소리가 다시금 힘차게 울려 퍼지게 하겠습니다. 먼저 진작에 토론했어야 하지만 마치 진보의 금기처럼 성역화되어 왔던 중요한 의제들을 논의하겠습니다. 금기하는 것을 금기하겠습니다.

 

끝으로 생각이 다른 분들과 적극 대화하겠습니다. 진영을 넘어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우리 사회 공통의 가치를 복원하는 대선을 치르겠습니다. 겸손하게, 당당하게, 한층 엄혹해진 불평등의 시대에 진보정치의 꿈을 결코 포기하지 않은, 포기할 수 없는 여러분과 함께 끝까지 나아가겠습니다.

도혜민 에디터: hyemin.d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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