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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통역사' 샤론 최가 '기생충' 팀과 함께한 지난 10개월간의 여정에 대해 소회를 밝혔다

봉준호 감독은 그를 "언어의 마법사"로 불렀다.

지난해 4월부터 봉준호 감독 곁에서 그의 모든 발언을 영어로 전달한 통역사 샤론 최(한국명 최성재)가 지난 10개월간의 소회를 털어놓았다.

샤론 최는 18일(현지시각) 버라이어티가 공개한 기고문에서 봉준호 감독의 통역을 맡게 된 계기부터 유명세를 얻게 된 소감, 장편 데뷔작의 배경 등에 대해 밝혔다. 

샤론 최와 봉준호 감독
샤론 최와 봉준호 감독 ⓒKevork Djansezian via Getty Images

샤론 최와 봉준호 감독, 인연의 시작

최씨와 봉준호 감독의 인연은 지난해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최씨는 밤새 파일럿 각본을 쓰다가 봉준호 감독의 전화 인터뷰를 통역해달라는 제안을 놓치고 말았다. ‘기생충’ 관계자의 연락을 확인했을 때는 이미 인터뷰가 끝난 뒤였고 그는 아쉬운 마음에 ”향후 인터뷰는 통역할 수 있으니 연락 달라”라는 이메일을 보냈다. 그로부터 며칠 뒤 ‘기생충’ 팀으로부터 다시 연락이 왔다. 그렇게 최씨와 봉 감독의 인연이 시작됐다. 최씨는 이후 칸 영화제는 물론 봉준호 감독이 초대받은 모든 영화제와 시상식에 동행하며 통역사로서 이름을 알리게 됐다. 

최씨의 유일한 통역 경험은 영화 ‘버닝’의 이창동 감독의 통역을 맡았던 일주일이 전부였다. 

그저 능력 있는 통역사로만 비춰졌던 그는 사실 ”가면 증후군과 내가 평생 존경해온 사람들 앞에서 봉준호 감독의 말을 잘못 전달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꾸준히 시달려왔다”라고 토로했다. 

 

오스카 캠페인

그는 지난 10개월간 ‘기생충’ 팀과 함께 한 여정을 ”특권”이라고 표현하며 ”앞으로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기생충’ 팀과 함께 일할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Mario Anzuoni / Reuters

오스카 캠페인에 나서며 만나게 된 다양한 영화인들도 언급했다. 최씨는 평생 동경해온 봉준호 감독은 물론 수많은 배우와 감독들을 만나 영광이었다고 회상했다. 배우 피비 월러-브리지를 만나서는 그가 주연으로 출연한 드라마 ‘플리백‘에서처럼 섹시한 신부를 만나고 싶다고 했고 존 카메론 미첼 감독(‘헤드윅’)에게는 그 덕에 영화계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됐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또 새벽 네시 경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을 연출한 셀린 시아마 감독과 패스트푸드 체인점에서 사랑과 나약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얻게 된 유명세에 대해서는 “15분간의 명성”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곳곳에서 내 얼굴을 보는 건 정말 이상한 경험이었다”라며 ”트위터 봇이 올린 비아그라 광고에 내 이름이 해시태그로 쓰인 것도 봤고 화장품 광고 제안이 있었다고도 들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화 ‘기생충‘을 향한 애정을 내게도 보내준 이들에게 감사하다”라면서도 ”이 명성이 빨리 사라져 다음에 내 이름이 스팸 광고와 함께 뜰 때는 (‘기생충’이 아니라) 나의 이야기 덕분에 언급되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장편 데뷔작

어릴 적 2년간 미국에 살다가 한국으로 돌아온 뒤 대학 진학을 위해 미국으로 돌아갔다는 그는 ”지난 20년간 나 자신의 통역사로 살아왔다”라며 자신을 ”이상한 혼종”으로 정의했다. ”미국인이라기에는 너무 한국적이고, 한국인이라기엔 너무 미국적이었다. 한국계 미국인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하다”라는 것이다. 

″영어와 한국어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 답답했다”는 그는 ”영화를 만든다는 건 나의 내면을 바깥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언어로 통역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원래 말하고자 했던 것의 유의어에 불과한 단어들을 찾을 필요도 없다. 이때문에 영화의 시각적인 언어와 사랑에 빠졌다”라고 밝혔다.

최씨는 현재 장편 데뷔작을 준비 중이다. 그가 데뷔작의 각본을 쓰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배우 헨리 골딩과 올리비아 문은 물론 배급사 네온과 영화 제작자 미넷 루이도 그에게 러브콜을 보낸 바 있다. 

앞서 그의 영화가 시상식 시즌을 다룰 것이라는 소식도 전해졌으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는 ”(시상식 시즌은) 굉장히 개인적인 경험이기는 하지만 아직 완벽하게 내면으로 받아들이지는 못한 상태”라며 ”다른 기회가 있다면 이야기에 녹여보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봉준호 감독이 인용한 마틴 스콜세지의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는 명언처럼, 내게는 너무 소중한 한국을 배경으로 한 작은 이야기를 다룰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태우 에디터: taewoo.kim@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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