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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맡은 남자 환자가 나를 성적으로 학대했다

키 196cm에 136kg의 남자는 "네가 좋아하는 걸 알고 있어"라고 말하며, 자위를 시작했다.

칼리 페레스
칼리 페레스 ⓒEMILY PECK

고등학교 졸업 이후 바로 의료계에서 일하기 시작한 뉴욕의 칼리 페레스(26)는 자택 간병 노동자들이 환자들과 함께 겪게 되는 순간들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성인 기저귀를 갈아보았다. 남성들의 성기를 닦아주었다. 알몸을 보게 된다.” 최근 페레스는 흔치 않은 휴일에 맨해튼 유니언 스퀘어 근처의 붐비는 카페에서 허프포스트를 만나 이야기했다. 페레스는 발달 장애가 있는 성인들을 돌보는 일을 즐기며, 고등학교 때부터 자폐아들을 돕는 자원봉사를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페레스의 남성 환자 한 명은 개인적 관계를 지나치게 밀어붙였다.

페레스는 요리, 청소, 장보기 등 그의 일상을 돕는 일을 맡았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곁에 있어 주기도 했다. 그러나 작년, 몇 달에 걸쳐 그는 상스러운 성적 발언을 여러 번 했으며, 자신의 몸을 드러냈고, 심지어 자신의 브루클린의 원룸 아파트에서 페레스가 보는 앞에서 자위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페레스는 성희롱으로 고소했다. 전 고용주인 비영리 의료 단체 가족지원센터(Center for Family Support)가 피고다.

그 남성은 키가 196cm, 체중은 136kg였다. 고소장에서 그는 ‘T’라고만 되어있다. 그는 페니스를 쥐고 페레스에게 “네가 좋아한다는 걸 알아.” 같은 말을 했다고 한다.

“안전하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페레스는 당시를 떠올리며 눈을 크게 떴다.

미 투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지금도 페레스와 같은 여성들의 이야기는 잘 알려지지 않는다. 유명인들과 기업들의 이름이 헤드라인에 등장하지만, 저소득층 여성들이 해시태그를 차지하는 일은 드물다.

최근의 성희롱 뉴스를 챙겨보았는지 묻자, 전남편과 함께 8살 난 딸을 키우고 있는 페레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딸을 낳기 전에는 간호학 학위를 따고 어머니가 걸었던 길을 따라가길 바랐다. 그러나 작년에 T가 페레스를 희롱했을 때 페레스는 간신히 생계를 꾸리는 형편이었다. 시급은 13달러였고, 일주일에 40시간 동안 일할 수 있기를 바랐다. 일정이 들쭉날쭉해서 힘들었다.

지금도 학위를 따고 싶기는 하지만 “풀타임으로 일하면서 학교에 풀타임으로 나가기는 힘들다.”고 한다.

 

연봉 약 13800달러(한화 약 1480만원)

 

페레스가 일하는 업계는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베이비 붐 세대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자택 간병 노동자들의 수요가 늘고 있다. 이러한 노동자들과 고용주들을 훈련시키는 의료 보조 연구소(PHI, Paraprofessional Healthcare Institute)의 2014년 보고에 의하면 개인 돌보미와 가정 간병인은 미국에서 각각 두 번째, 세 번째로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직종이다.

이들의 절반 이상은 유색인종 여성이며, 4분의 1은 이민자라고 한다. 5분의 1은 싱글 맘이다.

2017년 PHI 보고서에 의하면 이들은 보통 1년에 13800달러 정도를 번다. 4분의 1은 빈곤선 아래의 삶을 산다.

이들은 인종차별, 성차별, 빈곤에 가까운 임금이라는 세 가지 짐을 동시에 짊어진 취약한 노동자라는 의미다.

“가정 간병인들은 여러모로 무력한 상태로 노동 현장에 진입한다. 아무도 그들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 미국 여성법센터의 에밀리 마틴 부회장의 말이다.

그리고 그들을 대변해 줄 변호사들도 많지 않다.

그러나 페레스는 주저하지 않고 T에 대한 항의를 제기했다. 이 상황에 대해 상사에게 여러 번 말하기도 했다.

가족지원센터는 페레스의 주장 전부를 ‘격렬히 부정한다’고 밝혔다.

 

환자와 단둘이서 밤을 보낼 때

 

페레스는 여러 번 항의한 뒤 T와 같은 건물에 사는 다른 환자를 배정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작년 전몰장병 추모일 주말에 페레스의 직속 상사는 페레스에게 T의 아파트에서 자정 근무를 하도록 했다.

성희롱은 더욱 무서워졌다.

고소장에 의하면 페레스가 오자 T는 조명을 전부 끄고 TV를 켠 다음 소파에 앉아 담요 아래에서 자위를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페레스는 T에게 그가 ‘혼자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나가 있겠다고 말했다. 페레스는 아파트 복도에서 잠시 기다렸다.

페레스가 돌아오자 T는 페니스를 손에 쥔 채 화장실에서 알몸으로 나왔다고 한다. “네가 좋아한다는 걸 알아.”라고 말하며 페레스에게 걸어가 음낭을 페레스의 팔에 얹었다고 한다.

“그의 피부가 내 피부에 닿자 감당할 수 없겠다는 걸 깨달았다.” 페레스가 허프포스트에 한 말이다.

페레스는 T에게 옷을 입으라고 한 다음 아파트에서 나왔다. 복도에서 정신없이 상사에게 연락하려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때는 새벽 5시 무렵이었고, 직속 상사는 전화를 받거나 문자에 답을 보내지 않았다. 페레스는 어떻게 해야 할지 지시를 기다렸다. 간병인들은 근무 중에 그냥 나가버려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한 시간 정도 아무 대답도 받지 못한 페레스는 가기로 했다. 몇 시간 뒤 관리자와 연락이 닿아, 어떤 일이 있었는지 말했다.

관리자는 “그 일을 막기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었는가?”라고 페레스에게 물었다고 한다.

페레스는 충격을 받았다. “그녀는 그게 내 잘못인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나는 연민, 최소한 어느 정도의 공감을 기대했다.”

며칠 뒤 페레스는 직속 상사와 인사팀 직원을 만나서 왜 근무 중 나와버렸는지 설명했다.

그들은 페레스를 해고했다.

 

페레스는 어떻게 해야 했나?

 

환자들(업계 용어로는 클라이언트)에게 성희롱을 당하는 가정 간병인들은 사무실이나 공장 등의 여러 직장에서 희롱을 당하는 여성들과는 크게 다른 위치에 있다.

“간병인들은 환자의 집에 혼자 가기 때문에 취약한 위치에 있다. 그들은 목욕을 시켜준다거나, 화장실에 가는 걸 돕는 등 개인적이고 친밀한 돌봄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PHI의 인력 이노베이션 부회장 수전 미시오스키의 말이다.

발달 장애, 치매, 알츠하이머 등의 문제 때문에 클라이언트들은 스스로의 행동을 통제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인지 장애가 있는 사람이 그런 상황을 잘못 받아들일 수 있다는 건 쉽게 상상할 수 있다.” 미시오스키의 말이다.

이런 상황의 대처법은 명료하다고 미시오스키는 말한다. 노동자가 잘못된 처우를 받았다고 말한다면 고용주가 행동을 취해야 한다. 고용주가 공식적으로 상황을 평가하고, 노동자와 면담하고, 공인 간호사나 전문가를 보내 클라이언트를 평가하고, 클라이언트의 간호 계획을 적절히 수정해야 한다고 미시오스키는 말한다. 이는 일반론이며 페레스의 상황에 특정해 한 말은 아니다.

예를 들어 남성 환자가 여성 노동자에게 성적으로 공격성을 보일 경우, 고용주는 남성 간병인을 보낼 수 있다. 혹은 클라이언트와 단둘이 있는 것을 노동자가 두려워할 경우 두 명을 함께 보낼 수도 있다고 미시오스키는 설명한다.

만약 클라이언트의 행동이 범죄의 수준으로 심해질 경우 당연히 신고해야 한다고 한다.

페레스가 상사들에게 T와의 문제를 제기했을 때 이러한 조치는 전혀 취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들은 그냥 넘겨버리려 했다.”고 페레스는 말한다.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고 한다. 미시오스키는 특별한 훈련이나 지시를 해주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하지만, 페레스는 T에게 대처하는 데 있어 이러한 도움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

“간병인에 대한 성희롱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흔하다.” 캘리포니아 간병인 노조(United Domestic Workers)의 법무 담당 크리스티나 바스 해밀턴의 말이다.

구체적인 데이터가 많지 않기 때문에 가정 간병인 관련 이슈가 어느 정도로 심각한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전반적인 업계 노동자들이 취약한 상태에 놓여져 있음은 이미 알려져 있다. 2005년부터 2015년까지 미국 평등 고용 추진 위원회에 제소된 성희롱 사건 중 12% 가까이가 의료 및 사회 복지 부문 노동자에 의한 것이었다. 식품, 소매, 생산업에 이어 네 번째를 기록했다.

해밀턴 역시 미시오스키처럼 조직이 간병인을 보낼 경우 학대를 당하는 상황에 부닥치지 않도록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페레스가 작년에 겪은 일은 정확히 그런 경우였다.

 

쓰다 버릴 수 있는 노동자들

 

페레스는 불공평하게 해고당한 것에 대해 좌절하고 분노했으나, 새로운 일자리를 찾으려 했다. 그러나 다른 곳들에서는 해고당한 사람을 채용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좋지 않은 신호로 본 것이다.

다른 곳들에서는 페레스가 환자를 학대했을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해 버렸다고 한다. 페레스는 “그들은 조심해야 하기 때문이다.”고 한다.

일자리를 찾는 동안 저축한 돈을 까먹었고, 브루클린에서 딸과 함께 살던 원룸 아파트에서도 나가야 했다. 은행 계좌도 닫았다. 돈이 떨어져 버렸다.

페레스는 “보호소를 알아보고 있었다.”고 한다. 할렘에 사는 사촌의 가족 집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딸과 함께 지낼 때 딸은 브루클린에 있는 학교까지 전철과 버스를 총 두 번 환승해서 가야하며 등교에 90분이 걸린다고 한다.

가족지원센터에 소송을 제기해 줄 변호사를 찾는 데는 친구의 도움을 빌렸다.

“이 업계의 노동자들은 월세를 내고 먹어야 하는 가족이 있는 인간이 아닌, ‘쓰다 버릴 수 있는 존재’로 취급받는다. 그녀와 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새벽 5시다. 그들이 그녀에게 원하는 게 뭔가? 그 집 안으로 다시 들어가라고? 더 심해졌는지 어떤지 보라고?” 변호사 대니얼 브라이트의 말이다.

페레스는 고소장에서 가족지원센터가 태만했으며 그녀의 안전을 경시했고, 성희롱, 공격, 성적으로 공격적인 근무 환경에 노출시켰다고 주장한다.

변호사 브라이트는 가족지원센터가 합의를 거부했으며,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페레스는 현재 파트타임 두 군데를 뛰고 있다. 사무실 건물 청소와 맨해튼 음악 공연장 경비다.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이 “잘못되었다”는 인식 이외에 소송에서 어떤 것을 기대할 수 있을지는 정확히 모른다고 한다. “나는 공정성을 원한다.”

그러나 앞으로 간호를 하거나 예전 직업을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린 것은 아니다. “그립다. 나는 그 커뮤니티에 소속되어 있었던 때가 그립다. 사람들을 돕는 게 내겐 익숙한 일이었다.”

 

* 허프포스트US의 기사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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