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는 항상 스스로 섹스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다.

섹스를 즐기긴 하지만 먼저 시도한 적은 없었다. 끌리는 사람은 있지만 좀처럼 흥분하기 어려웠다. 20대 초반, 친구들과 대화하며 또래보다 자신의 섹스 경험이 현저히 적고 열정적이지도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캐나다 온타리아 주 남부에 사는 엘리자베스는 허프포스트 캐나다와 인터뷰하며, “난 그냥 그런 충동이 없나 보다”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엘리자베스는 첫 섹스 경험을 하기 전인 15살 때부터 항우울제를 복용해 왔다. 현재 30대 초반인 그는 항우울제 복용이 또래보다 적은 성욕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의심했다고 한다.

파트너와 긴 대화를 나눈 후 의사와 상담하여 약을 바꿔보기로 했다. 만약 새로운 약이 그의 삶을 유지하는 데 효과가 떨어진다면 다시 기존의 약을 복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동안 약의 부작용으로 즐겨보지 못한 열정적인 섹스 라이프를 즐겨보고 싶다”고 전했다. 새로운 몸의 변화를 느끼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

약물 부작용은 흔하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성인용품점, ‘굿포헐(Good For Her)’을 운영하는 칼라일 얀센, 섹스 코치 및 교육자는 엘리자베스 같은 상황은 흔하다고 한다.

얀센은 “많은 사람이 의사에게 약물 복용의 부작용으로 성욕 감퇴 및 세로토닌 변화로 인해 오르가즘을 느끼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듣지 못한다!”라고 말하며 “대체 왜 의사들이 그런 부작용을 말해주지 않는 건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마요 클리닉은 SSRI 또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는 가장 일반적으로 처방되는 항우울제라고 한다. 뇌의 세로토닌 용량을 늘리고 복잡한 뇌의 화학 작용을 단순화시켜 행복한 감정을 증가시키는 원리이다. 대표적인 항우울제로 프로작(Prozac), 팍실(Paxil), 졸로프트(Zoloft), 렉사프로(Lexapro) 등이 있다.

사람들이 흔히 복용하는 약물에도 수많은 부작용이 따르지만, 이에 대해 신중하게 고민하는 경우는 드물다. 단기 또는 장기 약물 복용 시 모두 심각한 성기능장애를 겪게 될 수 있다.

남녀노소 흔히 복용하는 항우울제는 대표적으로 성욕감퇴가 발생하는 약물이다. 남성의 경우 발기부전을 경험할 수 있고 오르가즘을 느끼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얀센의 상담자는 “우울증을 이겨내고 마침내 섹스에 관심이 생겼는데 막상 절정을 경험하지 못하는 건 최고의 옷을 입고 파티에 참석했는데 즐기지 못하는 기분과 비슷하다”고 전했다.

항우울제 외에도 여러 가지 약물이 이러한 위험이 있다. 피임약, 임플란트, 호르몬 조절 주사 등도 성욕을 감퇴시킬 수 있다. 통증을 치료하기 위해 복용하는 오피오이드(Opioids), 고혈압 조절을 위한 항고혈압제, 호르몬 치료제, 항우울제 모두 성별과 관계없이 성적인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 신경계 약물은 남성의 발기부전과 지루를 악화시킬 수 있다.

베나드리엘(Benadryl)과 같은 항히스타민제는 남성의 발기부전을 유발하고 입, 코, 목을 건조하게 만들 수 있으며, 여성의 질도 건조시킨다.

의사에게 부작용을 상담하는 것을 두려워 하지 마라

많은 사람이 약 복용 사실은 물론이고 부작용을 밝히고 의사와 상담하길 꺼린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생기기 전에 꼭 전문가와 상담해야 한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교수 겸 의사인 스테이시 엘리엇 박사는 “성기능장애는 사람들이 약을 끊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성기능장애를 경험하는 사람들은 먼저 이에 관해 이야기 꺼내길 두려워해요. 보통 의사나 전문가가 물어보기 전에는 자세히 말하지 않는데, 많은 의사나 전문가들이 이런 질문을 잘 안 해서 문제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의사들에게 환자의 섹스 라이프, 방광 상태, 장 상태에 관해 꼭 물어보라고 교육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상하게도 섹스에 관한 질문하는 걸 어려워하더라”라고 전했다.

특히 남성이라는 성에 사회적으로 압박을 받는 사람은 ‘정력’이라는 개념에 사로잡혀 부작용을 겪고 있어도 문제를 말하기 어려워했다.

뉴욕주에 사는 50-76세의 시스젠더 남성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어떤 이유로든 발기부전을 경험한 참가자 중 약 3분의 1만이 치료받기 원한다고 나타났다. 치료를 받고 싶어 하지 않은 사람들은 주로 잘못된 정보를 보거나 부끄럽다는 이유였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전통적인 남성 규범의 적합성과 영향” 때문에 남성들이 여성들보다 우울증에 대한 도움을 구할 가능성이 작다고 밝혔다. 아직 남성들이 성적인 문제로 전문적인 도움을 구하는 것을 안 좋게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과 압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엘리엇은 “대부분 남성보다 여성이 훨씬 성기에 대해 말하는 것을 편하게 생각한다. 매달 생리를 해서 익숙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사람들이 꼭 복용해야 하는 약 복용을 멈출 수 있다는 점이다. 성적 부작용을 겪는 남성이 의사와 상담하지 않을 시 병을 키울 수 있다.

예를 들어, 남성 환자가 혈압 체크를 하기 위해 병원에 방문 시, 대부분 의사들은 “발기는 잘 되나요?”라는 질문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발기부전으로 심혈관 문제를 진단할 수 있어 중요한 질문이다.

약물 복용 부작용으로 섹스 라이프에 영향을 받은 환자는 “내 몸에 무슨 문제가 있나? 왜 파트너를 만족시키지 못할까?” 등의 질문을 할 수 있다. 다른 말로, “어떻게 나아질 수 있을까?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라고 얀센은 말했다.

다른 약으로 바꿔 복용해 볼 필요도 있다

2년 동안 항우울제를 복용해 온 토론토 거주자 말라는 “이 주제로 누구와도 이야기할 수 없어 초조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남자친구를 만나기 몇 달 전부터 프로작(Prozac)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첫 성관계를 했을 때 예전처럼 몸이 반응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흥분했음에도 젖지 않아서 당황스러웠다고 밝혔다.

오래 사귀지는 않아서 아직 솔직히 고백하기 어려웠지만, 그는 남자친구에게 항우울제를 복용 중이라고 고백했고, 남자친구는 이해해 주었다.

그는 의사에게 약을 바꾸고 싶다고 말하기 전에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일에 익숙하지 않아 매우 긴장했다”고 밝혔다.

그는 SSRI에서 SNRI(세로토닌-노레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로 약을 바꿔 복용하기 시작했다. SNRI는 일반적으로 성적인 부작용이 생길 확률이 낮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람마다 다르다. 다행히 말라에게 새 약은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약을 바꾸는 게 쉬운 건 아니다. 엘리자베스가 처음 항우울제를 복용하기 시작했을 때, 효과 있는 약을 찾을 때까지 여러 가지 약을 먹어야 했다. 어떤 약은 체중증가 부작용이 있었고, 다른 약은 오히려 우울증을 악화시켰다. 항우울제는 사람마다 효과와 부작용이 달라서 처방을 내리기 어렵다.

의사의 처방에 철저하게 따르며 스케줄을 정해 새로운 약을 먹고 있지만 피곤함을 많이 느끼고 금단 증상도 나타났다.

그는 우울증이 다시 생길 수도 있고,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행동하기 시작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이 우울증을 치료하고 더 즐거운 섹스를 할 수 있는 길이라면 “기꺼이 시도하겠다”라고 전했다.

다양한 시도를 하여 부작용 없는 약을 찾는 게 가장 좋다. 전문가들은 먼저 의사에게 다른 약을 시도할 수 있는지 상담하고, 절대 임의로 약을 끊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얀센은 “만약 다른 약물을 대체 복용하는 것이 힘들다면, 현실과 자신의 몸에 더 초점을 맞추어 생활해보라”고 말했다. “하루 중 약이 가장 효과적일 때는 언제인가? 어떤 약은 효과가 빨라서 복용 즉시 효과와 부작용이 바로 나타날 수 있다. 약을 먹기 전, 아침에 섹스하면 더 즐거움을 느낄 수도 있다”라고 다양한 시도를 해보길 추천했다.

또한 섹스토이를 사용해 보라고 추천했다. 오르가즘을 느끼는 데 어려움을 겪는 여성이나 성전환자들에게 진동기가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그는 “가장 성공적인 관계는 오르가즘을 가장 많이 느끼는 관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창의적이고, 위험을 감수하고, 서로에게 솔직하고 진실하며, 즐거운 관계가 가장 이상적이다. 오르가즘이나 성관계 없이도 이런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전했다.

엘리엇은 “시스 남성은  비아그라, 시알리스, 레비트라와 같은 대체 약물을 사용하여 발기를 강제할 순 없어도 기능은 향상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타깝게도 여성에게는 그런 선택권이 없다. 한 미국 회사는 여성의 흥분을 증진하기 위한 약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애디이(Addyi)라는 브랜드에서 판매되는 플리반세린(flibanserin)은 좋은 해결책이 아니라고 한다. 술을 마시지 않고, 다른 약을 먹지 않는 폐경 전 여성만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약은 극히 제한적이다. 이 약은 캐나다에서 사용 허가를 받지 못했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섹스는 로맨틱한 관계의 중요한 부분이다. 얀센은 “의사와 부작용을 상담하는 게 건강을 지키는 길이다. 파트너와 섹스 라이프에 대해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게 처음에는 어색할 수 있지만,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가치 있고 필요한 일이다”라고 전했다.

모든 사람의 섹스 라이프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한다. 약물 부작용, 부상,임신 등 여러 일이 생길 수 있고 사람은 누구나 나이가 든다.

얀센은 “우리 삶에 어떤 일이 일어나든 변화는 일어나고 적응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기사에 나온 이름은 편집되었습니다.

*허프포스트 캐나다판 기사를 번역,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