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2020년 10월 15일 18시 34분 KST | 업데이트됨 2020년 10월 16일 00시 49분 KST

가슴골 드러난 간호사? 걸그룹 '섹시 콘셉트'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 (특정 직업 성적 대상화 사례 모음)

여성의 직업을 성적 대상화한 사례를 모아봤다.

YG엔터테인먼트
블랙핑크 ‘Lovesick Girls’ 뮤직비디오

  

“(대중이 뮤직비디오 속 간호사 복장을 보는) 왜곡된 시선에 우려를 표한다.” 최근 블랙핑크 ‘러브식걸즈’ MV 간호사 복장 논란에 YG엔터테인먼트가 한 말이다. 여기서 ‘왜곡된 시선‘이란 뭘까? YG측이야말로 여성을 왜곡된 시선으로 본다는 걸 몰랐던 걸까? 짧고 타이트한 치마에 빨간 하이힐 차림 간호사라니. 현실 속 간호사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남성들의 성적 판타지를 구현하는 간호사의 모습을 그려놓고도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YG의 반응에 많은 이들이 아연실색했다. 대한간호협회가 공개사과와 시정조치를 요구한 뒤에야 해당 장면은 삭제됐지만, 아마도 YG는 ‘성적 대상화’ 개념조차 몰랐을 가능성이 크다.  

연예계 성적 대상화는 사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오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 2004년 배우 이승연의 ‘위안부 누드집’ 파문이 있다. 당시 이승연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모습을 누드로 재현해 크게 비판받았다. 전쟁범죄 중에서도 성착취로 고통받은 여성들을 성적 대상화한 것이 문제였다. 당시 이승연 측은 “역사의 아픈 영혼을 되새기고, 뒤틀린 한일 관계를 조명하고, 사업수익 상당 부분을 할머니들을 돕는 데 쓰려는 게 의도”였다고 설명했으나, 이 역시 성적 대상화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의 변명에 불과해 비난여론을 악화시켰다. 

채널A
해당 이슈를 다룬 방송 장면

 

미디어에서 승무원, 경찰, 군인 등 특정 직업군의 유니폼을 선정적으로 변형해 논란이 된 사례는 적지 않다. 특히 특정 직업군의 모습은 걸그룹 ‘섹시 콘셉트’의 무대복장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 최지은 대중문화 칼럼니스트는 ”특정표현이 해당 직군 여성 노동자들이 받는 폭력에 일조하지는 않을지, 어떤 사회적 반향이 있을지 좀 더 고민해야 한다”고 서울신문에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성적 대상화에 노출되고 전문성을 의심받는 비하적인 묘사를 겪어야만 했다”는 여성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이제는 귀를 기울일 시점이다. 더는 비슷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길 바라며, 논란이 된 사례를 직업별로 모아봤다. 

 

가슴골 드러낸 간호사? 

지금은 명실공히 독립적인 여성의 표상인 가수 이효리도 한때는 왜곡된 간호사 복장으로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었다. ‘유고걸(2008)’ 뮤직비디오에서 가슴골을 드러낸 간호사 의상으로 등장했다가 지적을 받은 뒤 문제가 된 장면을 삭제했다. 가수 박미경은 ‘핫 스터프(2004)’ 뮤직비디오에서 노출이 심한 간호사 차림으로 남성을 유혹하는 듯한 연기를 선보여 대한간호협회와 법정 다툼을 하기도 했다. 

뮤직비디오 캡쳐
논란이 됐던 이효리 '유고걸' 뮤직비디오, 박미경 '핫 스터프' 뮤직비디오 장면

 

타이트한 옷차림의 승무원과 경찰? 

뮤직비디오 캡쳐
승무원, 경찰 복장을 한 걸그룹 AOA, 마마무

 

 AOA ‘단발머리(2014)’ 뮤직비디오는 승무원과 경찰을 성적 대상화한 대표적인 사례다. 뮤직비디오를 살펴보면 AOA 멤버들은 몸매가 부각되는 승무원복을 입고, 다소 선정적으로 보이는 안무를 선보인다. 영상 1분 53초에서 지민은 다리 라인을 부각한 경찰 제복 차림으로 등장한다. 

마마무 ‘음오아예(2015)’ 뮤직비디오에서 솔라도 몸매가 드러나는 타이트한 승무원복 차림으로 나와 문제가 됐다.

 

핫팬츠 차림의 군인? (마린룩)

마린룩은 해군 복장과 흡사한 패션으로, 선원이나 선장 등의 옷차림에서 따왔다. 소녀시대 ‘소원을 말해봐(2009)‘가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이들은 해군 제복풍의 재킷에 짧은 핫팬츠, 이른바 ‘마린룩’ 차림으로 무대에 올라 다리 라인을 부각하는 안무를 선보였다. 이후에도 마린룩 패션에 대한 문제의식이 딱히 없었는지 AOA, 우주소녀 등 후배 걸그룹들이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 무대를 재현할 때 동일한 콘셉트의 복장을 입었다. 

SM, 스타쉽
'소원을 말해봐' 무대의상인 '마린룩' 차림을 한 소녀시대 (위), 우주소녀(아래)

 

교복, 부르마 의상으로 로리타 논란도 

SBS, KBS
걸그룹 '오마이걸', '보너스베이비'

 

교복과 부르마(하의가 짧은 일본식 여학생용 체육복) 등 로리타(아동성애) 클리셰에 주로 사용되는 옷차림을 무대의상으로 활용한 사례도 다수다. 

일부 걸그룹은 지나치게 타이트하거나 짧은 교복 차림으로 무대에 서거나, 심지어 유아들이 쓰는 ‘턱받이’를 차고 나와 충격을 주기도 했다. 

여자친구 '유리구슬'
부르마 차림인 여자친구 멤버들 

 

 이인혜 에디터 : inhye.lee@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