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낯선 남성들에게 호텔에서 약물 성폭행을 당했던 날, 그건 내 잘못이 아니었다는 걸 깨닫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다

미국에서는 73초마다 한 여성이 성추행 당한다.

저자 태미 라비도
저자 태미 라비도 ⓒCOURTESY OF TAMMY RABIDEAU

친구와 오랜만의 밤 외출이 끔찍한 악몽으로 변한 날

애초에 잠든 적이 없었으니 깨어났다고 말하기엔 애매하다. 하지만 나는 호텔 방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다리는 침대 코너에 겨우 걸치고 있었다. 모르는 한 남성이 바지를 벗은 채 내 오른쪽에 서 있었다. 그의 한 손에는 그의 성기가 쥐어져 있었고 다른 손으로는 내 가슴을 만지고 있었다. 난 아무것도 못 느꼈다. 그저 그 모습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꼭 영화를 보는 듯했고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방에는 그 남자 외 또 다른 남자도 있었다.

″그 여자 바지 벗겨버려” 또 다른 남성이 말했다. 난 움직일 수도 말이 나오지도 않았다. 단 어지러운 기억만 떠올랐다. ‘내가 왜 여기 있는 거지? 저 인간들 내게 뭘 하려는 거지?’ 

이 일이 일어나기 몇 시간 전 위스콘신주 매디슨 메리어트 호텔의 나이트클럽에서 춤추고 있었다. 춤추는 걸 좋아했지만 이렇게 놀러 나오는 일은 드물었다. 난 10살 딸의 싱글맘으로 항상 아이가 우선이었다. 보통 토요일에는 책방을 가거나 해리포터를 보며 중국 음식을 시켜 먹었다. 하지만 오늘은 딸이 외할머니 댁에 놀러 갔고 단 하루 나를 위해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친구 섀넌에게 연락해 밤 10시에 보자고 했다. 옷장에서 실크 블라우스를 집어 들고 슬림한 정장 바지와 베이지색 힐을 신었다. 택시를 타기 전에 와인 한 잔을 따르고 단발 머리를 단장하고 화장을 고쳤다. 친구를 만나서 즐거운 밤 외출을 할 수 있어서 신이 났다. 

ⓒMonicaNinker via Getty Images

 

‘플래시백’이라는 나이트클럽은 당시 인기를 얻고 있는 곳이었다. 너무 젊은 층보다는 25세 이상의 직장인이 많이 모이는 곳이었다. DJ들은 최신 댄스 음악과 힙합을 다양하게 들려줬다. 친구를 기다리며 술을 한잔 시켰다. 혼자 앉아 있는 게 불편했기에 호텔 근처로 이동해 섀넌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아직도 회사에서 일하는 중이라고 말하며 다음 날 아침에도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약속이 갑자기 취소돼 정말 실망스러웠다. 술 딱 한 잔만 더 마시고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가려고 마음먹었다. 

그렇게 브랜디와 다이어트 콜라를 주문했을 때 2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이 내게 춤추겠냐고 물었다. 그는 잘생겼고 외국인 억양을 갖고 있었고 날씬했고 키가 컸다. 우리는 춤을 췄고 그는 두 명의 친구를 소개했다. 전부 프랑스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미국에 잠시 머물다가 다시 프랑스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그 남자들은 다정하고, 재미있고, 재미있는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친구가 나타나지 않았고 곧 떠날 거라고 말했을 때, 그들은 나를 설득했다. ”한 잔 더 하세요”라고 그들은 말했다. ”우리랑 놀아요.”

대체 왜  방금 만난 세 남자와 어울리는 게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했는지 나도 모른다. 단, 그들에게 관심이 있던 건 전혀 아니었다. 함께 춤춘 남자는 곧 결혼한다고 밝혔고, 다른 남성들도 곧 프랑스로 돌아갈 터였다. 나이트클럽에서 노는 분위기가 좋았고, 혼자 있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조금 안도했던 것 같다. 그들은 내게 축구 이야기와 프랑스에서 어떻게 사는지 들려줬다. 시간이 흘러 나이트클럽이 문을 닫는 새벽 2시가 됐고 떠날 참이었다.  

ⓒCavan Images via Getty Images

 

약물로 인한 범죄 피해를 당하고도 마치 내 책임인 것 같았다

″가지 말고 우리 방에 와서 한 잔만 해요.” 그들이 말했다. 조금 흔들렸지만 ”이제 돌아갈 시간이에요. 택시 부를 거에요”라고 답했다. 우리는 나이트클럽을 나섰고, 그 남성들은 ”우리 방 바로 저기에요. 저기 가서 딱 한 잔만 더하며 택시 불러요”라고 설득했다. 뭔가 홀린 듯 그러겠다고 했다. 정말 평생 후회할 결정이었다. 

호텔 방에 들어선 후 그들은 내게 ”뭘 마실래요?”라고 물었고 나는 위스키와 소다를 주문했다. 15분 후 갑자기 극심한 피로가 밀려왔고 시야가 흐려지고 뭔가 잘못된 걸 느꼈다. 밖에 나가려고 일어서려 했지만 문을 찾을 수 없었다. 머리가 윙윙 울렸다. 어찌 된 일인지, 나는 손과 무릎으로 겨우 기어갈 수밖에 없었다. 문 앞에 한 남자가 서 있었고, ”도와줄게”라고 그가 말했다. 그 이후론 침대에서 깨어나는 것 밖에 없었다. 성기를 손에 쥔 남성과 내 바지를 끌어내리던 다른 남성이 외국어를 하며 웃는 소리만 들렸다. 그리고 정신을 잃었다. 

 

저자 태미 라비도
저자 태미 라비도 ⓒCOURTESY OF TAMMY RABIDEAU
 

몇 시간 후, 깨어났을 때 내 속옷은 뒤틀려서 널브러져 있었고, 두 남성은 침대에서 자고 있었다. 세 번째 남성은 보이지 않았다. 정신이 없었지만 내 가방만 챙기고 얼른 그 방을 나왔다. 호텔 프론트데스크에 달려가 택시를 불렀다. 온몸이 떨렸고 입에서 이상한 금속 맛이 느껴졌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히 모르지만 조각조각 난 기억들도 공포였다. 겨우 집에 돌아왔지만 화가 났다. 2시간의 기억이 텅 비어 있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했던 걸까? 낯선 남성들의 호텔 방에 들어가다니? 너무 부끄러웠다. 아무에게도 이 이야기를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 남성들과 섹스할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그리고 약물 때문이었지만 마치 다 내 책임 같았다. ‘이런 일이 생긴 건 내가 무책임했기 때문이다’라고 생각했다. 이 일을 마음속에서 지우고 다시는 그렇게 무모한 짓을 하지 말아야지 다짐했다. 

하지만 이 일은 잊을 수 없었다. 뭘 해도 계속 생각났다. 몇 달 동안 내가 더럽게 느껴졌고 인생도 망한 것 같았다. 테라피스트와 상담했지만 그가 날 어떻게 생각할지 두려워 이야기하는 게 힘들었다. 겨우 이야기를 꺼냈지만 테라피스트는 ”왜 세 명의 남성이 있는 호텔 방에 갔냐?”고 물었다. 그 순간 난 그 자리를 바로 떠났다.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테라피스트를 만나기 전부터 백 번 넘게 떠올렸던 질문이다. 나도 내가 이해 안 됐다.  

ⓒFotografiaBasica via Getty Images

 

이런 일을 직접 겪기 전에는 나도 왜 성범죄의 피해자들이 스스로를 탓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피해자는 우선 폭행 당한 후에도 후회와 부끄러움과 죄책감을 느낀다. 그런 감정이 클수록 스스로를 탓하게 된다. 나는 ‘도덕적인 여자’라고 자부해 왔다. 잘못은 가해자가 했지만 스스로를 탓하고 미워하며 긴 시간을 보냈다. 그날 이후 밖에 나설 때마다 극도로 긴장했다. 연애를 거의 하지 않았고 그 후 3년 동안 싱글로 지냈다. 스스로를 가치 없는 사람이라고 여겼고, 남자를 불신했다. 연애를 시작하기도 전에 겁먹고 피했다. 

성추행 및 약물에 의한 성폭행에 관해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한 여성이 73초마다 성추행을 당한다. 약물에 의한 성폭행은 지난 20년 동안 꾸준히 증가하고 있었다. 가해자들은 피해자들의 음료수에 쉽게 약물을 집어넣고 있었다. 많은 피해자들이 느끼는 죄책감을 읽으며 공감했다. 

 

그날의 결정을 후회한다. 하지만 그날 일어난 범죄가 내 책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피해자로서 강간을 당했지만, 많은 이들이 죄책감에 스스로를 필요 이상으로 탓한다. 너무 많은 술을 마시고, 섹시하게 옷을 입고, 필요 이상으로 가해자에서 친근하게 굴었고, 열심히 맞서지 않았다 등 수십 가지 작은 부분에서 죄책감을 느낀다. 모든 피해자 여성에게 공감하고 연민을 느낀다.  

이미 15년 전의 일이다. 나는 용기를 내 다시 테라피스트를 찾았다. 이번에는 정말 실력 있는 상담사였다. 나는 피해자일 뿐이고, 극복할 수 있다는 걸 배웠다. 정말 큰 변화다. 매일 명상하고 운동하며 조금씩 그 일의 고통에서 벗어났다. 여전히 그날의 결정을 후회하지만, 더 이상 그날 일어난 범죄가 내 책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는 데 온전히 마음을 쏟을 거다.

몇 주 전 7년간 만난 파트너에게 심하게 학대당한 한 여성을 만났다. 그는 그가 한 행동이 남자친구를 화나게 만들었다며, 본인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게 ”술을 마시고 남자친구에게 못되게 굴었다”고 말했다. 나는 그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내 말을 들어요. 당신이 얼마나 술에 취해 있었든, 무슨 말을 했든, 그가 당신에게 한 행동은 잘못됐어요. 잘못은 그 남자가 한 거예요. 절대 당신의 탓이 아닙니다.”

 

*저자 태미 라비도는 뉴욕타임스, 레벨소사이티 등 여러 곳에 글을 쓰는 작가다. 그에 관한 더 많은 정보는 공식 트위터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허프포스트 미국판에 실린 독자 기고 글입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여성 #보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