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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올바른 성교육이 필요한 이유 : 동의와 쾌락을 배우지 못했던 나의 경험담

성교육 시간에 섹스에 동의가 필요하다거나 쾌락이 따른다는 건 배우지 못했다.

성교육
성교육 ⓒpepifoto via Getty Images

 

포르노로 배운 섹스

2000년대에 학교를 다녔던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듯, 나는 소문과 과학책으로 성교육을 받았고, 나중에는 무료 포르노를 보면서 섹스를 배웠다.

학교에서 성교육 수업을 받긴 했지만, 선생님들은 얼굴이 빨개진 채 바나나와 콘돔을 교실 앞에 서서 이리저리 흔들곤 했다. 이 수업에서 배운 것? ‘만약 임신하고 싶거나 알 수 없는 질병을 얻고 싶은 게 아니라면 섹스할 생각은 하지마’였다.

교실에서 섹스를 이야기할 때는 항상 남자와 여자가 친밀해지는 육체적 행위와 임신과 성병의 가능성이 전부였다. 섹스할 때 쾌락과 동의에 관한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다. 페니스를 질에 삽입하는 내용 이외의 다른 내용은 없었다. 당연히 성소수자와 그들의 섹스는 아예 없는 취급 당했다. 

콘돔에 끼운 바나나
콘돔에 끼운 바나나 ⓒhakule via Getty Images

누군가가 내 동의 없이 나를 만지려고 했을 때, 나는 그저 묵묵히 일어나 떠났다.

 

동의 없는 섹스

사실, 나는 항상 섹스는 남성이 여자들에게 무언가 ‘가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호기심이 많은 14살, 난 무료 포르노 세계에 빠져들었다. 그 포르노에서는 항상 여성에게 ‘널 먹을 거야, 넌 당할 거야’ 등의 말이 나왔으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생각하게 됐다. 단 한 번도 내가 나의 성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즐길 자격이 있다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나는 아직도 내가 원하지 않는 누군가와 처음 키스했을 때를 기억한다. 당시 나는 16살이었고, 우리는 하우스 파티 중 화장실에 있었다. 그 후 나는 친구들에게 그 일을 알렸고, 우리는 그 일이 아마도 괜찮은 일일 거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냥 넘어가길 그 상대도 원했고, 우리는 그 순간을 그냥 지나쳤다. 

내가 대학생이 됐을 때, 바에 줄 서 있는 동안 가끔 누군가 내 치마에 손을 넣으려 할 때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건 ‘그냥 일어난 일’이었고 나는 그 일을 칭찬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친구 집에서 자고 있을 때, 누군가가 내 동의 없이 나를 만지려고 했을 때, 나는 그저 묵묵히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

나는 똑똑하고, 독립적이며, 꽤 거리낌 없이 말하는 편이다. 나는 록산 게이(Roxane Gay) 작가의 책을 집어 들 만큼 나이가 들면서부터는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불렀다.

그러나 돌아보면, 날 동의 없이 만진 사람, ‘단지 그게 옳은 일 같아’ 만난 사람′ 등이 떠오른다. 그동안은 어렸을 때 들은 성교육 내용이 내 십대와 지금 성인인 내가 사람을 만나고 섹스할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미처 몰랐다.

 

새로운 성교육이 필요하다

이번 달부터 성교육에 변화가 있기를 바란다. 9월부터 모든 영국 중학교에서 성과 관계 교육을 의무화한다. 이는 학생들에게 아기가 어떻게 생기는지 대해 가르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성장기에 안전한 섹스와 신체 변화에 대해 배우는 건 매우 중요하다. 이들에게 무엇이 허용되고, 동의란 무엇인지, 그리고 어디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알려주는 건 그들이 나중에 성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에 대해 엄청난 차이를 만들 거다.

학생들이 배우는 내용에 나이 제한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미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무료 포르노에 접근 할 수 있는 세상에서는 말이 안 되는 얘기다.

젊은 여성과 소녀들의 3분의 2가 버스정류장, 공원, 길거리와 같은 공공장소에서 원치 않는 성적 관심을 받거나 괴롭힘을 경험한다. 그들이 그건 용납될 수 없고 참을 필요가 없다는 걸 아는 힘과 지식을 얻는 순간, 삶은 크게 변화한다. 

학교 성교육에서 가르치지 않는 섹스의 쾌감
학교 성교육에서 가르치지 않는 섹스의 쾌감 ⓒdrante via Getty Images
다양한 섹스 포지션
다양한 섹스 포지션 ⓒBigmouse108 via Getty Images

만약 성교육의 방향이 변하지 않는다면, 마땅히 받아야 할 동의와 존중 대신 세상의 이상한 태도 또한 변하지 않을 거다. 행동은 배우는 거다. 나와 친구들이 2020년에 하지 않기로 한 주요 일 중 하나는 어른으로서 더 이상 오르가즘을 속이지 않는 거다. 무료 포르노는 우리에게 섹스는 연기라는 걸 가르쳐 주었다. 그건 진짜든 아니든 파트너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기 위해 요구대로 따르라는 걸 의미한다. 

다행히 좋은 소식은 이제 젊은 성교육자, 공인 테라피스트, 상담사, 그리고 성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기존 성교육의 문제를 인지하고 힘을 모으고 있다는 사실이다. 소셜 미디어에서 아프리카 브룩(정신건강 코치), 한나 위튼(섹스 전문가), 리드 앰버, 플로렌스 바크(유튜버) 같은 사람들이 내 성적 기억을 떠올리는 게 지저분하고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또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만족스러운 일이라고 가르쳐 주는 등 소셜미디어는 성적으로 긍정적인 안식처가 되고 있다. 

 

성교육과 자아

내가 자라오면서 배운 성지식을 모두 지우고, 고통스러운 성 관련 기억을 떠올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우습게 보일 수도 있지만 나는 말 그대로 섹스를 재정의하는 방법과 내 즐거움을 우선시하는 방법에 대한 책을 읽었다. 덕분에 내가 섹스와 성을 떠올리면 연관되는 부끄러움, 무서움, 당혹감은 거의 사라졌다. 나는 이를 통해 더 자랑스럽고 더 자신감 있는 사람이 됐다.

그러나 항상 예방이 치료보다 낫다. 만약 학교가 우리 아이들에게 동의하기, 섹스의 즐거움, 그리고 누군가와 가까워질 때 느끼는 감정에 대해 가르친다면, 실제 상황에서 그런 사실을 스스로 알게 되는 충격적인 경험으로부터 구할 수 있다. 

나는 쾌락과 동의를 우선 배우는 게 자신감과 튼튼한 자아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다.

 

* 이 글의 저자 앨리스 브로스터는 프리랜서 기자다. 트위터 @alicebroster1에서 그를 팔로우 할 수 있다. 

 

*허프포스트 영국판에 실린 독자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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