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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프 성교육] "우리는 그렇게 섹스가 뭔지 알았다" (허프 5인방 경험담)

정자-난자 타령은 그만. 똑바로 아는 것이야말로 폭력을 이기는 무기다.

(*섹스를 다룬 콘텐츠이므로, 법적으로 성인이 아닌 분들은 뒤로 가기를 눌러 주시기 바랍니다.) 

성(性)은 늘 금기의 대상이었다. 유교사상을 체화한 세대는 좀처럼 성에 솔직하지 못했다. 홍길동이 아버지를 아버지라 말하지 못하듯, 아기가 어떻게 생기느냐 물으면 엉뚱한 말만 주워섬겼다. ‘다리 밑에서 주워 왔다’, ‘황새가 물어다준다’, ‘삼신할머니가 점지해준다’, ‘배꼽에서 뿅하고 나온다’…….학교 수업이라고 다를 건 없었다. ‘정자-난자 타령’만 지겹게 들었을 뿐 정작 걔네들이 어떻게 만나는지, 그 행위는 왜 하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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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금욕’을 전제로 한 성교육을 고집할 것인가. 이젠 솔직하고 합리적인 성교육을 해야 하지 않을까. 지난 9월 4일, 허프포스트코리아 뉴스룸 구성원들과 성교육을 받지 못해 난감했거나 성관계의 진실을 깨달은 순간을 공유한 건 이런 문제 의식에서였다. 누가 그랬던가. ‘과거를 기억할 수 없는 사람은 과거를 반복하게 된다’고. 스크롤을 내리는 동안 여러분도 과거여행에 동참해보시길. 뜻밖에 ‘찌찌뽕!’을 외치게 될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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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쾌감의 핵심 ‘클리토리스’를 가르쳐준 곳은 학교가 아닌 섹핑턴이었다 (전남 소도시에서 나고 자란 30대 여성 K)

″남자 고추를 여자 거기에 집어넣는다고????????” 귀여운 만화책에 푹 빠져있던 중학생 시절. 나는 ‘섹스가 무엇인지’ 한 친구에게 전해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남자에게 고추가 있는 것이야 알고 있었지만, 그게 어떻게 해서 여자 ‘거기’로 들어갈 수 있단 말이지??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그럼 우리 부모님도 그렇게 해서 오빠와 나를 낳았단 말인가??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고 했는데? 그리고 도대체 집어넣기는 왜 집어넣는 건데?? 몸과 마음이 커가며 새로운 세계가 열렸으나 내 주변에는 이런 걸 물어볼 사람도, 공간도 마땅히 없었다.

부끄럽지만 고백할 수밖에 없다. 나는 서른이 되기 전까지도 성을 잘 몰랐다. 섹스란 ‘남자 성기가 여자 성기로 삽입되는 것‘이고, ‘정자와 난자가 만나면 아기가 만들어진다’를 넘어서 알고 있는 것 자체가 별로 없었다. 특히 보수적인 소도시에서 나고 자란 나는 ‘여자가 남자랑 어울리다 몸이라도 버리면(?) 인생 끝장난다’는 식의 폭압적인 관념을 내면화해, 남자 자체를 멀리하는 것이 여러모로 안전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일이다. 자정까지 야자를 하고 어두컴컴한 길을 걸어가다 남고생 무리에게 성추행을 당한 적이 있다. 그들은 골목길에 혼자 있는 여고생을 발견하더니, 자기들끼리 작당 모의를 한 끝에, 내 교복 치마를 걷어 올리고 팬티 주변에 정액을 바른 뒤 줄행랑을 쳤더랬다. 아무리 성을 모르는 나도 그게 정액이란 건 알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해졌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면 아기가 만들어진다‘고 했는데 설마 두개가 만나버리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걔들이 정액을 바른 곳이 하필 ‘거기’ 바로 옆인데? ‘설마 그럴 리가’ 싶으면서도 제대로 아는 게 없는 데다, 주변에 물어볼 사람도 없어 하루 이틀을 진지하게 고민했다. 

2019년 '국제 여성의 날'을 기념해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시위의 한 장면. 참가 여성이 ‘모든 클리토리스는 아름답다’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2019년 '국제 여성의 날'을 기념해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시위의 한 장면. 참가 여성이 ‘모든 클리토리스는 아름답다’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Getty Images

지금 돌이켜 보면,   많은 것이 의아하다. 

왜 그 당시 나는 성추행을 신고할 생각조차 못 하고 혼자서 임신을 고민했을까. 거의 성인이 되었음에도 성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게 없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나. 왜 나는 내 몸에 붙어있는 클리토리스의 존재도 서른이 넘어서야 알게 된 것일까.(*잠깐! 섹핑턴포스트를 홍보하기 위한 건 아니고, 난 이 매체에 들어와 성에 대해 정말 많이 배웠다.) 왜 나는 피투성이 생리대 때문에 고통받으면서도 탐폰을 사용하는 게 그렇게 무섭고 어색했을까. 왜 나는 남자 성기를 중심으로 한 섹스만 해왔을까. 상대의 눈에 내 몸이 어떻게 비칠지 조마조마해하며 한 섹스들은 온전히 나의 쾌감을 위한 것이었을까. 성관계, 자위, 동의, 오르가즘, 클리토리스, 피임 등등 성에 관한 무궁무진한 주제에 대해 성장 과정에서 정확하게 교육받았더라면 어땠을까. 기본적으로 인간은 성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 아닌가? 아쉽고, 아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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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마이 갓, MRI로 본 것은 삽입과 사정의 찰나였다 (20년 전까진 '교회오빠'였던 30대 남성 H)

아기는 엄마와 아빠가 손을 잡고 간절히 ‘기도’하면 생기는 거라고 배웠다. 어릴 때는 그런 줄로만 알았다. 적어도 새가 물어다준다는 얘기보다는 그럴듯 하지 않은가? 하나님은 뭐든 할 수 있는 분이라고 하니 그 정도는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나이가 조금 더 들면서 하나님도 못하는 게 있다는 걸 알았다. 아기도 그 중 하나였다. 일단 그건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얘기였다. 교회에 안 다니는 사람은 그럼 어떻게 하란 말인가? 차라리 새 쪽이 조금 더 그럴 듯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비밀을 처음 알게 된 건 중학교 때였다. 모두가 미묘한 긴장 속에 성교육 영상을 시청하고 있었다. 알쏭달쏭한 설명과 의미를 짐작하기 어려운 애니메이션이 지루하게 이어지더니 갑자기 X레이로 보이는 장면이 등장했다. (그때는 MRI가 뭔지 몰랐다.)

삽입섹스하는 과정을 찍은 MRI(자기공명영상) 촬영본. P는 페니스, Ur은 요도, Pe는 회음, U는 자궁, B는 방광, I는 장, L5는 요추, Sc는 음낭이다.
삽입섹스하는 과정을 찍은 MRI(자기공명영상) 촬영본. P는 페니스, Ur은 요도, Pe는 회음, U는 자궁, B는 방광, I는 장, L5는 요추, Sc는 음낭이다. ⓒBMJ

‘저게 뭐야?’ 그 낯선 장면을 해석하려면 두뇌회로가 빠르게 가동되어야 했다. 깨달음은 그리 어렵지 않게 왔다. 그렇다. 그건 삽입과 사정의 순간이었다. 장렬히 뿜어져나오는 액체가 생명의 강렬함을 웅변하고 있었다. 오, 주여. 그건 분명 하나님도, 새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삽입섹스의 엑스레이 촬영본
삽입섹스의 엑스레이 촬영본 ⓒGetty Image
영화 '해피엔드' 포스터
영화 '해피엔드' 포스터

충격의 해피엔드는 해피엔드로 끝났을까? (경상도 출신 극보수 부모 밑에서 자란 81년생 여성 K)

스무 살, 처음 본 성인영화가 ‘해피엔드(전도연·최민식·주진모 주연)’였다. 서사는  기억나지도 않는다. 적나라한 섹스신에 충격 받은 나머지 밤새 잠을 못 잤다. 가슴은 벌렁벌렁, 아랫도리는 찌릿찌릿, 섹스신만 자꾸 생각났다. 그랬다. ‘해피엔드’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섹스가 뭔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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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경험담을 들려준 적은 있었으나 내 후진 상상력이 그걸 따라잡지 못했고,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은 시절이라 음란물을 접할 일도 없었다. 여자애들 또래문화는 ‘아이돌 덕질’이었지 (포르노)비디오 공유가 아니었다. 부모님은 내 쫄티 차림에도 눈을 홉뜰 정도로 보수적인 분들이었으며, 학교에서 받은 성교육이라고는 정자-난자 타령이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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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어쩌랴. ‘해피엔드’ 주인공들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엎치락뒤치락, 서로를 물고 빨며 온몸을 아밀라아제로 뒤범벅하는 모습에 기절초풍하는 수밖에.

 

아아, 해피엔드는 말 그대로 해피엔드면 좋았으련만! 안타깝게도 문제가 있었다. 인지부조화였다. 섹스의 실체를 알고 난 뒤 충격적이고 동물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야릇한 흥분을 느꼈고, 그런 나 자신이 또 싫었다. 아마 어린 시절부터 주입된 ‘여자는 몸가짐을 조심해야 한다’는 가부장적·통제적 사고가 영향을 미쳤으리라. 해피엔드 이후에도 섹스는 내게 그런 것이었다. 몸은 원하지만 머리로는 원하지 않는 것. 결국 양질의 성교육을 받지 못한 대가는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치러야 했다. 나는 밑도 끝도 없는 죄책감과 혐오감으로 섹스를 미루었으며, 다소 늦은 나이에 첫 섹스를 한 뒤 오래도록 후회했다. 너무 좋아서였냐고? 천만에. 그마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치른, 대단히 부적절한 섹스였기 때문이다.

이젠 모든 게 원통할 뿐이다. 어째서 어른들은 한낱 섹스를, 그래, 지들도 다하고 사는 섹스를 그토록 감추고 왜곡하고 억압했을까? 임신이 걱정돼서라고? 글쎄, 섹스를 알아야 피임을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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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의 그 장면은 EBS 과학 강의 또는 캔디바를 영원히 빨아먹는 모습 같았다. (초딩 시절 꽤 선진적인 성교육을 받은 30대 여성 P)

삽입 섹스를 어떻게 하는지 정확히 알았던 건 초등학교 성교육 시간이었다. 1990년대 말 경기도였는데, 당시 그 지역 초등학교 5학년은 외부 강사를 초대해 학기당 1~2시간짜리 성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했다. 그때 강사님이 틀어준 몇 분짜리 2D 애니메이션 영상에는 남자친구와 여자친구 사이인 강아지 두 마리가 등장했다.

20년 전 기억을 살려보면 성교육 애니메이션의 그림체는 대충 이런 느낌이었다. 
20년 전 기억을 살려보면 성교육 애니메이션의 그림체는 대충 이런 느낌이었다.  ⓒ영화 '어드벤처 타임: 비밀의 아일랜드(2010)’ 속 한 장면

영화 ‘어드벤처타임’과 비슷한 풍이지만 훨씬 더 간단하게 그린 애니메이션 속 강아지들은 마치 아담과 이브처럼 성기 부위에 커다란 단풍잎을 붙이고 있었다. 문득 아담이 이브에게 다가갔고, 상체를 들어 올리더니 이브의 엉덩이에 자기 아랫배를 붙였다. 화면 효과가 등장한 건 그때부터였다. 카메라가 빠르게 접촉 부위를 클로즈업하는 동시에, 이 부위를 덮고 있던 단풍잎이 투명하게 디졸브되며 그 안에서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이 정도 클로즈업 속도였다.)

선명하고 심플하게 구현된 그 장면은 마치 기계 작동 원리를 설명하는 EBS 과학 강의 같기도, 캔디바를 영원히 빨아먹는 모습 같기도 했다. 어쨌든 더럽거나, 최소한 감춰야 한다고 생각해온 신체 기관을 저렇게 자발적으로 섞을 수 있다는 사실은 그때 처음 알았다. 체위나 스토리에 대한 욕심 없이 정말 넣었다 뺐다 하는 간단한 피스톤 동작만을 그렸기에 더 확실하고 무리 없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때를 전후로 분명 인터넷이나 심야 텔레비전에서 ‘실사 영상’을 봤을 테지만, 별다른 충격이 남아 있지 않은 걸 보면 그 수업이 꽤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삽입 과정을 무리 없이 이해했다고 해서 이후 현실의 연애나 섹스가 주체적으로 흘러간 건 아니었다. 남성X여성을 벗어난 관계, 전희, 동의 같은 건 하나하나 너무 늦게 알아갔으니까. 그때 성교육 선생님 역시 존중이나 피임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알려주지 않았다. 하지만 방구석에서 야한 잡지와 야한 비디오(20세기 일이다)나 보던 남자아이들이 득실득실한 교실에서 이 정도 영상이라도 본 건 꽤 드물고 좀 대단한 일이었다. ‘성녀 혹은 창녀’로만 묘사되는 포르노 속 여자 어른들을 보던 남자아이들이, 사실 삽입이란 기계적으로는 피스톤 동작에 불과하다는 걸 깨닫지 않았을까. 대화를 나눠보지 않아 알 순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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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겨움 느끼고도 또 클릭한 아이러니: 음란물은 있고, 선생님은 없었다 (충격에 식음을 전폐한 싸이월드 세대이자 90년생 여성 T)

17년 전, 싸이월드 감성이 요동칠 때 일이다. 중학생인 나는 친구들과 ☆최강 우정☆을 싸이월드 클럽으로 뽐냈다. 내 취미는 다른 친구들의 클럽을 염탐하는 것이요, 특기는 파도 타기였다. 방문자 수에 예민한 시절이었다. 

그날도 비슷했다. 건너건너 아는 친구들의 뽀레버 우정™을 엿보던 나는 알 수 없는 메뉴를 클릭했는데, 태어나 한 번도 못 본 것을 보고야 말았다. 평소처럼 스피커 볼륨을 한껏 키운 채 말이다. (부엌 바로 옆방이었기 때문에 엄마가 들었을지 모르지만 아무 말씀하지 않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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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꽤 하드한 음란물이었다. 지금은 다 까먹어버린 영상에서 아직까지 또렷하게 기억나는 장면이 있는데, 성인 남자가 비슷한 또래 여자를 논바닥 같은 곳에 ‘패대기치는’ 모습이었다. 나는 며칠 내내 수시로 헛구역질을 했고 밥을 잘 먹지 못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역겨움을 느끼면서도 비슷한 영상이 수십 개 있던 그 메뉴를 또 클릭했다는 사실이다. 알 수 없는 이끌림 때문이었다. 몇 번 반복하다가 딱 끊었다. 갑자기 너무 싫었다. 그땐 그게 뭔지도 모르고 봤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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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뒤, 같은 반 친구가 사귀는 오빠와 잤다고 이야기했다. 호기심이 발동한 나와 친구들은 그 친구를 에워싸고 질문 폭격을 날렸다. (여중 교실이었다) ‘언제?’ ‘어떻게?’ ‘기분은 어때?’ ‘무슨 느낌이야?’ ‘엄마한테 말했어?’ 뭐 그런 것들이었다. 친구는 차근차근 대답해줬다. 우리는 쉬는 시간 10분 내내 그 친구 입만 쳐다보다가, 종이 치자 각자 자리로 흩어졌다.

올해 31살인 나는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제대로 성 교육을 받은 기억이 없다. 친구들은 다를까 싶어 몇몇에게 물어봤지만, 마찬가지였다. 그 시절 우린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친구들이랑 놀다가 주워 듣고 보는 게 성의 전부였다. 그게 뭔지도 모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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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본부가 내놓은 2019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한국 십대 중 첫 성관계를 한 평균연령은 13.6세, 성관계 경험률은 5.9%였다. 십대의 20명 중 1명은 성관계를 해봤다는 뜻이다. 의외의 결과도 아니다. 클릭 한 번이면 성 착취물(음란물)에 곧장 노출되는 세상 아닌가. 성적 호기심을 느끼는 나이도 갈수록 어려지고 있다. 초등학생 인기검색어는 ‘수학 1단원 정답’과 ‘브롤스타즈’(인기 게임)로 시작해 ‘섹스 뜻’과 ‘컴퓨터 기록 지우는 법’으로 끝난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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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교육을 제대로 하자는 건 아이들에게 포르노를 보여주자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포르노에 노출되기 전에 합리적으로 성을 알려주자는 것이다. 포르노는 대개 부적절하고 폭력적인 섹스를 다룬다. 여성이 학대, 능욕, 강간당하는 장면이 많을 뿐더러 근친상간이나 집단강간 같은 상황도 에로틱하게 연출한다. 한국에서 소비되는 대다수 포르노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물이기까지 하다. 불법 촬영물, 비동의 유포물, 딥페이크(타인 얼굴을 성적으로 합성한 것) 등이 차고 넘친다.

“포르노에서 여자의 섹스는 부당하게 사적인 용도로 공급되고, 여자의 몸은 소유된다. 여자는 사용되고, 경멸된다.”   -미국 정치운동가 안드레아 드워킨, ‘포르노그래피(여자를 소유하는 남자들)’ 중

'박사방 및 N번방' 가해자들: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조주빈, 문형욱, 안승진, 강훈, 남경읍.
'박사방 및 N번방' 가해자들: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조주빈, 문형욱, 안승진, 강훈, 남경읍. ⓒ뉴스1 원본/허프포스트코리아 편집

경찰청과 여성가족부 통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강간 피해자 중 93.5%가 여성이었으며, 디지털 성범죄 중 불법촬영 피해자도 93%가 여성이었다. 그리고 ‘N번방 사건’이 있었다. N번방 사건은 여성을 성적대상화하고 불법음란물 보기를 당연시하는 강간문화의 총체였다. 타인을 아랑곳하지 않고 제 욕심만 채우는 패턴의 음란물을 보고 자란 탓이 아니라고 어찌 말할 수 있을까? 이런 끔찍한 영상을 생각하면 여성가족부가 일선 초등학교에 배포했다가 일부의 항의로 지난 26일 회수한 ‘나다움 어린이 책’이야말로 얼마나 건강하고 담백한지 모른다. 이게 대체 뭐가 음란하단 말인가?◈

'나다움 어린이책' 시리즈 중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 일부
'나다움 어린이책' 시리즈 중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 일부 ⓒ담푸스 출판사
지난 8월25일 미래통합당 김병욱 의원이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를 비판하며 배포한 자료.
지난 8월25일 미래통합당 김병욱 의원이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를 비판하며 배포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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