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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바다 - 현철이에게

ⓒhuffpost

김지영 감독과 김어준씨에게 먼저 깊이 감사드리며 글을 시작한다. (개인적 친분이란 전혀 없으니 그저 이런 공개적 지면으로 감사함이 전달되기를 바랄 뿐이다.)

김지영 감독이 만들고 김어준씨가 제작한 <그날, 바다>는 세월호 침몰 원인을 소름 끼치도록 정확하게 설명했고, 대부분의 관객들은 영화가 설명하는 침몰 원인을 납득한 것 같다. 11일 밤, 용산 시사회에서 감독과 제작자가 무대인사를 하면서 감독은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이해가 되었는지를 걱정하는 듯했다. 관객들 대부분은 합창으로 이해되었다고 화답했지만, 한 번 더 전달하고 싶다. 수치에 약하고 조밀한 것에 무감한 나 역시도 잘 이해되었고 납득되었고, 그래서 감사했고 다시 참담해졌다고.

영화를 보고 나니 더 큰 의문이 들었다. 어떻게 (이 표현을 쓰는 것이 주저되지만) 죽였는지는 알았는데, 누가 죽였는지를 알 수 없으니 왜 죽였는지도 모른다. 순서로 보면 왜 죽였는지를 그 가해자에게 물어야 하는데, 그 누군가가 누구인지 알 수가 없다. 이 참사의 전모는 고작 십분의 일도 밝혀지지 않은 셈이다.

ⓒ뉴스1

돌이켜 보면 2014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언론은 전 국민을 스릴러물 한 편을 보는 상태로 몰고 갔다. 참사의 원인을 밝히고, 참사의 진짜 주모자 공모자를 찾아야 함에도, 뜬금없이 유병언이라는 사람이 이 참사의 주범이라도 되는 양 그를 찾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화면은 하릴없이 진도 앞바다를 보여주다가도, 유병언의 흔적이라도 발견되면 이내 카메라를 들고 쫓으며 온 국민의 관심을 그리로 몰고 갔다. 언론이 멍청함을 넘어 비윤리적이라는 생각에 분노가 자꾸 치밀었다. 결국 언론은 국민들에게 본질을 호도하고, 핵심을 보지 못하도록 적극 협조했다.

이것은 명백한 하나의 증상이다. 증상이 심각해지면 병증이 되는데, 그것은 무지로 인해 발생할 때가 많다. 증상은 선택에 의해 생긴 것이 아니라 무지한 상태에서 선택했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말이다. 우리가 무지해지도록, 언론을 조종한 자들은 누구인가, 언론을 조종할 만큼 힘 있는 자들은 누구인가? 503호는 자고 있었으니 그야말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랐을 테고, 그렇다면 깨어 있는 최고 권력자는 누구였는가? 일반 국민들은 몰라도, 권력의 언저리나 반대편에 있었던 사람들은 알 것 아닌가? 

오늘이 세월호 그날이고, 현 정부가 집권한 지도 거의 1년이 되어 간다.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유도 모르고 죽어 간 나라, 4년이 지나도록 원인도, 주동자도, 범죄의 목적에 대해서 그 무엇도 제대로 밝혀내지 못한 정부. 기다릴 만큼 기다렸으니 이제는 누가 아이들을 죽였고, 왜 죽였는지를 현 정부가 밝혀내야 할 차례다. 영화를 보면서 내내 생각했다. 왜 이런 것을 민간인이 해야 한단 말인가? 국민이 준 권력을 제대로 쓰지 않으면, 더 이상 아이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그나저나, 그날 바다에서 죽어 간 아이들의 기일은 며칠이어야 할까? 4월16일일까, 17일일까, 아니면 매일매일일까…. 아직도 머리카락 한 올로도 돌아오지 못한 현철아, 아버지랑 하늘나라에서 콩나물해장국 실컷 먹자. 미안하다. (영원히 미수습자로 남은 현철이가 생전에 가장 좋아했다던 음식은 콩나물해장국이었다. 현철 아버지는 그날 이후로 콩나물해장국을 드시지 못한다고 했다.)

* 한겨레 신문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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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사회 #정치 #세월호 참사 #그날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