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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16일, 거짓말은 이렇게 시작됐다

그가 그날 아침, 그 시간에,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뉴스1

김기춘 비서실장, 김장수·김관진 국가안보실장, 김규현 국가안보실 제1차장, 신인호 위기관리센터장. 2014년 청와대에 근무했던 이들이 28일 공문서를 허위로 꾸민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온갖 공문서에 손을 댄 이유는 단 하나였다. 2014년 4월16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늦잠’이었다.

 

조작1: 골든타임 전 보고 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박근혜는 세월호 참사 당일 배가 완전히 뒤집힐 때까지 침실에서 나오지 않았다.

오전 10시 김장수가 전화를 걸었지만 박근혜는 받지 않았다. 오전 10시20분까지 김장수는 거듭 전화했다. 받지 않았다. 오전 10시20분 김장수는 안봉근 비서관에게 전화했다. 안봉근은 이영선 행정관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관저에 도착했다. 이영선이 침실 앞에서 박근혜를 여러 차례 불렀다. 이 소리를 듣고 오전 10시22분 박근혜가 침실 밖으로 나왔다.

청와대가 규정한 ‘골든타임’은 오전 10시17분이었다. 세월호 탑승자가 마지막으로 카카오톡을 발송한 시각이었다. 대통령이 침실에 있던 시각이었다. 이 사실을 감춰야했다. 조작이 시작됐다.

골든타임인 오전 10시17분 전에 박근혜가 첫 보고를 받았어야 했다.

신인호는 그해 6월말 청와대 위기관리센터 실무자에게 최초 서면보고 시각이 오전 10시로 적힌 타임테이블 1장을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에 대한 최초 보고시각은 오전 10시로 정해졌으니 상황일지 등 세월호 사고 당시 청와대의 조치내역을 정리하는 문서에 위와 같이 기재하라.’

실무자는 지시에 따랐다. 2014년 8월 국회의원 서면질의에 대한 답변서 등 6건의 공문서에 ‘박 전 대통령이 오전 10시에 최초 서면 보고서를 받아 사고 내용을 인지했다’는 내용을 써 넣었고, 국회 등에 제출했다.

 

조작2: 골든타임 전 지시도 했다

있지도 않은 ’10시 보고‘가 생겨났으니, 있지도 않은 ‘첫 지시’도 필요했다.

김장수는 ‘오전 10시15분 지시’를 꾸며냈다. 실제 첫 지시는 오전 10시22분에 있었다. 골든타임 5분 뒤였다.

김장수는 2014년 5~7월 신인호에게 이렇게 지시했다.

‘대통령이 오전 10시15분 전화를 걸어 단 한명의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샅샅이 수색하여 철저히 구조하라는 지시를 하였으니 상황일지 등 세월호 사고 당시 청와대의 조치내역을 정리하는 문서에 위와 같이 기재하라.’

김규현과 신인호는 국가안보실 국회 대응 담당자에게 똑같이 지시했다. 실무자는 지시대로 공문서에 적었고, 국회에 제출했다.

박근혜는 오전 10시15분 김장수에게 전화를 건 사실이 없다. 그 시간에 그는 침실에 있었다. 이영선이 침실 앞에서 여러 차례 부르자 침실에서 나와 김장수와 첫 통화를 했다. 오전 10시22분이었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당일, 박근혜가 처음 한 일이었다.

 

조작3: 실시간으로 보고 받았다

정무수석실은 오전 10시36분부터 밤 10시9분까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에게 이메일로 11차례 상황보고서를 보냈다. 정호성은 오후와 저녁에 한차례씩 그때까지 수신된 보고서를 몽땅 출력해 박근혜에게 전달했다.

당시 정호성은 본관 2층 사무실에 있었다. 물리적으로 이메일을 받을 때마다 즉시 관저에 있던 박근혜에게 전달할 수도 없었다.

김기춘은 이런 사정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호성에게 이메일을 보낸 시간을 대통령에 대한 보고시간으로 간주했다. 김기춘은 국회 답변서 작성 실무자들에게 ’20~30분 간격으로 실시간으로 대통령께 보고드렸다’라고 답변서를 쓰라고 지시했다. 실무자는 지시대로 작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조작4: 청와대는 재난콘트롤타워가 아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재난분야 위기에 관한 정보·상황의 종합 및 관리 업무를 수행한다.’(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 제8조)

이 문구는 세월호 참사로 곤경에 처해있던 ‘박근혜 청와대’에게 심각한 위협이었다. 없애버리기로 했다.

2014년 7월 김기춘은 내부 회의에서 국회운영위원회가 열리기 전에 지침을 수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국회에 앞서 지침을 수정할 경우 비난이 커질 것이 우려됐다. 뒤로 미뤘다. 

7월말 내부 회의에서 김기춘이 ‘아직도 안 고쳤느냐‘고 질책했다. 김규현 신인호는 적법하게 고칠 경우 ‘책임 회피하려고 지침을 고치냐‘는 비난이 커질 것으로 봤다. 적법한 절차를 밟을 경우 빨리 고치기도 어려웠다. 개정절차를 건너뛰기로 했다. 김관진의 허락을 받아 볼펜으로 고쳤다. 65개 부처 및 기관에 ‘똑같이 고치라’고 공문을 내려보냈다.

이상이 검찰이 주장하는 ’2014년 청와대’다. 그가 그날 아침, 그 시간에, 침실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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