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시장 수조에 가득한 '방어'는 어디서 왔을까? : '횟감'으로만 여겨졌던 방어의 생애

수조 속 방어들은 먹히기도 전에 죽음을 맞는다.
횟집 수조 속 뒤집힌 방어.
한겨레
횟집 수조 속 뒤집힌 방어.

지난 12월4일 서울 마포농수산물시장 수산물매대엔 빠짐없이 커다란 “제철 대방어”가 한 마리씩 누워있었다. 이미 부위 별로 살점이 도려내진 것도 있고, 온전히 손님을 기다리는 방어도 있었다. 20여 곳 남짓한 수산물 코너 상인들은 저마다 가게 앞에 서서 “대방어, 제철이요!”를 외치고 있었다.

“올 겨울 벌써 6차 방어전을 치렀다.” 찬바람이 불자 곳곳에서 ‘방어 영접’ 후기가 들려오던 터. 배지근한 맛을 상상하며 침을 꿀꺽 삼키면서도 한편으론 궁금했다. 이 많은 방어들은 다 어디서 오는 걸까?

우연히 받아 든 사진 한 장 때문에 궁금증은 더 커졌다. 사진 속엔 커다란 방어가 제 몸집만한 작은 수조에 갇혀 있었다. 오늘이나 내일 횟감이 될 운명이지만 저렇게 좁은 곳에서 몸이나 돌릴 수 있을까. 이미 배를 보이고 누운 몇몇은 언제부터 ‘활어’가 아니게 된 걸까. 바다를 떠나 수백㎞ 떨어진 곳에서 보내는 마지막 생을 상상이나 했을까. 횟감으로만 생각했던 방어의 ‘생애’가 문득 궁금해졌다.

경북 포항시 북구 수협활어위판장에서 정치망 어선 선원이 갓잡은 어린방어를 위판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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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시 북구 수협활어위판장에서 정치망 어선 선원이 갓잡은 어린방어를 위판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겨울철 진미’ 10㎏ 대방어는 북상 중

방어는 고등어를 한 5배 쯤 확대해 놓은 것처럼 생겼다. 등은 청색이고 배는 하얗지만 속살은 참치처럼 붉다. 체고가 높고 방추형으로 생겨 항아리를 닮았다고 하여 ‘토기 항아리’(Seriola quinqueradiata, Japanese amberjack)라는 뜻의 학명이 붙었다. 방어는 몸길이가 최대 1m까지 자라는 대형 어류로 몸무게는 최대 13㎏까지 나가며 자연 상태의 수명은 6년 정도다.

겨울철 대표 횟감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제철은 11월 말~2월까지다. 이 시기의 방어는 산란을 앞두고 살이 단단해지고 지방이 많아져 부드럽고, 기생충의 우려도 적다. 이런 겨울 방어는 ‘한(寒)방어’라고 따로 부를 정도로 맛이 뛰어나다.

무게에 따라 소방어(2㎏), 중방어(2~4㎏), 대방어(4㎏이상)로 구분되는데 크면 클수록 맛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해양생물학자 황선도 박사가 쓴 책 ‘우리가 사랑한 비린내’는 “10㎏ 대방어는 10여 명이 어울려 먹어야 제 맛을 알 수 있다”고 적고 있다

연도별 방어류 어획량
한겨레/진보람
연도별 방어류 어획량

방어의 대표적 산지는 제주다. 온대성 어류인 방어가 겨울철에는 동중국해와 제주 해역에서 월동하고, 수온이 오르는 여름에는 동해로 회유하기 때문이다. 특히, 제주 서남쪽 서귀포시 대정읍 모슬포항은 마라도와 가파도 해역에서 올라오는 방어, 자리돔 등의 수산물이 풍성한 곳이다. 서귀포시는 2001년부터 20여 년 간 겨울철 ‘모슬포 방어축제’를 열어 모슬포 하면 방어, 방어 하면 모슬포가 떠오르게 됐다.

그러나 최근 5년 사이에는 강원도와 경북 지역에서도 어획량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애피가 국립수산과학원에 문의한 결과, 방어의 어획량은 최근 전반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였으며, 전반적인 어획량 증가와 함께 동해 어장의 비중이 높아지는 특징이 포착됐다.

방어 어획량은 본래 변동이 크다고 하지만 2015년 8800톤이었던 전체 어획량이 2016년부터는 매해 1만톤을 넘고 있다. 지난해엔 5년 전에 비해 2배에 가까운 양인 1만5000톤이 기록됐다. 경북 지역의 경우, 2015년 853톤이었던 어획량이 2016년 2600톤으로 늘어난 뒤 최근까지 3~4천톤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어회
GETTY IMAGES
방어회

‘겨울엔 방어’에서 ‘가을부터 방어’로

국립수산과학원은 “최근 50년 간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표층 수온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1.2℃가 높아졌다. 난류성 어종인 방어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면서 어획량이 증가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어장이동의 경우는 비교적 최근에 나타나는 특징으로, 명확한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는 먹이생물, 회유, 어업 여건 변화 등도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늘어난 어획량에 맞춰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서 유통업자들도 노력중이다. 한 때 ‘겨울엔 방어’였지만 이젠 ‘가을 방어’가 더 자연스러워졌다. 대형마트를 비롯한 유통업자, 상인들의 마케팅에 소비자들이 에스엔에스 등에서 열렬히 호응한 결과다. 대형마트는 ‘가을 방어’, ‘겨울 방어’ 할인행사를 매달 벌이고 있다. 양식업자들이 주축이 된 협회에선 방어 광고를 방송에 내보내고 있다.

‘겨울 방어’는 양식업자들에겐 한해 농사이기도 하다. 그래서 생사를 건 투쟁으로 나가기도 한다. 지난 11월27일에는 방어를 양식하는 어민단체인 ‘경남어류양식협회’는 서울 여의도에서 상경시위를 벌였다. 코로나19 경기 침체에 더불어 정부가 일본산 활어의 검역을 완화해 대량으로 수입되며 국내 양식활어 시장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유였다. 경남어류양식협회는 이날 살아있는 일본산 방어와 참돔을 길바닥에 내던져 동물단체로부터 동물학대 혐의로 고발당하기도 했다.

경남어류양식협회는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상경집회에서 정부의 일본산 활어 수입에 반대하며 방어, 참돔을 바닥에 던져 질식사 시키는 집회를 벌였다.
미래 수산TV
경남어류양식협회는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상경집회에서 정부의 일본산 활어 수입에 반대하며 방어, 참돔을 바닥에 던져 질식사 시키는 집회를 벌였다.

양식업자들에게 일본산 방어의 수입은 생사와 직결되는 문제다. 국내 방어양식은 대부분 ‘축양’의 형태로 이뤄진다. 광어와 같은 어류가 산란-부화-종자생산-성어로 양식되는 반면, 방어는 자연에서 어획된 치어를 수개월간 해상가두리에서 성장시켜 출하한다. 이 가두리 양식장이 주로 경남 통영 앞바다에 몰려있다. 주로 봄철~가을철에 동해에서 어획된 소형 방어를 수온이 높은 해상가두리에서 성장시켜 겨울철 대방어로 판매하게 된다.

또 겨울철 어획된 자연산 방어를 해상가두리에서 1~2주간 보관하는 것도 일반적인데, 이는 안정적인 가격 유지를 위해 생산·공급량을 조절하기 위함이다. 양식어민 입장에서는 수개월간 사료와 인건비를 들여 키운 방어, 참돔의 가격이 일본산 수입 영향으로 값이 떨어지고, 출하에 지장을 받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의 최근 5년간 어업생산통계를 보면, 자연에서 어획되는 방어의 비율은 93~99%에 이르는 반면 국내 양식방어는 1~7%에 지나지 않는다. 수온이나 어장이 양식에 적합한 일본과 달리 국내는 방어양식은 생산성이 투자비용에 못미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4일 마포수산물시장 수산물코너에는 상점 마다 매대에 방어를 내어놓고 있었다.
한겨레
4일 마포수산물시장 수산물코너에는 상점 마다 매대에 방어를 내어놓고 있었다.
동네 횟집 수조에는 겨울 제철을 맞은 방어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겨레
동네 횟집 수조에는 겨울 제철을 맞은 방어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좁은 수조 안 대방어 “면적·규격 규정 따로 없어”

수조 속 방어의 마지막 삶은 어떨까. 4일 마포농수산물시장 한 수조에는 몸길이가 1m는 되어 보이는 방어 두 마리가 떠 있었다. “평일이라 몇 마리 밖에 안 넣었지만 주말에는 10마리도 갖다 놓는” 수조라는 것이 상인의 설명이었다.

매일 인천 수산물 경매장에서 대형 활어차에 실려오는 방어는 수조 안에서 대략 2~3일 정도를 생존한다. 우리가 흔히 도로 위에서 마주치는 활어트럭에는 물고기의 생존에 필수적인 적정 수온 유지장치와 공기주입장치 등이 설치되어 있다. 횟집 수조에도 공기주입, 수온 유지 장치 등이 있지만 면적이나 규격에 대한 규정은 전무했다.

그나마 한꺼번에 여러 마리를 저장하기 때문에 조금 넓은 수산물시장 수조와 달리 동네 횟집 수조들은 대방어의 덩치가 안타까울 정도로 좁다. 여러 어종의 물고기들이 꽉 차 옴짝달싹 못할 것 같은 곳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수조 속 물고기들의 수에 비해 충분한 산소가 공급되지 못하면서 방어들은 먹히기도 전에 죽음을 맞게 되는 것이다.

횟집 수조 속 방어들. 공간이 비좁아 바닥에 배를 대고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한겨레
횟집 수조 속 방어들. 공간이 비좁아 바닥에 배를 대고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물고기가 느끼는 고통은 어떨까. 국립해양생물자원관 관장 황선도 박사는 동물행동학자 조너선 밸컴의 책 ‘물고기는 알고 있다’의 한 구절을 인용했다. “물고기의 통증 인식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지느러미가 없다는 이유로 인간의 수영 능력을 부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국내 단체 ‘동물을 위한 행동’ 또한 지난해부터 ‘생선에게 자유를’ 캠페인을 통해 물고기의 인지능력, 고통 등의 감각 등을 연구한 해외사례를 꾸준히 소개하고 있다.

황선도 박사는 “수조 안에서 생물이 살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만 결국 재원과 직결되는 문제다. 수조 안 물고기를 살리고자 하면 적당한 수온과 공기, 관리가 필요하다. 전기세, 물 값, 인건비의 문제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 닭, 돼지 등 가축은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를 통해 사육환경을 법률로 정하고 이곳에서 생산되는 축산물은 따로 인정하고 있다. 수산물도 ‘동물복지 수산물 인증’이 있을까. 해양수산부는 아직 수산물의 경우 농축산물보다 인프라가 미흡한 게 현실이라는 답을 내놨다.

지난 2016년 제주수산연구소가 방어의 회유경로 파악을 위해 성어 2마리에 전자표지표를 붙여 방류하는 모습.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지난 2016년 제주수산연구소가 방어의 회유경로 파악을 위해 성어 2마리에 전자표지표를 붙여 방류하는 모습.

공장식 어업 대안 : 적당히 잡아 충분히 먹는 ‘슬로 피시’

동물복지 인증은 인간에게는 안전한 축산물을 의미하지만 동물에게는 최소한의 인도적 기준이기도 하다. 해외 몇몇 국가들은 먹을 때 먹더라도 최소한의 고통을 주고자 하는 노력들을 법제화 하고 있다.

동물복지의 선진국이라 불리는 영국의 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RSPCA)는 양식 물고기의 사육·운반·도살에도 다른 가축과 마찬가지의 동물복지 기준을 적용한다. 노르웨이 또한 물고기 양식에 동물복지를 적용해 모든 물고기를 도살 전에 기절시키도록 한다.

수조 안에서 뒤집어진 방어에게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할 방법이 없겠냐는 질문에 황 관장은 ‘슬로 피시’(Slow fish)를 소개했다. 슬로 피시는 공장식 어업에 대한 대안으로 2003년 이탈리아에서 처음 시작된 국제행사로 지속가능한 어업과 소비자들의 책임있는 수산물 소비를 지향하는 운동이다.

그는 “결국은 사람 마음의 문제다. 방어를 생물자원으로 보느냐 생선으로만 보느냐에 따라 이야기는 크게 달라진다. 만약 우리가 보존해야 할 자원이라고 생각하면 함부로 잡아 생산하고, 대충 먹고 던져 버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먹방’을 과시하고, 축제에서 재미로 잡아 죽이는 것은 가장 천박한 방식의 관점이 아닐까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