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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8월 19일 16시 07분 KST

서울 서대문구 응암로의 가로수에서 안전허용기준의 700배에 가까운 농약 성분이 검출됐다

건물주는 스타벅스가 계약 해지를 언급한다며 펄쩍 뛰고 있다.

한겨레/김양진 기자
서울 서대문구 응암로엔 플라타너스 수십 그루가 길 앞쪽으로 줄지어 서 있다. 하지만 스타벅스 드라이브스루 공사장 앞의 플라타너스(빨간색 동그라미 안)만 갈색으로 변해 죽어 있다.

누군가 고의로 농약을 주입해 말라 죽은 서울 서대문구 응암로 ‘가로수 세그루’에서 안전허용기준을 700배 초과하는 농약 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구는 응암로 스타벅스 드라이브스루 공사장 앞 플라타너스 가로수 세그루가 지난 6월 말부터 잎이 갈변하며 죽어가는 것을 확인하고, 지난달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19일 서대문구 설명을 들어보면, 농촌진흥청 산하 농업기술실용화재단 검사 결과 해당 가로수 세그루의 둥치 부분에서 떼어낸 목질에서 안전허용기준의 700배 가까운 양의 ‘근사미’ 농약 성분이 검출됐다. 고사한 세 그루 옆에 서있다가 지난 6월 초 드라이브스루 매장 진입로 공사를 위해 건물주에 의해 베어진 두 그루에서도 안전허용기준의 각각 1만8천배와 6700배가량의 근사미 농약 성분이 검출됐다.

김종철 구 푸른도시과장은 “검사를 맡은 재단 쪽에서 ‘검사 장비가 망가질 정도였다’고 했다”면서 “고농도 농약의 경우 굳이 구멍을 뚫지 않더라도 나무 둥치 부분에 뿌리기만 해도 나무에는 치명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각종 연구결과를 보면 나무도 감수성이 있는 생물이다. 몇주에 걸쳐 나무를 말려 죽이는 독약을 썼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잔인한 행위이고, 보통 나무를 벌목할 때 잘 쓰이지 않는 특이한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한겨레/김양진 기자
서울 서대문구 응암로의 스타벅스 드라이브스루 매장 공사 현장 앞에 3층 높이 플라타너스 세 그루가 고사해 있다. 죽은 나무 위에 ‘수사 의뢰 중’이라는 표지가 붙어 있다.

한편, 건물주와 건물 관리인, 공사 담당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이번 가로수 훼손 사건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건물주 지난 18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매장 앞에 가로수가 사라져 가장 피해를 본 사람은 바로 나다. 가로수에 이상이 생겼을 때 내가 구청에 신고 전화를 하기도 했다. 빨리 범인이 잡혔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언론보도로 매장 운영에 지장이 많다. 이번 일이 마무리되면 손해배상 청구도 고려해 보겠다”고 말했다. ‘어떤 손해가 있었느냐’는 물음에 그는 “스타벅스 쪽에서 이번 일에 관심이 많고 계약해지까지 언급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스타벅스 쪽은 “수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 말고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도시숲법에서는 가로수 등을 훼손한 사람에게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양진 이승욱 기자 ky0295@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