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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7월 28일 17시 57분 KST | 업데이트됨 2021년 07월 28일 18시 13분 KST

서울 지하철 1~8호선 내 CCTV 설치율은 평균 29.8%밖에 되지 않는다

3호선 객실엔 CCTV가 하나도 없다.

ANDREW W.B. LEONARD VIA GETTY IMAGES
자료사진.

25일 오전 7시17분쯤 서울 용산역에서 노량진역으로 향하는 1호선 열차 안에서 20대 여성이 흉기를 든 50대 남성에게 폭행과 강제추행을 당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하철 칸에는 피해자와 가해자 둘 뿐이었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피해 다른 칸으로 옮기려하자 가해자는 피해자를 쫓아와 흉기로 위협하며 수차례 때렸다. 지하철이 노량진역에 멈춰서자 피해자는 가해자에게서 간신히 도망칠 수 있었다. 피해자는 경찰 조사에서 “역무원이 시시티브이(CCTV)을 확인하고 신속하게 도와주길 바랐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가해자 50대 남성은 사건 발생 11시간이 지나 검거됐다.

피해자가 아무리 기다려도 역무원은 오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서울교통공사와 코레일이 나눠 운영하는 서울 지하철 1호선 전동차 1279량 가운데 CCTV가 설치된 차량은 80량, 전체 6.25%에 불과하다.

 

6호선 설치율은 고작 2.56%

다른 노선보다 노후한 1호선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27일 <한겨레>가 서울교통공사와 코레일에 확인한 수도권(1∼8호선) 전동차 객실 내 CCTV 설치 현황을 보면, 전체 5156량 가운데 1541량에만 CCTV가 설치되어 있었다. 평균 설치율 29.8%이다. 노선별로 보면, 3호선을 달리는 전동차에는 CCTV가 한 대도 설치되지 않았다. 그밖의 노선 CCTV 설치율은 6호선 2.56%, 8호선 5%, 1호선과 5호선 6.25%, 4호선 8.9%였다. 반면 2호선은 97%, 7호선은 97.2%로 높았다. 노선별 설치율이 큰 차이를 보이는데 대해 서울교통공사는 “범죄와 혼잡도가 높은 2·7호선부터 우선 설치했다”고 밝혔다. 객실 내 CCTV는 원칙적으로 운전실에서 모니터링해야 하지만 기관사가 운전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고 공사 쪽은 밝혔다.

 

7년 전 CCTV 의무화, 현실은 아직

2014년 도시철도법 41조가 개정돼 전동차 내 CCTV 설치가 의무화 됐는데도 설치율이 10%를 밑도는 노선이 다수다. 전동차 객실 내 CCTV 설치 문제는 국정감사 단골 이슈이지만 개선은 더디다. CCTV 설치에 천문학적인 예산이 드는 것도 아니다. 서울교통공사는 2018년 최소 비용으로 추산했을 때 CCTV 설치비는 전동차 한 량당 880만원, 모두 74억3000만원 정도가 들 것으로 봤다. 코레일은 한 량당 1400만원, 총 86억원 정도로 추산했다. 수도권 지하철 1∼8호선을 달리는 기존 모든 전동차에 CCTV를 설치하는데 160억원 정도가 드는 셈이다. 이는 올해 서울시가 도시철도 분야에 배정한 전체 예산 7499억원의 2% 수준이다.

 

지하철 성폭력 하루 3.5건 발생

지하철에서 하루 3.5건의 성폭력이 발생한다. 경찰 통계연보를 보면, 2019년 지하철 성폭력 검거된 인원은 1294명에 이른다. 이는 ‘검거’ 인원이다. 성범죄 피해를 입었지만 신고하지 않은 경우, 신고를 했지만 경찰이 검거하지 못한 경우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통계에 잡힌 지하철 성폭력 발생 건수는 실제 발생한 성폭력 건수보다 적을 가능성이 높다.

지하철 성범죄의 특성과 패턴을 고려했을 때 객실 내 CCTV 설치는 범죄 예방, 범죄자 검거를 위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노성훈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논문 ‘지하철범죄 예방전략’(2012, 김학경 공저)에서 “잠재적 가해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지하철 전동차 내부는 피해 대상의 이동이 제한되고, 일정 시간 동안 피해자가 정지해 있다는 점에서 범행에 유리한 조건이 된다. 현재 지하철 CCTV의 대다수가 안전사고 예방에 초점을 맞추어 승강장이나 에스컬레이터 주변에 집중돼 있는데, 실제 성범죄가 발생하는 곳은 지하철 객실 내부인 경우가 대다수인 만큼 객실내 CCTV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노 교수는 <한겨레>에 “코로나19로 지하철 내부에서 성범죄 뿐 아니라 각종 폭력 시비, 무질서 행위가 빈발하는 만큼 전체적인 안전 확보 차원에서도 차량 내 CCTV를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여성들은 오늘도 불안한 채로 지하철에 오른다. 지하철 5호선을 타고 출퇴근하는 직장인 유아무개(32)씨는 “언제든 스마트폰으로 동영상 녹화와 음성 녹음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지하철을 탄다. 사적 공간에서는 불법촬영 카메라를 피하느라 진빠지고, 지하철 같은 공적 공간에서는 CCTV가 없어 불안에 떠는 게 대한민국 여성이 겪는 일”이라고 말했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