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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 업무추진비로 찾은 광화문 ‘공무원 맛집’ 5곳

행안부 공무원들이 세 번 이상 찾은 곳만 추려봤다.

광화문 한정식집 ‘지혜’의 영광굴비와 된장찌개. 
광화문 한정식집 ‘지혜’의 영광굴비와 된장찌개.  ⓒ‘지혜’ 공식 인스타그램

서울 강북 미식가들의 천국이자 관공서 밀집 지역인 광화문 일대의 공무원들은 무엇을 먹을까요?

지난 1월 디시인사이드에는 ‘블로그 SNS 거르고 맛집 찾는 법’이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홍보성 글이 넘치는 블로그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아니라, 공무원들이 찾는 맛집을 가야 미식을 즐길 수 있다는 취지의 글입니다. 이 글에서 글쓴이는 “사는 지역의 관공서 누리집에 가면 2급~5급 공무원들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이 엑셀 파일의 형태로 올라와 있는데, 이 파일에 결제 장소와 결제 금액이 공개되어있어 해당 파일을 살펴보면 진짜 맛집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글쓴이는 이어 “장관-차관-3급 고위 공무원들은 민원인하고 회의하고 공청회하고 롯데리아, 김밥천국, 이삭 토스트에서 사 먹지 않는다”며 “5~6급만 되어도 체면이 있어서 깔끔하고 정갈하고 사람 붐비지 않는 가격대가 적당한 그런 맛집을 찾게 되어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글쓴이의 말처럼 정보공개법 제7조는 예산 집행의 내용과 사업평가 결과 등 행정감시를 위하여 필요한 정보를 정기적으로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각 중앙부처 및 관공서의 정보공개를 관장하는 행정안전부는 ‘사전정보공표 운영 가이드’를 통해 각 기관의 업무추진비를 사전정보공표 목록에 포함해 누리집에 게시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다만 모든 관공서가 이를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앙부처, 시·도, 시·군·구, 자치구, 교육청, 교육지원청, 공공기관 별로 공표 항목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중앙부처의 경우 업무추진비의 ‘목적, 대상 수, 금액, 사용방법’을 공개하라고 권고하고 있어 정부 서울종합청사에 있는 고위급 공무원들이 즐겨 찾는 광화문 맛집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사용처’가 의무 공개사항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시·도청의 경우에는 사용처를 공개하게 되어있지만, 권고 사항일 뿐이라 금액과 사용 목적만을 공개하는 곳도 많습니다. 정부 기관의 정보공개를 통해 투명사회를 추구하는 정보공개센터의 설명에 의하면 “지자체 중에선 서울과 경기도 지역이 비교적 열심히 공개하고 있다”고 합니다.

행정안전부 장·차관 직속실이 자주 가는 맛집.
행정안전부 장·차관 직속실이 자주 가는 맛집. ⓒ행정안전부.

그렇다면 고위 공무원들이 즐겨 찾는 광화문 맛집은 찾을 수 없는 걸까요? 다행히 정부 서울종합청사 입주 부처 업무추진비 공개 현황 가운데 행정안전부와 여성가정부 두 부처가 업무추진비 사용처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여성가족부는 ‘사용처’를 공표 항목에 포함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번 맛집 조사에서는 행안부의 장·차관, 장·차관 직속 기관 사용처 가운데 공개된 최근 3개월 치, 그중에서도 세 번 이상 찾은 곳만 추려봤습니다.

행정안전부 장·차관이 자주 가는 맛집.
행정안전부 장·차관이 자주 가는 맛집. ⓒ행정안전부

1. 지혜

광화문 한정식집 ‘지혜’의 수수부꾸미. 
광화문 한정식집 ‘지혜’의 수수부꾸미.  ⓒ‘지혜’ 공식 인스타그램.

행안부 공무원들이 가장 자주 찾은 곳은 ‘지혜’라는 한정식집입니다. 장·차관 및 장·차관실 카드 사용명세를 보면, 지난해 11월부터 1월까지 9번이나 이 집을 찾았습니다. 서울지방경찰청 서쪽 한옥 골목에 있는 이 깔끔한 한정식집은 가끔 검은 세단들이 줄을 지어 서 있을 정도로 유명한 식당입니다. 지혜 쪽은 “보통 정식을 드시는데, 때에 따라 메뉴가 바뀐다”며 “다만 수수부꾸미는 항상 나가는데, 다들 좋아하신다”고 밝혔습니다. 수수부꾸미는 찹쌀가루와 찰수수가루를 뜨거운 물로 반죽해 동글납작하게 빚은 뒤 여러 가지 소를 넣어 반달 모양으로 접어 기름에 지진 떡입니다.

2. 궁수사

궁수사는 ’경희궁의아침’ 3단지에 있는 일식집으로 사시미 코스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곳입니다. 최근 본격적인 스시나 사시미 코스요리들이 전문점에서 점심 기준 7만원대를 돌파하고 있는데요. 이 집은 점심이 3만원 이하입니다. 법인카드가 허락하는 한도에서 최대한 격식을 차릴 수 있는 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행안부의 장·차관실, 장·차관 직속 기관 등에서 지난 석달 동안 모두 5번을 찾았는데, 궁수사 쪽은 “가게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룸이 따로 있어서 행안부 손님들이 자주 찾는 편”이라 밝혔습니다.

3. 곰국시

서울 무교동 ‘곰국시집’의 전골국수.
서울 무교동 ‘곰국시집’의 전골국수. ⓒ한겨레

곰국시는 무교동에 있는 31년 된 노포로 무척 유명한 곳입니다. 이 집의 주력 메뉴인 곰국시는 소 육수에 끓인 칼국수를 말합니다. 닭육수나 바지락 육수를 넣은 칼국수와는 또 다른 별미죠. 지닌 석달 동안 행안부의 장·차관실, 장·차관 직속 기관 등에서 모두 5번 이 곳을 찾았는데 곰국시 쪽은 “근처에 있는 신문사 직원이나 공무원들이 자주 오시는 것 같다”며 “전골국수나 수육을 시키는 손님들이 많다”고 밝혔습니다.

4. 곰솔

곰솔은 서촌에 있는 10여년 된 한정식 집으로 공무원들 사이에서 꽤 유명한 곳입니다. 허름해 보이지만 알찬 찬이 나오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곰솔 쪽은 “행안부에서 자주 찾는 줄 몰랐다. 다른 분들이랑 섞여 온 것 같다”며 “한정식 집이라 특별하게 즐겨 찾는 메뉴가 따로 있지는 않다”고 밝혔습니다.

5. 광화문 아띠

광화문 아띠에 입점한 바심의 전갈낙탕.
광화문 아띠에 입점한 바심의 전갈낙탕. ⓒ광화문 아띠 인스타그램

광화문 아띠는 세종문화회관 지하 1층에 위치한 식당가를 통칭하는 말로 설가온(한정식), 라피아짜(이탈리안), 친니(중식당) 등 6개 매장이 있습니다. 광화문 근처에서 메뉴 선택에 어려움을 느낄 때 찾으면 좋은 식당입니다. 행안부 직원들은 조사기간 중 라피아짜, 친니, 바심 등을 찾았습니다.

이 밖에도 조사에 포함된 행안부 장차관 및 장차관직속기관 소속 공무원들은 국제호텔에 있는 뷔페 두메라, 추어탕집 노포 용금옥, 박광일 참치, 금강산 등을 자주 찾았습니다.

한편, 정보공개센터는 “시청이나 구청 등 지자체의 경우엔 사용처와 사용인원까지 상세하게 올리는 경우가 많은 반면, 행안부 및 몇몇 정부 부처를 제외한 중앙부처는 사용처를 표시하지 않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라며 “행안부가 중앙부처의 업무추진비 공개 권고사항에서 사용처를 뺀 것 역시 팔이 안으로 굽은 것이 아닌가 싶다. 공개하기 힘든 비용은 특수활동비로 사용하면 된다. 업무추진비의 사용처를 몇몇 특수 부처를 제외하면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올해부터 사용처를 공개 중인 여성가족부의 담당자는 “사용처까지 공개하는 게 더 낫지 않겠냐는 민원이 있어서 올해부터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정부종합청사 주변의 다른 관공서를 살펴보니 서울시청과 서울지방경찰청 역시 매우 자세히 업무추진비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관공서들이 사용처를 공개해 국민들과 맛집 정보를 공유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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