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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산하기관 대표가 박원순 성추행 피해자 측에 "살의 느낀다"는 글을 올렸다

박영승 서울산업진흥원 대표가 페이스북에 2차 가해성 글을 연달아 올렸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발인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발인 ⓒ뉴스1

서울시청 산하 출연기관인 서울산업진흥원의 현직 대표가 고 박원순 전 시장 성추행 관련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성 글을 연달아 올려 논란이 되고 있다. 피해자 측에 ”살의를 느낀다”고 적기도 했다.

장영승 서울산업진흥원 대표이사는 23일 페이스북에 피해자를 ‘고소인’으로 지칭하며 ”시장님이 과연 사과를 하지 않으셨을까?”로 시작하는 글을 올렸다.

피해자 법률대리인 측이 기자회견을 연 22일에는 ”분노를 넘어 살의마저 느껴”졌다며 ”우리나라의 여성운동은 끝났다”고 적었다.

그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들은 ‘2차 가해’의 전형을 보여준다. 박 전 시장이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사실을 알고 극단적 선택을 하기 까지의 타임라인을 자의적으로 재구성해 되레 고인을 피해자로 둔갑시키는 식이다. 피해자에게는 ‘편이 돼 드리겠다’고 선심을 쓰며 모습을 드러낼 것을 종용하기까지 한다.

 

″시장님이 과연 사과를 하지 않으셨을까?” 

시장님이 과연 사과를 하지 않으셨을까?

고소인과 대리인은 고소를 한 이유가 법에 저촉되는 행위인지 알고 싶었던 것이었고 단지 사과를 받고 싶었을 뿐이었다고 밝혔지만 과연 시장님이 사과를 하지 않으셨을까?

나는 시장님은 여러 정황상 잘못을 인지하셨더라도 사과를 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던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박 전 시장은 피해자에게 사과를 했을 것이고, 사과를 못 했다면 기회조차 얻지 못한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 장 대표의 가정이다.

글쓴이 역시 ‘사과‘와 ‘잘못‘이라는 표현으로 박 전 시장의 혐의를 일부 인정하고 있다. 이 사건의 논점이 박 전 시장의 사과 여부가 아님을 차치하고, 장 대표의 말에 따르면 박 전 시장이 사과를 했으면 됐을 일이다. 그런데 왜 사과를 요구한 사람들이 ‘기회를 주지 않은 박정한 사람’이 돼 버린 것일까?

 

″그들은 삶을 정리할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

나는 그 전날까지 아니 당일날 새벽까지도 시장님과 텔레그램으로 정상적으로 업무 연락을 했다. 그리고 대리인이 밝힌 타임테이블로만 봐도 고소행위 그리고 검사면담요청 그리고 언론에서의 인지시점은 거의 동시에 진행되었다.

그들은 시장님께 사과를 할 여유뿐만 아니라 삶을 정리할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 구겨진 A4용지에 작성된 짤막한 유서를 읽으며 느껴지는 그 급박함에 나는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당일까지 박 전 시장과 업무 연락을 했던 건 장 대표 뿐만이 아니다. 고인과 생전 마지막 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진 건 고한석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이다. 또 피해자의 고소와 검사 면담 요청, 언론이 이 사실을 인지한 시점이 거의 동시였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래서?

장 대표는 박 전 시장이 피소 사실을 안 지 하루 만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에 대해 피해자 측이 사과를 할 여유와 삶을 정리할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 전 시장의 극단적 선택이나 그 시점은 피해자가 정한 것이 아니다. 박 전 시장이 사과를 할 기회는 피해자가 4년 동안 얼마든지 있었다.

 

″언젠가는 고소인이 언론에 직접 등장하겠지만”

어제의 기자회견을 통하여 나는 대리인을 포함한 그들의 초조함을 보았다. 기자회견을 통하여 고소인은 앞으로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던데 지금 상황에서 고소인이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아마 언젠가는 고소인이 언론에 직접 등장하겠지만 오랜 시간 시장님을 존경해왔던 사람으로서 시장님이 떠난 슬픔만큼 고소인에게 죄송스러움과 미안함을 전하며 감히 고소인에게 조언을 한다면, 인간의 행복함이란 삶의 진정성과 진실함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편이 되어드릴터이니 용기를 가지시라. 우선 대리인을 내치시라. 그리고 시장님을 시민의 마음속으로 돌려보내주시라.

장 대표는 전날 피해자 측이 기자회견에서 초조함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고 한 피해자의 말에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라고 첨언한다. ‘인간의 행복함이란 삶의 진정성과 진실함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는 뜻모를 조언까지 덧붙인다.

또 ‘언젠가는 고소인이 언론에 직접 등장하겠지만’이라는 압박도 있다. 김지은씨와 서지현 검사가 얼굴을 드러내고 성폭력 피해를 털어놓은 건 용기지만 당연한 것은 아니다.

장 대표가 이 글에서 피해자 측에 달라고 요구한 건 ‘박 전 시장이 사과를 할 기회와 여유‘, ‘박 전 시장이 삶을 정리할 시간‘, ‘기자회견으로 뺏은 애도의 시간‘, ‘박 전 시장’ 등이다. 그러면서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를 내치면 편이 돼 주겠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기자회견 당일에도 “기자회견을 보다가 중단했다. 분노를 넘어 살의마저 느껴졌기 때문”이라면서 “김재련은 여성단체 대표들을 들러리로 세워놓고 기자회견내내 자기변명을 하고 있었다. 비겁하면서도 사악하다”고 김 변호사에게 맹폭격을 가했다.

이어 “이제 우리나라의 여성운동은 끝났다”고 한 그는 “썩은 언론과 김재련 변호사가 힘을 모아 박원순 시장의 죽음을 능멸하고 있다”, “공소권도 없어진 (성추행)사건의 피소사실을 누가 언제 알았느냐가 지금 왜 중요한가?” 등의 언급을 했다.

장 대표는 박 전 시장 재직 중인 2018년11월부터 서울시 중소기업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서울산업진흥원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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