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빠진 친구를 구조하는 과정에서 숨진 남성을 의사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박양준 부장판사)는 친구를 구하다 숨진 A씨의 부인이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의사자로 인정하지 않은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7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8월 회사 스킨스쿠버 동호회 활동을 위해 회사 동료들과 함께 강원도의 한 해수욕장을 찾았다. 이 자리에 지체장애인 B씨가 A씨의 초청으로 동행했다.
두 사람은 물놀이 중간 중간 술을 마셨고, 음주 상태로 바다에서 스노클링을 했다. 그러던 중 B씨가 바다에 빠졌고, A씨는 B씨를 구조하다 익사했다. 이듬해 2월 정부는 국민추천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A씨에게 국민추천포상(국무총리표창)을 수여했다.
지난해 4월 A씨의 부인은 보건복지부에 A씨를 의사자로 인정해달라 신청했다. 의사자란 직무 외 행위로 구조행위를 하다 숨져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의사자로 인정한 사람을 뜻한다.
그런데 복지부는 의사상자법에 따르면 A씨를 의사자로 볼 수 없다며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가 사고 전 B씨와 함께 술을 마셨고, 음주 상태로 바다에 입수하려는 B씨를 저지하지 않은 등 위험한 상황을 발생시킨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해 10월, A씨의 아내는 복지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다.
쟁점은 B씨가 위험에 처하게 된 원인을 A씨가 제공했는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음주 수영 자체의 위험성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술을 마신 이후에도 A씨와 B씨가 세 차례 정상적으로 스노클링을 한 이상, 술을 마신 행위 자체가 위해 상황을 야기한 직접적인 원인이라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적극적으로 술을 마시자고 권하거나 술을 마신 뒤 바다 수영 또는 스노클링을 하자고 부추긴 사정이 없는 이상, B씨가 바다에 들어가는 것을 막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A씨가 B씨를 위험에 처하게 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고로 이어진 마지막 바다 입수는 B씨가 혼자 한 것이거나 먼저 앞서 나간 것으로 보인다”며 “A씨가 물에 들어가자고 적극적으로 종용했다고 볼 사정이 없다”고 말했다.
B씨가 몸이 불편해도 수영 실력이 있다는 점도 판단의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B씨가 사고 당일 스노클 장비를 빌려 바다에서 20분 동안 50~60m를 유영할 정도로 기본적인 수영 실력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복지부는 판결에 항소했다. 사건은 서울고등법원에서 다시 판단을 받게 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