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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2월 22일 14시 12분 KST | 업데이트됨 2021년 02월 22일 14시 14분 KST

“누군가에게 아픔을 주고 행복을 얻었던 순간이 있었겠지" : 배우 서신애는 피해 사실을 꾸준히 알려왔다

‘저격’이 아닌 ‘피해 사실’만을 알려온 서신애.

뉴스1
배우 서신애

누군가에게는 ‘상처’일 수 있다는 생각도 없이 저질러서일까. 가해자는 자신이 남에게 입힌 피해를 잘 기억하지 못한다. 그것이 ‘잘못’이란 사실도 인지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피해 사실은 피해자 스스로 끊임없이 입증해야 한다. 받은 상처는 혼자 회복해야 할 몫으로 남는다. 

배우 서신애가 그룹 (여자)아이들 수진에게 당한 피해자 중 한 명으로 지목됐다. 두 사람은 같은 중학교 출신으로, 동창의 일부 주장과 서신애가 했던 과거 인터뷰 내용이 일치하면서 가해자-피해자 관계였다는 사실에 무게가 실렸다. 

온라인 커뮤니티
온라인 커뮤니티 수진 폭로글 일부 / 서신애 2012년 인터뷰 비교

21일 수진의 가해 의혹이 커지자 서신애는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변명의 여지가 없다”(none of your excuse)는 의미심장한 글을 남겼다. 수진은 22일 직접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그는 어린 시절 방황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남을 때린 적도 물건을 뺏은 적도 없다. 서신애와는 학창 시절 대화를 나눠본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일찍 연예계 활동을 시작한 서신애는 여러 매체 인터뷰를 통해 초, 중학교 재학시절 겪었던 아픔을 털어놓은 바 있다. 따라서 그는 남들보다 어두운 사춘기를 보냈고, 극복하는 데 5년이 걸렸다. 가해자가 누구인지는 지목하지 않았다. 학교 이야기를 담은 작품에 출연하며 피해를 알리고 소신 발언을 해왔을 뿐이다. 지난 2013년에는 MBC ‘여왕의 교실’ 출연진들과 함께 관련 홍보대사로 위촉되기도 했다. 그의 외침이 이제서야 재조명됐다.

KBS2/Youtube
KBS2 드라마스페셜 'SOS' / 웹드라마 '날아올라' 캡처

서신애는 2012년 KBS 2TV 드라마스페셜 ‘SOS’에서 극 중 학교 짱을 존경하는 마음에 절친한 친구에게 나쁜 짓을 행하며 일진이 되는 중학생 방시연 역을 맡았다.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MBC ‘지붕뚫고 하이킥’ 출연 당시 놀림을 받았다고 털어왔다. 서신애는 “아이들이 나에게 빵꾸똥꾸, 신신애라고 놀리거나 ‘연예인 나가신다. 비켜라’라고 말하곤 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어 “중학교에 가서도 놀리는 선배들이 있다. 제가 거지가 아닌데도 거지라고 놀린다”고 털어놨다.

이어 “방시연을 연기하면서 친구를 못살게 구는 연기를 하는 게 힘들었다. 많이 서툴고 어색하긴 해도 많은 것을 느꼈다. 이런 일이 더는 안 생겼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서신애는 학교에서 벌어지는 실태도 언급했다. 그는 “자신이 들어가고 싶은 무리를 고르면 신고식을 치러야 한다. 외진 곳으로 불려가 선배들에게 밟히고 찢긴다”며 “그래서 나도 이 작품에 임할 때 ‘나도 신고식을 하나?’란 생각에 무서웠다”고 밝혔다.

이후 2016년 JTBC 드라마 ‘솔로몬의 위증‘, 2017년 웹드라마 ‘날아올라’ 등 교내 문제를 다룬 작품에 참여했다. ‘날아올라’는 학교 내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적나라하게 그려낸 드라마다. 친구들에게 상처받은 피해자들이 트라우마를 극복해 나아간다는 희망적인 메시지가 담겼다.

서신애는 2017년 해당 작품 출연을 앞두고 “날이 갈수록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는 이 소재는 연기할 때마다 매번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며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면서 실제 피해자분들의 마음의 상처를 조금이나마 헤아려보는 시간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해자분들이 입은 상처를 연기로 풀어낸다는 것이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날아올라’가 피해자 입장을 대변하고 사회에 경각심을 불러 일으킬만한 드라마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연기하겠다”고 전하기도 했다.

스포츠 선수건 연예인이건 학창시절 가해 이야기가 연일 터져 나온다. 폭로 글이 올라오고 몇 시간 내에 소속사 입장이 올라온다. 입장은 역시나 ‘사실무근’, ‘법적 대응’. ‘중립 기어’ 박아놓은 사람들은 소속사 측 변론이 나오고 나서야 “뜨니까 폭로하네”라는 반응을 보인다. 물론 글 내용이 전부 사실이라고 단정짓긴 힘들다. 그러나 우리는 피해자들이 원하는 것이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 뿐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기억이 나지 않지만 미안하다”는 말은 사과가 아니다. 피해 사실을 알리며 사회가 경각심을 가질 수 있게 노력해 왔던 서신애가 쓴 에세이 내용이 지금 더 크게 와닿는 이유다.

문득 나 역시 그런 사람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많은 인간관계에서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누군가에게는 상처를 주고 피해를 주고 힘들게 해놓고 나는 그 결과로 행복을 얻었을 수도 있겠구나. 결국 모든 일에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기분 나쁠 일이라면, 상대방 역시 기분 나쁜 일일 것이라는 배려 말이다. 나 역시 그런 사람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 서신애 에세이 <마음의 방향> 중

한편 서신애의 친구 A씨는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는 사자성어를 올렸다. ‘사필귀정’은 ‘무슨 일이든 반드시 옳은 이치대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이소윤 에디터 : soyoon.lee@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