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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8월 26일 16시 53분 KST

뒷사람까지 나온 셀카, 과연 '초상권 침해'일까?

‘셀카’가 일상이 된 상황에서 이런 불안은 근거가 있다.

Richard Baker via Getty Images

직장인 김아무개(29)씨는 최근 야구장에 갔다가 앞 좌석 커플의 ‘셀카’ 때문에 불쾌한 일을 겪었다. 두 사람이 휴대전화로 셀카를 찍는데, 뒤에 앉은 자기 얼굴도 화면에 잡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여러 사람이 오밀조밀 모인 야구장이라 ‘사진을 찍지 말라’고 말하기 어려웠던 김씨는 고개를 숙이거나 부채로 얼굴을 가리며 카메라를 피했다. 김씨는 “평소 인터넷에 내 사진을 올리는 걸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앞사람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내가 나온 사진을 올리지 않을까 걱정됐다”며 “허락 없이 내가 나오는 사진을 찍고 올리는 것도 ‘불법촬영’ 아니냐”고 말했다.

‘셀카’를 각종 에스엔에스에 올리는 일이 늘어나면서 의도치 않게 ‘배경’으로 등장한 경험이 있는 이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초상권 침해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사실상 전 국민이 카메라를 들고 다니고 ‘셀카’가 일상이 된 상황에서 이런 불안은 근거가 있다.

실제 사진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에스엔에스 ‘인스타그램’에 ‘풍경’,‘ 여행’ 등의 해시태그로 검색해보면 타인의 얼굴이 잘 드러나게 찍어놓고 가리지 않은 채 그대로 올리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뒷사람_미안’, ‘뒷사람_시강(시선강탈·뒷사람이 시선을 뺏는다는 뜻)’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사진을 올리는 이들도 있다. 직장인 이아무개(30)씨는 “바닷가에서 어떤 사람들이 셀카봉을 들고 근처에 있는 사람들 얼굴이 다 나오게 셀카를 찍기에 ‘조심해달라’고 했더니 ‘인터넷에 안 올리고 우리끼리만 볼 거다’며 도리어 짜증을 냈다”며 “진짜 안 올릴 건지 알 수가 없어서 집으로 돌아와 관련 에스엔에스를 실시간으로 검색하며 (내 사진이 올라왔는지) 찾아봐야 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진이 많이 찍히는 가게 등에서는 가게 안 사진을 찍는 이들에게 주의를 시키는 경우도 있다. 고풍스러운 인테리어로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자주 등장하는 서울 성동구의 ㅎ카페는 사진을 찍는 손님들에게 ‘직원 얼굴 나오지 않게 촬영해 달라’고 부탁한다. 카페 관계자는 “해시태그로 우리 카페를 검색하면 직원 얼굴이 그대로 나오는 사진이 많이 나온다. 직원들이 원치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손님들에게 일일이 부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구 ㅁ미용실에서 일하는 ㄱ(27)씨는 “머리를 할 때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찍으면서 디자이너까지 나오게 사진 찍는 고객들이 있다. 손님들이 기분이 상할까 걱정되면서도, 싫은 것은 싫은 것이기 때문에 ‘인터넷에 올릴 거면 내 얼굴은 꼭 모자이크해달라’라고 부탁한다.”라고 말했다.

‘셀카’가 목적이라고 하더라도 제3자가 선명하게 찍힌 사진을 동의없이 에스엔에스에 올리는 경우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누구인지 인식할 수 있는 상태로 (타인의 허락 없이) 사진을 찍었다면 초상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그로 인해 인격권 침해 등의 손해를 입었다면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