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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의 '질' 고민해야 하는 시점 : 편의점 무인점포·키오스크 늘면 일자리가 정말 줄어들까?

일부 업종에선 로봇이 노동자들의 기피 업무를 대체할 수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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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사진 ⓒ한겨레 국제로봇연맹(IFR) 제공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야간시간대 편의점 무인화와 인공지능(AI) 자막 번역 일자리를 추천해 연일 ‘청년 일자리 킬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로봇의 도입과 일자리 감소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가 시작 단계인 상황에서 ‘로봇이냐 사람이냐’ 같은 이분법적 논쟁으로는 4차 산업혁명 대응과 일자리의 질에 대한 고민을 담은 정책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근 국내에선 키오스크나 산업용 로봇이 도입된 업종의 고용이 수치상 ‘소폭’ 감소했다는 연구결과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경제학)가 지난해 12월 한국노동연구원에서 발표한 ‘키오스크 확산이 외식업 고용에 미치는 영향’ 자료를 보면, 서울 소재 외식업체 357곳을 조사한 결과 키오스크(무인주문기)를 도입한 업체는 매출이 6% 늘어난 반면, 고용 감소는 0.23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한국은행이 공개한 ‘산업용 로봇 보급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도 2010~2018년 국내 자동차·전자부품 업종 등을 분석한 결과 종사자 1천명당 로봇 한 대가 증가할 경우 종사자 수 증가율은 0.1%포인트, 실질임금 상승률은 0.3%포인트가량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현재까지의 연구결과를 두고 로봇의 도입이 전체 고용에 끼치는 영향을 단정적으로 얘기하기는 어렵다는 게 연구자들의 평가다. 산업용 로봇 관련 연구를 진행한 이병호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조사역은 “이번 연구에서 빠진 서비스용 로봇은 2018년 기준 산업용 로봇보다 글로벌 판매규모가 5배 이상 많지만, 관련 통계가 없어 고용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기 어렵다”며 “로봇 도입으로 등장한 새로운 산업이 창출하는 고용 효과 또한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에 참고용 자료인 셈”이라고 선을 그었다.

국제로봇연맹(IFR) 자료를 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 제조업 종사자 1천명당 로봇 운용 대수를 뜻하는 ‘로봇 밀집도’는 77.4로 싱가포르에 이어 세계 2위다. 국내 산업용 로봇은 전체의 34%가 자동차 업종에서 활용되고 있고, 전기·전자 부문의 비중도 33%가량을 차지한다.

그러나 자동차, 전자부품 등 일부 업종을 벗어나면 ‘로봇이 대체할 수 없는 일’은 여전히 많다. 대표적인 것이 택배 물류센터다. 최근 미국의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최대 23㎏의 중량을 한 번에 들어 올릴 수 있는 물류로봇 ‘스트레치’(Stretch)를 공개했지만, 규격화된 물류와 달리 크기와 무게 등이 다양한 택배업계에선 적재 업무를 기계로 대체하기 어렵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사람은 (택배를 들었을 때) 물건의 종류와 재질을 직관적으로 알지만, 로봇은 그걸 다 인지하지 못한다. 아직까진 센서 기술의 수준이 높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부 업종에선 로봇이 노동자들의 기피 업무를 대체해 고용이 늘어나는 ‘보완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지만, 새로 생긴 일자리의 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월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2017년 일본 요양원 860여곳을 조사한 결과 ‘간병로봇’을 도입한 이후 업무 부담이 줄어들면서 이직이 줄고, 서비스가 확대돼 간병인과 간호사 등 전체 직원 수가 26% 증가했다. 하지만 신규채용 인원의 대다수는 비정규직이었다. 홍성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과학기술인재정책센터장은 “사람보다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하는 걸 더 편하게 여기는 청년들의 사례처럼 로봇의 도입이나 자동화는 단순히 이분법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지금은 이로 인해 피해를 볼 수 있는 사람들을 앞으로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사회적 제도의 변화를 고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주요국 로봇밀집도
주요국 로봇밀집도 ⓒ한겨레

 

한겨레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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