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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5월 28일 15시 06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5월 28일 15시 35분 KST

해상 부유식 원자력발전소가 북극으로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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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해상 원자력발전소 아카데믹 로모노소프(Akademik Lomonos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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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세계 최초의 해상 부유식 원자력발전소입니다. 바다 위를 둥둥 떠다니는 이 원자력발전소는 지금 북극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지금 들려드릴 얘기는 농담이 아닙니다. 공상과학소설 속 이야기도 아닙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서 실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러시아 국영 원자력 발전회사 로사톰(Rosatom)은 세계 최초의 해상 부유식 원자력발전소 ‘아카데믹 로모노소프(Akademik Lomonosov)’를 만들었습니다. 현재 이 핵발전소는 북극을 향한 5,000km의 항해를 앞두고 발트 해를 통과해 스칸디나비아 반도와 무르만스크 인근에서 연료를 공급받고 시운전을 하게 됩니다. 로사톰은 앞으로도 이러한 해상 원자력발전소를 더 만들어 중국, 인도네시아, 수단 등에 판매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북극처럼 극한 환경에서 석유 시추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둥둥 떠다니는 원자로는 더욱 위험할 수 있습니다. 여기 5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1. 예고된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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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해상 부유식 원자력발전소는 떠다니는 체르노빌과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북극해를 가로지르며 둥둥 떠다니는 이 핵발전소 속 원자로들은 북극과 같은 자연 그대로이면서 파괴되기 쉬운 환경에 충격을 줄 수 있는 명백한 위협이 됩니다.

로사톰은 “이 발전소는 모든 가능한 위협에 대처할 수 있도록 충분히 안전하게 지어졌으며, 쓰나미 등 자연 재해 앞에 천하무적이나 다름없다”고 말했습니다. ‘절대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던 배 타이타닉이 떠오르는 문구입니다.

‘천하무적’이란 없습니다. 문제는 이 ‘핵 타이타닉’이 독립적인 전문가의 평가 없이 건설됐다는 것입니다. 관리 감독 부족으로 발생한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해상 부유식 핵발전소의 평평한 선체는 쓰나미나 사이클론에 특히 취약합니다. 커다란 파도가 언제든 발전소를 해안가로 밀어낼 수 있습니다. 이 거대한 괴물은 스스로 움직이지도 못합니다. 항구에 묶여 있던 이 발전소가 이탈해 빙산이나 다른 선박과 충돌할 수 있는 치명적인 가능성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충돌로 인해 이 해상 부유식 핵발전소의 주요 기능이 손상돼 전원 상실과 이로 인한 냉각 기능 상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결국 대량의 방사성 물질이 환경으로 유출되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2. 감당하기 너무 버거운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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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린피스 활동가가 체르노빌 사고 25주년을 맞아 희생자를 기리는 2,000개의 십자가를 꽂았다

잘못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너무 많습니다. 이 해상 부유식 원자력발전소는 침수되거나 좌초되어 가라앉을 수 있습니다. 이 모든 시나리오들이 방사성 물질이 환경으로 유출되는 잠재적인 위험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해상 부유식 핵발전소가 가라앉게 되면 원자로의 노심(core)이 해수에 의해 냉각이 될 것입니다. 처음엔 큰 문제가 없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녹아내리기 시작한 핵연료봉이 해수를 만나게 되면 해수 폭발이 우선적으로 발생하고, 수소 폭발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대량의 방사성 물질이 대기 중으로 배출될 수 있습니다.

손상된 원자로는 인근 해양 생태계를 오염시킬 수 있습니다. 이는 수년 길게는 수십년 수산물을 오염시킬 수 있음을 뜻합니다. 방사능에 오염된 북극은 불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닙니다. 방사능 유출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와 체르노빌 주변은 이미 완벽한 제염이 힘듭니다. 매우 혹독한 영하의 기온과 폭풍이 몰아치는 북극에서의 방사선 물질 제거 작업은 과연 어떨까요.

3. 핵추진 선박, 쇄빙선, 잠수함 등이 만들어 낸 끔찍한 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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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 활동가들이 필리핀 마닐라에서 탈핵을 요구하는 액션을 펼치고 있다

인류 역사에서 핵잠수함과 원자력 쇄빙선으로 인한 사건은 수도 없이 많았습니다.

최초의 핵추진 쇄빙선 레닌(Lenin) 호는 1965년 냉각 실패로 핵연료봉이 부분적으로 녹아내리는 사고를 발생시켰습니다. 러시아는 방사성 물질을 내뿜는 손상된 레닌호의 노심을 1967년 노바야 제믈랴 (Novaya Zemlya) 제도 인근 치볼키만(Tsivolki Bay)에 투기했습니다. 이로 인해 치볼키만에 방사능이 유출됐습니다. 1970년 러시아 크라스노예 소르모보(Krasnoye Sormovo) 조선소에서 제작 중이던 핵잠수함 K-320의 원자로가 완전한 제작을 마치기 전에 가동하는 바람에 수백 명의 사람들이 피폭 당했습니다. 1985년 러시아 사쯔마(Chazma)에서 핵잠수함 원자로에 핵연료를 싣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로 10 명 사망하고, 29명이 부상 당하고, 총 290명이 피폭되는 사건이 발생한 적도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수많은 사건 사고 사례 중 일부에 불과합니다.

해상 부유식 핵발전소를 운영하고자 하는 로사톰의 계획은 이제 북극에서도 핵발전소 사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급격하게 높아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4. 물 위의 핵폐기물 임시 처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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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몰스레벤(Morsleben) 저장소에 쌓여 있는 핵폐기물

우리는 이미 어떻게 처리할지 방법을 알지 못하는 핵폐기물을 충분히 많이 떠안고 있습니다. 더 이상의 핵폐기물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이 해상 부유식 핵발전소의 원자로 규모는 지상의 기존 핵발전와 비교해서 용량이 작기 때문에 2~3년 마다 핵연료를 보급해 줘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핵폐기물(사용후핵연료)은 12년간의 운영 기간 동안 선상 위에 보관하게 됩니다. 이는 핵폐기물이 수년 동안 북극 바다 위를 둥둥 떠다닌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 자체로 엄청난 위험일 뿐 아니라 향후 핵폐기물이 육지에 도착한다 하더라도 현재 지구상 어디에도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곳은 없습니다.

단순히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수십만년간 안전하게 처리해야 하는 쓰레기를 양산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5. 더 많은 화석연료를 캐기 위해 사용되는 핵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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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해에서 이뤄지고 있는 석유 시추

이 떠다니는 ‘악몽’이 북극을 향하는 이유는 러시아가 더 많은 화석연료를 캐내도록 돕기 위해서입니다. 이 해상 원자력발전소가 북극으로 향하는 주 목적이 러시아 북부 지역의 석유, 천연가스, 석탄, 광물 채굴 산업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이기 때문입니다.

더 많은 화석연료의 사용이 이미 심각한 전 지구적 기후 위기에 추가적으로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논할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 잠재적인 재앙으로부터 북극을 지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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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얀 하버캄프(Jan Haverkamp) / 그린피스 중동부유럽사무소 원자력 & 에너지정책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