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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7월 07일 17시 15분 KST | 업데이트됨 2020년 07월 08일 09시 00분 KST

새소년 황소윤 인터뷰 | "요즘은 어떻게 하면 친구들이 잘 살 수 있을까. 그게 고민인 거 같아요"

갓 여름이 시작될 기미가 보였고, 초록색 나무들 사이로 햇빛이 비치던 날이었다.

이십 대의 중반을 넘어서면서 긴장됐던 몇 번의 순간들이 있다. 지원한 대학 합격 여부를 알기 위해 마우스 커서를 클릭한 순간. 면접장에서 편집장이 마지막 질문을 영어로 던진 순간. 그리고 황소윤을 인터뷰하기 위해 마주한 그 순간. ‘오분 뒤에 도착합니다’라는 문자 한 통에 심장은 쿵쾅됐고 손발은 차가워졌다. 황소윤과의 약속 장소는 성미산의 어떤 언덕 위에서였다. 

갓 여름이 시작될 기미가 보였고, 초록색 나무들 사이로 햇빛이 비치던 날이었다. 인서트 촬영을 위해 성미산의 어떤 언덕 위에서 황소윤을 태운 차량이 언제 올까 잽잽 거리며 발을 굴렸다. 카니발이었던 것 같다. 슬라이딩 문이 드르륵 열리며 그가 나타났다. 꾸벅 인사를 하고는 성미산의 그 어떤 언덕을 함께 올랐다. 그 어떤 언덕은 이제 황소윤의 언덕으로 기억되겠지 싶었다. 

HUFFPOST KOREA/HANGANG KIM
새소년 황소윤

황소윤을 만나는 것이 떨렸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돌이켜보아도 답은 쉽게 내려지지 않는다. 어쩌면 인터뷰를 준비하는 내내 곱씹어 들었던 그의 노래 가사 때문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질문을 던지는 노래가 있다. ‘알수록 더 모르겠는 건, 나는 어디에서 왔을까‘. ‘갈수록 더 아득해진 건, 자 돌아갈 곳은 어디’라고 묻는 노래. 그것이 어느 곳인지 불확실하다는 듯 가로를 쳐 ‘go back (집에)’ 말하는 새소년의 노래가 그렇다. 작사, 작곡 모두 So!YoON!, 황소윤이다. 어째 시간이 지날수록 모르겠는 것들이 있다. 

좋은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겠다며 인터뷰를 하고 영상을 편집하고 기사를 쓴다. 하지만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 나는 이것이 맞는 것인지를 되묻기도 한다. 그 뒤에는 ‘이것이 돈이 될까?‘, ‘지속 가능한가?‘, ‘사람들이 정말 좋아할까?’라는 질문들이 따라온다. 정말 알수록 더 모르겠고, 갈수록 더 아득해진다. 이 가사를 쓸 수 있는 황소윤이 궁금했다. 그와의 대화 후 얻은 몇 가지 힌트들을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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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년 황소윤

소윤씨 페이스북에서 2015년 올린 포스팅을 봤어요. 16살부터 19살까지 만들었던 앨범을 직접 판매하신 걸 봤어요. 300장 만들어서 판매했는데, 그때가 궁금해요.

= 한 5년 정도 된 일들인데. 그때나 지금이나 실행력이 되게 빠른 편이에요. 그래서 주변의 친구들이 용기를 내지 못하거나 하고 싶은데 주저하게 되는 그런 순간에 고민을 털어 놓으면 ‘그냥 하면 돼‘. 그런 조언을 할 정도로 생각나면 바로 해야 되는 타입이었어요. 그때 음악을 만드는데 그치지 않고 피지컬을 만들고 그 안에 아트웍을 만들고 직접 판매까지 했던 이유는 의미를 찾으려고 했던 게 많아서 그랬던 것 같아요. 사실 음악을 만드는 건 저한테는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었어요. 누구한테 들려주는 것도 부끄러웠고 ‘이걸로 먹고살아야지‘라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어요. 다만 혹시나 내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 기대하는 사람이 있다면 드릴게요. ‘돈을 벌겠다‘라는 목적성보다는 ‘이 조그마한 방 안에서 혼자 만든 음악이 과연 얼마큼 뻗어나갈 수 있을까’에 대한 프로젝트였죠. 

300장 완판된 후 댓글 남기신 것까지 봤는데, 그 과정 중에 기억나는 스토리가 있을까요?

= 저는 오히려 그걸 판매했던 시간들보다 CD를 만드는 과정이 더 인상 깊었던 것 같아요. 그때도 지금이랑 비슷했네요. 곡마다 다른 작가들이랑 메일 주고받으면서 ‘혹시 이 음악에 대한 아트웍을 만들어 줄 수 있겠냐’라는. 지금 생각해보면 되게 패기 넘치고 조금 무례할 수도 있었던 행위였던 것 같은데. 그 과정이 지금의 작업 방식을 만들어준 것 같아요. 그냥 모르는 사람한테 대뜸 연락한 거였어요. 그때 이후로 지금까지 친분을 이어오는 작가들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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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년 황소윤

작년 발매한 솔로 앨범 수록곡 중 <홀리데이>에 대해 이야기한 것을 봤어요. <홀리데이>를 처음 썼을 때는 고등학생의 눈으로 직장인들을 바라봤을 때라면 지금(스물넷)은 다른 의미라고 했어요. 

= 또래 친구들을 보면 제일 큰 고민은 먹고사는 고민이에요. ‘먹고, 산다’라는 건 결국에는 적당한 집에서 밥 잘 챙겨 먹고 스스로에게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면서 사는 게 잘 먹고사는 거거든요. 근데 그마저 보장이 안되거나 혹은 그걸 위해 많은 것들을 투자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알바를 해야 되고 월세에 허덕이고. 삶을 유지하는데 항상 돈이 필요하고. 

하지만 저는 또래 친구들과는 다르게 보편적인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니잖아요. 저는 언제나 삶에 이유가 있고 삶을 조금 더 잘 살고 싶고,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하기 싫은 것들을 너무 많이 하면서 살고 싶지도 않아요. (또래 친구들의) 먹고사는 것에 대한 고민을 이해를 했지만 저는 그렇게 살지 않으려고 하는 거죠.

그럼 <홀리데이>란 노래가 황소윤이 황소윤에게 말할 때는 삶의 태도를 자각하고 다시 돌아보는 의미라면 또 이걸 듣는 사람한테는 방금 얘기했던 먹고사는 이야기처럼 비칠 수도 있는 두 가지 의미가 있겠네요.

= 네, 그렇죠. 맞아요.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하기 싫은 것들을 너무 많이 하면서 살기 싫은 거. 그래서 이 노래가 저의 이야기인 거 같고, 두 번째로는 다른 친구들에게 혹은 저에게도 해당될 수 있겠죠. 먹고사는 것이 너무 팍팍하잖아요. 그런 것으로부터 해방을 이야기할 수 있는 노래가 되지 않을까. 그런데 또 몇 년 지나고 해석해보면 다르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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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년 황소윤

오늘 책을 선물로 드렸는데,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감독이 말하기를 다큐멘터리는 나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걸 나의 스타일로 꺼내서 보여주는 것이라고 이야기했어요. 저는 소윤씨 노래들이 그러하다고 느꼈지고, 무언가를 찾으려고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저는 관점이 없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누구나의 관점은 다 존재하고 그 관점들을 얼마나 더 키워내느냐라고 생각해요. 누구는 그냥 흙일 수도 있고, 누구는 많이 자라 있을 수도 있고. 어쨌든 다 어떤 씨앗 하나는 가지고 있다고 생각 해요. 그렇기 때문에 (작품은) 저의 관점이죠 당연히.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내 관점으로 살아가는 거고 그게 작품이랑 어떻게 이어지느냐인 것 같은데. 

어떻게 연결 지으세요? 관점이라는 것을 작품과.

= 저는 있는 그대로를 이야기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아요. 누구도 내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는 없잖아요. 일부분을 떼어내서 보여주는 건데요. 중요한 건 보여지긴 하지만 일부분이라는 거죠.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는 아티스트들도 있죠. 근데 저는 그렇진 않아요. 그냥 내 기분이에요. 내 기분이고, 내 감정이고. 뚜렷한 관점을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고 ‘무언가를 먹고 기분이 이렇네. 내 감정이 이렇네. 그럼 이런 이야기를 해야겠네’. 그럼 그렇게 쓰는 거예요. 

작업 방식도 궁금하네요.

= 그냥 써요. 생각나면 쓰고, 기분이 들면 쓰고. 제가 좀 더 부지런해지면 좋겠지만 매일같이 작업 때마다 앉아서 나올 때까지 해보고 그런 타입은 아니라서요. 

찾아오길 기다리거나, 찾아오게 하거나. 그러면서 사는 것 같아요.
HUFFPOST KOREA/HANGANG KIM
년 황소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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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년 황소윤

<심야행>이라는 작품, 처음 쓴 날이 기억나세요?

= 낮잠을 자다가 전화가 왔어요. 되게 뜬금없는 전화였는데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그냥 바로 썼어요. 우리는 다 죽지만 살아가는 것도 그렇고 고민도 그렇고 끝이 없잖아요. 저도 그렇고. 언제 죽을지도 모르고 제 음악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사람들은 그런 것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고. 근데 그것에 대한 두려움을 처음 발견한 거예요. 나도 어둠이 무섭고, 나도 삶을 살아가는데 항상 밝은 부분만 향유하는 것이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데 두려움이 있구나. 끝을 향해 달려가는 것 같고, 그런 것들이 쌓여 있다가 갑자기 이렇게 곡으로 나온 것 같아요. 

그 이야기를 듣고?

= 그 이야기를 들어서라기보다는 그때 정서가 그랬던 거 같아요. 그런 정서를 가지고 있었는데 불을 붙이게 돼서 곡을 쓴 거죠.

요즘 하는 고민은 뭐예요?

= 요즘은 어떻게 하면 친구들이 잘 살 수 있을까. 그게 고민인 거 같아요. 총제적으로 그런 거 같아요. 어떻게 하면 잘 살지? 저는 굉장히 다양한 친구들이 있어요. 사실은 다 다른 친구들이에요. 다 다른 환경과 다 다른 밥벌이와 다 다른 곳에서 만난 친구들인데 결국에는 ‘고민이 같다’라는 지점에서 재미있거든요. 

예를 들면, 돈을 진짜 잘 벌어요. 집이 잘 살아요. 내가 보기에 너무 다채롭고, 마음이 풍요롭게 잘 살고 있는 친구들도 있어요. 그런데 그런 친구들도 만나보면 결국에는 다 비슷한 문제와 비슷한 고민에 닿아 있어요. 저는 친구들이 많지도 않고, 자주 만나지 않는데요. 그래도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보면 다 그래요. 다. 굳이 힘듦의 총량을 다 잴 필요는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저는 그 부분이 제일 놀라웠던 것 같아요. 친구들 고민이 다 똑같구나. 

불편함을 느낄 때가 있나요?

= 작품 생각인 거 같아요. 작품에 내 고민을 얼마나 녹여낼까. 그러니까 단순히 내가 어떻고, 저렇고 이게 아니라 좀 더 다양한 문제들을 고민하면서 살아가는 친구들을 만나면서 인간 황소윤으로서 ‘어떻게 보여주고‘, ‘어떻게 녹여낼까’ 이런 고민들도 있고. 전 어쨌든 예술가예요. 내가 가진 고민들은 결국에 어떤 형식으로든 배출될 것이고 그것들을 어떻게 녹여내고 어떻게 재밌게 꺼내 놓을까. 혹은 그냥 인간 황소윤으로서 개인적인 활동이 될 수도 있는 거고. 저는 좀 더 똑똑해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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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년 황소윤

영향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면 불편할 법도 하잖아요. 

= 평범하지 않은 경험이죠. 불특정 다수가 나를 알게 되고 내 음악을 발표하고 선보이고. 근데 저는 워낙 그런 일을 좋아하고 천성에 맞아서요. 그런 것에 대한 불편함은 전혀 없고요. 다만 그 외적으로 나의 영향을 기다리는 사람들. 내 세상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한테, 그게 그 사람들 마음에 들든 안 들든 나는 내 식대로 관점을 더 자라게 해서 더 좋은 영향을 주고 싶은 거죠. ‘마이크를 쥔 사람은 더 똑똑해야 한다’라는 이야기를 봤었어요. 그 말에 많이 동의하거든요. 문화 예술이라는 게 사람들이 그냥 즐겁게 소비하고 즐기면 되는 거라고 인식되기도 하지만 그만큼 사람들 속에 자리매김하고 정서를 만드는 거라고 생각해요. 

저 개인적으로 성장을 멈추지 않으려고 하는 거죠. 굉장히 개인적인 겁니다. 제가 ‘뭔가를 이렇게 하겠습니다’ 이게 아니고 그냥 자연스러운 인간의 성장. 다만 그 성장이 나 혼자로 끝나는 게 아니고 더 많은 사람들한테 들려지고, 보이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 대중음악이 아이돌산업을 중심으로 팬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빅데이터를 분석하고는 하는데, 소윤씨는 지금의 음악산업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 맞죠. 일단 제대로 가고 있는 게 없죠. 이 시대에 가장 비효율적인 밴드를 하고 있고 (웃음), 모든 것에 굉장히 품을 많이 들이고요. 쉽게 하질 못하고요. 원하는 걸 다 주지도 않아요. 근데 저는 예술을 하는 사람이라서요. 그렇다고 ‘나는 예술가니까 이렇게 해야 돼’ 이런 건 절대 아니지만 적어도 내 작품에는 내가 떳떳해야 하고, 그것이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다면 성공인 거고. 언제나 만족 켜야 하는 제일 첫 번째는 저 스스로고요. 그 다음이 저랑 함께하고 있는 팀이고요. 그 다음이 저와 함께하고 있는 팬들이고요. 그 다음이 이제 대중이겠죠. 세상이겠죠. 그냥 뭐, 글쎄요. 어쩌겠어요 (웃음).

무엇을 안 하기로 결정하는 것, 그게 중요한 시대인 것 같아요.

= 동감해요. 무엇을 하는 것보다 안 하는 게 훨씬 더 어렵고. 그냥 삶의 가치에서 자연스럽게 배제되는 그런 거일 텐데 아직 그런 것들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냥 제가 살아온 방식을 되짚어 보면 그 가치가 나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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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년 황소윤

작년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에서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존 케일과 같이 연주를 했어요. 류이치 사카모토도 그렇고요. 그들을 만났을 때 어땠나요?

= 멋있어요. 선배잖아요. 오랫동안 음악을 하고 계신 분들이고 거기서 오는 존경심이 있죠. 어떻게 하면 저렇게 오래도록 멋있는 음악을 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렇게 오래도록 음악을 사랑할 수 있는가. 그 사람이 주는 기운이 되게 아름다워서 나도 세월 흘러서 늙어간다면 저렇게 아름운 기운을 풍길 수 있는 사람이 돼야지. 약간 이런 게 있는 거 같아요. 

기운.

= 그냥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을 중요하게 여기는데. 저는 저를 못 보니까 제가 어떤 걸 풍기면서 사는지 참 궁금해요. 그래서 뭔가 족적을 많이 남기려고 하는 거 같아요. 나중에 되돌아보면 그래도 대충 이런 것들을 풍기지 않았을까라는 짐작을 할 수 있으니까. 근데 또 다양한 사람들 만나서 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해석이 다 달라서. 아무튼 좋은 기운을 풍기는 사람이 되고 싶네요.

* 스튜디오 허프의 다큐 시리즈 [Art+ist]는 예술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새소년의 보컬 ‘황소윤’의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