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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이 창간 175년 만에 처음으로 대선후보 지지선언을 했다

트럼프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실패를 통렬히 비판했다.

  • 허완
  • 입력 2020.09.16 14:48
  • 수정 2020.09.16 14:55
'트럼프를 지지하는 라티노들' 간담회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참석자들을 가리키고 있다. 피닉스, 애리조나주. 2020년 9월14일.
'트럼프를 지지하는 라티노들' 간담회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참석자들을 가리키고 있다. 피닉스, 애리조나주. 2020년 9월14일. ⓒASSOCIATED PRESS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이 처음 잡지를 펴낸 건 1845년 8월이다. 17세기 말에 태어난 제임스 K. 포크(1795-1849)가 미국의 11번째 대통령으로 재임하던 시절이다. 

그 이후 지금까지 43번의 대선이 치러졌고, 대통령은 34번 바뀌었다. 비슷한 시기에 창간된 뉴욕타임스(NYT)가 1860년부터 2016년까지 대선후보 33명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는 동안, 이 대중과학잡지는 단 한 번도 공개적으로 대선후보 지지선언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2020 미국 대선은 상황이 다르다고, 이 매체는 결론 내렸다.

현재 미국에서 발행되고 있는 월간지 중에서 가장 긴 역사를 자랑하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이 창간 175년 만에 처음으로 대선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물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아니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175년 역사상 한 번도 대통령 후보 지지선언을 한 적이 없습니다. 올해 저희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결코 가볍게 내린 결정이 아닙니다.” 15일(현지시각) 이 매체가 10월호에 실릴 2쪽짜리 입장문에서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코로나19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년 8월13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코로나19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년 8월13일. ⓒASSOCIATED PRESS

 

이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년 동안 ”미국과 미국인들에게 지대한 피해를 끼쳤다는 것을 증거와 과학이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여기에 과학과 전문가들을 경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가 고스란히 드러난 코로나19 ‘재앙’에 대한 얘기가 빠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가장 큰 피해를 남긴 사례는 9월 중순까지 미국인 19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한 그의 부정직하고 서툰 대응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중략) 어느 국가나 시스템이든 팬데믹으로 어려움을 겪었을 테지만, (과학적, 객관적) 증거와 공중보건 조치들에 대한 트럼프의 거부는 미국에 재앙을 초래했습니다.”

편집위원들은 미국의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의 처음부터 끝까지 트럼프 대통령에게 큰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초기에는 코로나19의 위험성을 보고 받고서도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았고,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검사를 받을 수 있다”는 말과는 달리 몇 개월이 지나도록 검사를 제 때 받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7월 말이 될 때까지도 상황의 심각성이나 대응 실패를 인정하지 않았고, 검사 및 역학조사 확대를 위한 추가 예산 지원을 거부했으며, 마스크 착용이나 사회적 거리두기 같은 간단한 방역지침조차도 따르지 않음으로써 ”살릴 수 있었던 생명”을 희생시켰다는 점도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코로나19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년 8월5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코로나19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년 8월5일. ⓒASSOCIATED PRESS

 

무엇보다 ”트럼프는 이 질병의 치명적 위험에 대해 시민들에게 끊임없이 거짓말을 했다”고, 이 매체는 적었다.

″그의 거짓말은 사람들을 (모임 등) 위험한 행동에 나서도록 함으로써 바이러스를 더 퍼뜨리게 만들었고, (코로나19의)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과 트럼프의 거짓을 믿는 사람들의 분열을 조장했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정부의 공중보건 핵심 기관인 국립보건원(NIH)이나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예산 삭감을 추진해왔고, 앞으로 다가올 전염병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폐지하려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각종 환경 규제를 철폐하고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무력화하고 있다는 점 역시 빼놓지 않았다.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이 참전군인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탬파, 플로리다주. 2020년 9월15일.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이 참전군인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탬파, 플로리다주. 2020년 9월15일. ⓒASSOCIATED PRESS

 

이와는 반대로 민주당 조 바이든에게는 코로나19 유행을 통제하고, 기후변화에 대비하고, 과학자들의 의견을 정책 수립에 반영하겠다는 계획이 있다고 이 매체는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위기를 극복하고, 앞으로의 도전들에서 성공적으로 대처할 방법을 보여주는 수많은 연구들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는 인물입니다.”

그러므로 이제는 ”트럼프를 쫓아내고 바이든을 선출할 때”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편집장 로라 헬무트는 허프포스트 인터뷰에서 ”트럼프 정부는 우리가 우려했던 것보다 더 좋지 않은 영향을 과학에 끼쳤다”고 말했다. ”그가 시행했던 정책들 중에서 우리가 반대하는 것들을 모두 담으려면 2페이지로는 부족했다.”

 

허완 에디터 wan.he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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