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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크 걱정할 필요 없다 : 마침내 '공기 없는' 타이어가 나온다! (ft. 우주 기술)

기존 고무 타이어와 달리 환경 오염 걱정도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자전거용 공기없는 타이어.
자전거용 공기없는 타이어. ⓒ한겨레/ 스마트타이어 제공

 

현재 우리 생활에서 유용하게 쓰이는 기술이나 제품 중에는 우주 기술 개발 과정에서 획득한 것들이 꽤 있다. 전자레인지, 메모리폼 침구, 라식 수술, 가정용 정수기, 선글라스, 동결건조식품, 무선 전동드릴 등에 쓰이는 기술이 그런 사례다. 미국항공우주국(나사)에 따르면 1976년 이후 지금까지 2천여가지의 우주기술이 지구상의 각종 제품과 기술에 쓰였다. 이번에 우주기술의 실용화 목록에 또 한 가지가 추가되게 됐다. 바로 ‘공기 없는 타이어’다.

스마트 타이어(SMART Tire Company)란 이름의 한 스타트업이 나사의 우주탐사 기술을 이용해 고무처럼 탄력 있고, 티타늄처럼 튼튼한 자전거용 `공기없는 타이어’를 시중에 내놓기로 했다.

공기없는 타이어를 장착한 자전거.
공기없는 타이어를 장착한 자전거. ⓒ한겨레

 

메틀(METL)이라는 이름의 이 타이어 소재는 형상기억금속인 니켈-티타늄 합금 `니티놀(NiTinol)이다. 이 합금으로 타이어 모양을 만들어 섭씨 500도 이상 가열한 다음 급냉하면, 변형이 되더라도 금세 원래 모양을 `기억’해 돌아오는 특성을 갖게 된다.

회사 쪽은 형상기억합금을 방사형으로 엮어 만든 이 타이어의 원상회복력은 강철보다 30배나 강하다고 밝혔다. 덕분에 기존 고무 타이어처럼 속에 공기를 채우지 않아도 모양을 유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펑크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나사 글렌연구센터 엔지니어들이 화성탐사차량용 형상기억합금 타이어 시제품을 조립하고 있다.
나사 글렌연구센터 엔지니어들이 화성탐사차량용 형상기억합금 타이어 시제품을 조립하고 있다. ⓒ한겨레/ 나사 제공


2026년 화성 탐사차량에 사용키로

이 기술은 나사 글렌연구센터의 연구진이 화성 탐사 로버(무인 로봇자동차)에 쓰기 위해 지난 10여년간 1천만달러를 들여 개발한 것이다. 지금의 탐사차 바퀴는 알루미늄 소재를 쓰되 유선형 티타늄 바퀴살로 약간의 탄성을 유지하고 있다. 나사는 ”새 타이어를 쓰면 화성이나 달 탐사 로버의 바퀴 수를 6개에서 4개로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나사는 2026년에 보낼 화성 탐사차량엔 새 타이어를 쓸 계획이다.

형상기억합금 타이어를 쓰면 화성탐사 로버의 바퀴를 4개로 줄일 수 있다.
형상기억합금 타이어를 쓰면 화성탐사 로버의 바퀴를 4개로 줄일 수 있다. ⓒ한겨레/ 스마트 타이어 제공

이 기술을 민간기업이 활용할 수 있게 된 건 나사가 운용 중인 기술 이전 프로그램 덕분이다.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나사의 기술을 일반 대중이 널리 이용할 수 있는 혁신제품으로 개발해 국가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스마트타이어는 지난해 나사와 이 기술의 실용화와 관련한 협약을 맺고, 내년 중 자전거용 타이어 시판을 목표로 현재 양산 설비를 짓기 위한 투자금을 모으고 있다. 우선은 자전거, 오토바이 등 2륜차용 타이어에 집중한 뒤 점차 자동차, 트럭용 타이어까지 넓혀갈 계획이다.

형상기억합금으로 만든 공기없는 타이어(왼쪽)와 일반 고무 타이어. 형상기억합금 타이어의 접지면을 유사 고무 재질로 코팅했다.
형상기억합금으로 만든 공기없는 타이어(왼쪽)와 일반 고무 타이어. 형상기억합금 타이어의 접지면을 유사 고무 재질로 코팅했다. ⓒ한겨레/ 스마트타이어 제공


수명 길고 강하고...폐타이어 걱정도 덜어

스마트타이어는 형상기억합금 타이어가 기존 고무 타이어보다 수명이 길고 더 많은 하중을 견딜 수 있다고 말한다. 타이어 하나가 2만파운드(9톤)을 지탱할 수 있으며, 이 타이어를 제트기 랜딩기어에 사용하면 비행기 하중을 수백kg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회사쪽은 특히 고무 타이어에 의한 환경 오염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점을 공기없는 타이어의 또 다른 장점으로 꼽았다. 스마트타이어에 따르면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고무 폐타이어는 2300만톤에 이른다. 이 폐타이어들은 대부분 매립되거나 야적장에서 소각 처리돼 환경을 오염시킨다. 타이어는 또 미세플라스틱의 주요 발생원이기도 하다. 해양 미세플라스틱의 20~30%가 타이어에서 나오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쉐린이 개발한 승용차용 공기없는 타이어.
미쉐린이 개발한 승용차용 공기없는 타이어. ⓒ한겨레/ 미쉐린 제공

 

공기 주입이 필요 없는 타이어가 처음 개발돼 선보이는 것은 아니다. 미쉐린은 2019년 공기없는 타이어 시제품 `업티스’(Uptis)를 발표한 바 있다. 미쉐린은 2024년 승용차나 소형 SUV용으로 시판한다는 목표다.

고무 튜브 안에 공기를 채워넣은 공기압 타이어는 19세기에 등장해 20세기를 거치며 트레드 타이어, 래디얼 타이어, 런플랫 타이어 등으로 성능을 높여 왔다. 21세기 들어 친환경성을 앞세운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를 대체해 나가듯, 타이어에서도 형상기억합금 타이어가 공기압 고무 타이어의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 세계 타이어 시장은 자전거에서 오토바이, 승용차, 화물트럭, 비행기에 이르기까지 2500억달러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겨레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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