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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김부선-이재명의 '2009년 옥수동 밀회' 관련 주장을 들여다봤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일인 5월23일 서울엔 비가 내렸다. 하지만...

ⓒ뉴스1

이재명 경기도지사 당선인과 배우 김부선씨의 공방이 지방선거 뒤에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오히려 양쪽은 ”수시로 바뀌는 김씨의 거짓말”(이재명), ”독이 든 시뻘건 사이다”(김부선) 같은 인신공격성 독설을 날리며 언쟁 수위를 더 높여가고 있다.

양쪽의 주장이 극단적으로 부딪치고 있어 두 사람 사이 ‘스캔들 의혹‘의 진위를 가리기는 쉽지 않다. 다만 최근 양쪽 공방이 집중됐던 ‘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 기간 옥수동 밀회’ 논란과 관련해선 당시 실제 상황과 양쪽 주장이 어떤 점에서 어느 정도 부합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가능하다. 이 사안이 양쪽 주장을 뒷받침하는 유일한 사례는 아니지만, 당시 정황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제 상황과 비교 가능한 대목이 있기 때문이다. 

이 사안을 먼저 제기한 쪽은 김부선씨다. 김씨는 지난해 2월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짜 총각아 2009년 5월22일 어디 계셨나요?”라며 이 당선자를 겨냥한 글을 올렸다. 김씨는 ”당시 제게 또 전화하셨습니다. 내 집에서 만나자고요. 고 노무현 대통령 영결식에 왜 가냐고 옥수동 집으로 가라고 하셨습니다”라고 주장했다. 

 

ⓒ온라인커뮤니티 갈무리

이런 주장은 6.13 지방선거 과정에서 김영환 바른미래당 경기지사 후보가 김씨에게 확인했다며 폭로한 내용과 겹친다. 김영환 후보는 6월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부선씨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 비가 엄청 오던 날 (이재명 당선인이) 전화를 걸어왔다. (내가) ‘봉하에 가는 길이다‘라고 했더니 (이 당선인이) ‘거길 비 오는 데 왜 가냐. 옥수동에서 만나자’고 했던 놈이다”라고 증언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당선인은 잇달아 사실관계 자체가 어긋난다며 반박했다. 이 당선인은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려 “22일이든(2017. 2. 김씨 주장) ‘22~24일중 비오는 날’이든(선거 때 김영환 주장) 영결식 참석차, 엄청 비오는 날, 봉하 가던 중 ‘비 오는데 봉하 가지 말고 옥수동 가라’는 (제) 전화 받고, 옥수동으로 가, 밀회했다는 주장은 단 한 부분도 진실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서거일·서거기간 날씨·영결식 장소·김부선씨 행적·그녀가 이전에 쓴 글·그의 화려한 마약과 거짓말 전과만 확인했어도 (김씨 주장이 거짓임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페이스북 갈무리

‘비 오는 날 옥수동 밀회’ 주장에 대한 이 당선인 쪽 반박의 핵심 논거는 간명하다. 김씨가 2009년 5월22일을 거론한 것과 달리, 노 전 대통령 서거일은 2009년 5월23일이라는 점이다. 이 당선인은 지방선거 직전인 6월10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 서거일은 5월 23일이고 영결식은 5월 29일이고 이재명 후보는 23일 서거소식을 듣고 바로 봉하로 내려갔으며 23일부터 29일까지 성남시 야탑 노대통령 분향소를 지켰다”고 반박했다. 

실제 노 전 대통령 서거일이 5월23일이고 영결식이 5월29일이라는 역사적 사실에 비춰, 김씨가 페이스북을 통해 ‘5월22일 영결식’이라고 밝힌 것은 오류가 분명하다. 다만 9년 전 일이어서 정확한 날짜를 기억하기 어렵다는 점과, 영결식 자체와 조문 기간을 헷갈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는 있다.  

이 경우 실제 당시 날씨가 어땠는지와 각자 알리바이가 있는지가 진위 여부를 따질 때 핵심 근거가 될 수 있다. 먼저 당시 각자 행적과 관련해 이 당선인은 ”이재명 후보는 5월23일 서거소식을 듣고 바로 봉하로 내려갔으며 23일부터 29일까지 성남시 야탑 노대통령 분향소를 지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반면에 김부선씨는 5월23일 제주도 우도 관광사진이 있다”며 김씨 주장은 사실관계에 바탕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 일부 에스엔에스에는 김씨가 5월23~24일 우도 올레에 참석해 찍었다는 사진이 올라온 바 있다. 김씨는 이 부분에 대해 분명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김씨가 노 전 대통령 서거 나흘 뒤인 27일 봉하마을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것은 사실이다. 당시 일부 언론에서 김씨 조문 상황을 보도하기도 했다. 적어도 김씨가 노 전 대통령 서거 뒤 조문을 하려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신빙성을 더하는 요인으로 볼 수 있다. 

ⓒ네이버날씨 갈무리

당시 날씨는 어땠을까? 네이버 날씨정보를 검색해 보면, 2009년 5월23일 서울에는 비가 온 것으로 나온다. 앞서 21일과 22일에도 비가 뿌렸다. 24일엔 구름조금/안개, 25일엔 맑음/안개로 각각 기록돼 있다. 또 26일은 구름조금, 27일은 맑음으로 나타났다. 

결국 김씨가 노 전 대통령 추모를 위해 봉하마을로 내려가려 했다고 밝힌 시점 중 실제 비가 내린 날은 23일 하루였다. 이 당선인이 자신의 주장대로 23일 봉하마을로 내려갔다가 올라왔다면, ‘이 당선인이 당시 비 오는데 왜 봉하를 가느냐고 해 옥수동에서 밀회했다’는 김씨 주장은 기억 오류이거나 거짓일 가능성이 커진다.

앞서도 지적했듯이 ‘옥수동 밀회’가 양쪽 주장을 뒷받침하는 유일한 사례는 아니다. 따라서 이 부분만 놓고 어느 한 쪽의 주장이 맞다 그르다고 평가하기는 섣부른 점이 있다. 하지만 최소한의 사실관계에 대한 기초적 검증 없이 갈수록 공방이 거칠어지고 언쟁 수위만 높아지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선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은 그에 비춰 각자 주장의 근거를 되돌아보고 필요하면 추가 설명을 내놓아야 한다. 나아가 각자 주장에 담긴 다른 사례에 대해서도 거친 독설을 서로 퍼붓기에 앞서 좀 더 분명한 근거를 제시하려는 자세가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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