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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인 물고문에 성폭행 장면까지" 첫 방송 '모범택시' 가학성이 19금을 붙였다고 용서될 수는 없다

"악하고 나쁜 실제 사건일지라도 그걸 다루는 방식에서 또 다른 미학과 윤리가 작동해야 한다.” - 이동진 평론가

SBS 새 금토드라마 '모범택시'
SBS 새 금토드라마 '모범택시' ⓒSBS

‘모범택시’가 첫 방송부터 가학성 논란에 빠졌다.

9일 방송한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 1회에서는 평범한 택시 회사로 보이지만 실제는 억울한 이들의 의뢰를 받고 복수해주는 다크 히어로 ‘무지개 운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무지개 운수’에는 지적 장애 3급인 강마리아가 새 의뢰인으로 등장했다. 강마리아는 만 18세가 되자 장애인 차별이 없기로 유명한 한 사회적 기업의 취업 자리를 소개받는다.

하지만 사회적 기업 대표(태항호 분)는 단순 사무 업무를 지원한 강마리아에게 생선 만지는 일을 요구했고, 이를 거부하자 다짜고짜 머리채를 잡아 생선이 가득 담긴 대야에 머리를 집어넣고, 냉동창고 안에 가두고 소금과 물을 뿌리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에 강마리아는 회사를 빠져나와 경찰에 도움을 청했지만 결국 다시 붙잡혔고, 대표는 차가운 물이 가득 찬 통 안에 얼굴을 집어넣어 굴종시켰다. 여기에 더해 회사 친인척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하는 장면까지 묘사됐다.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자극적인 장면은 시청자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 충분했다.

 

SBS '모범택시' 방송화면 캡처
SBS '모범택시' 방송화면 캡처 ⓒSBS

 

방송이 끝난 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영화도 아닌 지상파 드라마가 저렇게 잔인하게 묘사할 필요가 있나?” ”보는데 기분 더러웠다” ”모방범죄가 걱정되는 수준” 등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지나친 반응이다” ”실화 기반이라는데, 불편한 사람들 많네” “19금인 것 감안하고 봐야 한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앞서 ‘모범택시’ 연출진은 이번 드라마에 관해 ”시사 프로그램에서 많이 봤던 소재들이 등장한다”라며 ”법으로 제대로 처벌받지 못했다는 정서와는 다르게 드라마에서 통쾌하게 해결하며 사회의 울분을 녹여낼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실화를 소재로 한 19금 드라마라고 해서 선정적이고 가학적인 장면이 모두 용인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 이동진 영화평론가는 실화 기반 작품들이 흔히 저지를 수 있는 실수에 관해 거론한 바 있다. 자신의 유튜브 채널 ‘이동진의 파이아키아’에서 그는 ”영화라는 것은 현실의 반영이 아니라 반영의 현실이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라며 ”악하고 나쁜 실제 사건이 있고 실제 굉장히 악한 행동을 할지라도 그걸 다루는 방식에서 또 다른 미학과 윤리가 작동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영화가 비판하는 대상을 보여주면서 사실은 그 장면을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유튜브 채널 '이동진의 파이아키아' 영상 캡처
유튜브 채널 '이동진의 파이아키아' 영상 캡처 ⓒYoutube

 

결국 드라마 ‘모범택시’가 실제 사건을 통쾌하게 해결한다는 의도를 부각하는데 집중한 나머지 너무나 쉽게 선정적이고 가학적인 장면을 집어넣은 것은 아닌지 한 번쯤 반문해 볼 일이다.

 

김임수 에디터 : imsu.kim@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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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장애인 #모범택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