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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18일 17시 39분 KST

한국 비혼 여성이 정자를 기증받아 인공 임신 시술을 하는 건 불법이 아니다

한국에서 이런 사례가 실행되기 어려운 이유는 따로 있었다.

사유리 인스타그램
일본 국적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

방송인 사유리씨의 비혼 출산이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이 과정에서 국내 현행법은 배우자가 없는 비혼 여성이 정자기증과 체외수정 시술을 받는 게 불법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이에 대한 제한 조항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현행법상 배우자가 없는 여성이 정자기증을 받아 체외수정 시술을 할 경우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생명윤리법은 배우자가 있는 경우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돼 있을 뿐 배우자가 없는 경우에 대한 언급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산부인과학회 윤리지침에 나온 규정만으로 불법이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배아나 유전자 등을 취급할 때 생명윤리와 안전에 대한 규정은 ‘생명윤리법’(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담겨있다. 이 법 제24조 ‘배아의 생성 등에 관한 동의’ 1항을 보면, 배아생성의료기관은 배아를 생성하기 위해 난자 또는 정자를 채취할 때 난자 기증자, 정자 기증자, 체외수정 시술대상자 및 해당 기증자·시술대상자의 배우자가 있는 경우 그 배우자의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배우자가 없는 경우’에 대해서는 명시하고 있지 않다.

이 법 조항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배우자가 있는 경우만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돼 있어 배우자가 없는 경우, 즉 비혼 여성의 정자기증을 제한하는 별도의 규정은 없다. 고로 비혼 여성이 정자기증을 받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현실적으로 비혼 여성이 정자기증을 통한 시험관 시술을 하기 어려운 것은 법이 아니라 학회 지침과 그동안의 관행 때문이다. ‘대한산부인과학회 보조생식술 윤리지침’(2017)에는 체외수정·배아이식의 대상이 되는 환자의 조건으로 “체외수정 시술은 원칙적으로 법적인 혼인관계에서 시행되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 지침은 산부인과 의사들의 학술단체가 만든 지침일 뿐 법적 효력이 있는 규정은 아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관계자는 “사유리씨 비혼 출산과 관련해 이 지침에 대한 문의가 많아서 논의 중이다”고 밝혔다.

이처럼 비혼 여성의 정자기증을 통한 임신과 출산은 생명윤리법에 명확한 제한 근거가 없고 의사 단체의 윤리지침만 있지만,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명백하게 불법여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공정자은행 이사장인 박남철 부산대병원 교수(비뇨기과)는 18일 <기독교방송>(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우리나라에서는 법적으로 혼인 관계에 있는 부부에게만 인공수정을 허가하고 있다. 시술에 앞서 배우자의 동의를 받아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실질적으로 (비혼 여성의 정자기증을 통한 임신과 출산)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하다”며 “(사유리씨가 우리나라 산부인과에서 시술을 받으면) 의사가 처벌될 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규정이 바뀌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급격히 서구화되고 있는 젊은 층의 사고에 부응하고 또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성공한 비혼 여성들이 스스로가 선택하여 출산의 기회를 가지고자 하는데 법적으로 또는 의학적으로 도움을 줘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결국 정부와 의사단체가 생명윤리법의 해석과 적용에 있어 다른 입장을 보여, 비혼 출산을 바라는 여성들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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