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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섹스에 대해 글을 쓰면서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

  • 박수진
  • 입력 2018.01.22 11:05
  • 수정 2024.03.22 11:01
Pink candy sprinkled condom :)
Pink candy sprinkled condom :) ⓒbonggita via Getty Images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마지막 여름, 친구들은 소매점이나 음식점 서비스직 알바를 구했다. 나는 섹스에 대해 글을 쓰는 일자리를 구했다. 어머니는 아주 자랑스러워하셨다.

나는 십대가 십대를 위해 만드는 성교육 잡지인 Sex, Etc.의 전속 기자가 됐다. 작가와 의사들이 감수를 맡았다. ‘청소년과, 청소년을 가르치는 성인들을 위한 규제 없는 섹슈얼리티 교육’ 제공을 목표로 하는 비영리 단체 앤서(Answer)가 만들고 배포하는 잡지다.

정말 잘 맞는 일자리였다. Sex, Etc.에 글을 쓰려면 독특한 역량이 필요하다. 굉장히 터부시되는 생각들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오래 일하지는 않았지만 많은 것을 배웠다. 내가 이 세상, 내 지역 사회, 내 자신을 이해하는 방식에 이미 혁명이 일어났다. 그리고 그 덕택에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

1. 더 주의하게 되었고, 관용을 갖게 되었다

나는 내가 열린 마음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일을 하면서 나는 나 역시 반사적으로 남들을 쉽게 비판한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편견이 없어야 할 나의 행동들, 그리고 저널리즘에 내 자신의 편향이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그 전에는 깨닫지 못했다.

나는 LGBT 친화적으로 생각하고, 슬럿 셰이밍(slut-shaming, 성범죄 피해자에 낙인을 찍어 평판에 해를 가하는 행동)에 반대하는 입장에 기초해 말해왔다. 그러나 특히 섹스와 같이 논란이 많은 주제를 다룰 때, 그런 수사법이 내 안에 깊이 새겨진 편견을 가렸다. 나와 다르게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사람들을 나는 다 일반화해 버렸다.

이런 비생산적인 사고방식은 내가 일을 시작한 후 많은 지적을 받고 많은 질문에 부딪혔다. 출근 첫날 한 에디터가 내게 말했다. “타인이 좋아하는 것을 보고 역겹다고 말하지 말라.”

다시 말하면 합법적이고, 동의에 의한 것이고, 누구에게도 피해가 가지 않는 일이라면, 타인들의 사생활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는 뜻이다.

2. 사람들 사이의 경계선을 존중하는 법을 배웠다

이 일을 하기 전, 나는 주위 사람들에게 얼마나 자주 확실한 동의를 구해야 하는지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래서 '확실한 동의'를 얼마나 자주 구해야 하냐고? 그 답은 '언제나'였다.

선을 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는 영역은 섹스만이 아니다. 좋은 뜻으로 하는 포옹조차 일종의 동의를 필요로 한다.

육체적 교류에만 한정된 것도 아니다. 누군가의 사진을 온라인에 올릴 때, 누군가의 개인 정보(소셜 미디어나 전화번호)를 알릴 때, 민감할 수 있는 주제로 대화를 나눌 때도 명백한 동의를 얻어야 한다.

3. 자신감이 생겼다

나는 언론인으로서 아무리 불편한 진실이라 해도 진실을 말해야 한다. 십대 여학생으로 살면서 나는 문제를 일으키지 말라, ‘버자이너’, ‘생리’ 등의 단어를 공개적으로 말하지 말라고 배웠다. (엄마 미안해요.)

이 일을 한 후 나는 내 몸이 유독 역겹고 이상한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오히려, 우리는 모두 평등하게 역겹고 이상하다고 말할 수 있으며, 우리 모두 자연스러운 자기 자신을 받아들여야 한다.

4. 처음으로 훌륭한 성교육을 받았다

고등학교 1학년 수업 시간에 선생님은 임질 말기의 사진들을 슬라이드 쇼로 보여주었다. 3학년 때는 ‘삶의 기적’을 배우라며 밀가루 자루를 배에 매고 다녔다.

그 이상의 성교육을 해준 건 구글이었다. 나는 정보를 얻을 때마다 믿을 만한 출처인지 매번 확인하려고 애쓰기는 했다. 하지만 성교육이란 정말 복잡한 것이라는 사실 역시 나는 이 일을 통해 알게 됐다. 신뢰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정보들조차 내 성적 건강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주곤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말할 필요도 없이, 공립학교의 성교육은 성소수자 관련 주제는 전부 무시했다. 이 일을 통해 나는 성적 지향과 젠더, 피임방법, 성병, 합의에 대한 종합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다른 곳에선 얻지 못했을 것이다.

5. 얼마나 많은 것들을 배워야 하는지 배웠다

나는 책을 많이 읽는 편이다. 중학생 때부터 젠더 연구, 섹슈얼리티, 강간 문화, 생식권 등에 대한 책들을 많이 읽었다. 그 때문에 이런 주제들에 대해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내가 사실은 얼마나 무지했는지를 깨달았을 때는 정말 큰 문화 충격을 받았다.

인터넷이 있는데도 나는 혼자서는 제대로 익힐 수 없었다. 나는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도 몰랐다. 무서운 일이다. 하지만 더욱 무서운 것은 내 또래들은 이런 것들을 결코 배우지 못하리란 사실이다. 특히 성교육이 아예 없거나, 성교육에서 배우는 것이라곤 금욕 뿐인 학교, 지역사회에 속한 십대라면 더욱 심할 것이다.

종합적인 성교육을 시키지 않고 젊은이들을 세상에 내보내는 것은 실수를 하도록 부추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누구나 자기 몸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 그러나 성교육을 적극적으로 억누르고, 성적 건강에 대한 예산 지원을 줄이고, 팩트 대신 정치적 검열을 선택하는 지금, 그건 불가능한 일에 가까워 보일 수 있다.

나는 섹슈얼리티와 섹스, 성소수자에 대해 글을 쓸 수 있는 기회를 얻어 운이 좋았다. 나는 더 나은 사람, 더 많은 걸 아는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이 경험을 이용해 십대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스스로를 위해 더 건강한 성적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고자 한다.

*허프포스트US의 블로그 글 How Writing About Sex Made Me A Better Person을 번역했습니다. 가독성을 위해 일부 문장은 편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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