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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클로스 테마 란제리는 왜, 어떻게 탄생했나

산타클로스 테마 란제리의 역사를 살펴봤다

ⓒERSTUDIOSTOK VIA GETTY IMAGES

 

크리스마스는 종교에서 비롯된 명절이다.

그러나 11월, 12월 쇼핑몰을 들러본 사람이라면 다 안다. 크리스마스는 가장 중요한 쇼핑시즌이 됐으며 별의별 테마 상품이 다 쏟아진다는 사실. 그중에서도 특히 섹시한 산타 테마 품목을 자주 만날 수 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독자 머리에도 하얀 털로 장식한 빨간색 브래지어와 팬티에 방울 모자를 쓴 모델 모습이 금방 떠오를 거다.

수많은 브랜드들이 산타 제품을 취급한다. 산타 부인 푸시업 브래지어, 산타 지스트링 팬티, 산타 누드에 가까운 바디슈트, 산타 실크 가운 등 참으로 다양하다.

그런데 순수한 어린이의 꿈을 들어주는 산타, 예수의 탄생과 연관된 산타가 대체 언제부터 또 어떻게 섹시한 란제리의 테마가 됐을까?

ⓒLA SENZA / AGENT PROVOCATEUR

여성들은 이전에도 속옷을 코스튬처럼 입었다. 한때는 날씬한 허리를 강조하는 코르셋이 대유행이었고 또 한때는 가슴을 치켜올리는 뷔스티에(bustier)가 흥행이었다. 그런데 2014년 책 ‘란제리 역사’를 저술한 발레리 스틸에 의하면 본격적으로 란제리가 고급화된 건 19세기 말 20세기 초부터였다. 디자이너들은 이즈음부터 란제리에 장식까지 달기 시작했다.

뉴욕패션인스티튜트오브테크롤러지에 의하면 유럽에서는 다채로운 색깔과 관능적인 디자인의 란제리가 19세기 말에 ‘마니아’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큰 인기였다. 그 열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프랑스 언론인 옥타브 우잔은 ”여성의 조숙한 모습은 이제 완전히 침몰당했다.”라고 한탄했다.

그러나 속옷을 진짜 코스튬처럼 입는 건 최근의 현상이다. ‘속옷을 겉옷으로’ 입는 스타일도 볼 수 있는데 이 또한 8,90년대에 시작된 트렌드다. 필라델피아미술관의 ‘코스튬과 섬유 작품’ 큐레이터 크리스티나 하우그랜드는 속옷을 겉옷으로 입는 게 ”누드보다 더 충격적인 표현”으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가수 마돈나가 ‘금발의 야망(Blonde Ambition)’ 무대복으로 입은 원뿔 모양 브래지어를 그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2000년대 초, 란제리 분야에서도 ‘패스트 패션‘이 판을 치기 시작했다. 하우그랜드는 빅토리아시크릿이 ‘화려한 팬티는 이제 액세서리다’라는 홍보문구를 쓸 정도로 란제리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었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에 플레이보이 토끼는 물론 ”저속한 할로윈 코스튬”을 입는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고 2006년 뉴욕타임스 기사는 지적했다.

ⓒBLANK ARCHIVES VIA GETTY IMAGES

할로윈 코스튬처럼 크리스마스 란제리에 대한 찬반 의견도 팽팽하다. 

‘이야기해 봐: 성욕에 대한 과학’의 저자이자 킨제이연구소 연구자인 저스틴 레밀러는 사람들이 산타에 성적 의미를 부여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허프포스트에 설명했다. 크리스마스는 ”가족끼리 즐기는 참신한 시간”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산타를 성적으로 묘사하려는 현상도 부인할 수 없다고 했다. ”산타 무릎에 앉히는 내용, 착하게 지냈는지 나쁘게(naughty - 성적인 뉴앙스를 가진 영어 단어) 굴었는지 산타가 확인한다는 내용, 선물을 주러 집에 들른 산타가 엄마와 키스한다는 내용 등이 담긴 이야기와 노래가 있다.” 산타 란제리를 구매하는 사람은 이렇게 성적으로 재해석된 산타 테마 소비에 참여하는 것이다.

그래도 대부분 사람은 ‘산타’ 하면 다정한 이미지를 더 떠올릴 것이라고 레밀러는 말했다. 도덕적이고 아이들과 친한 산타 말이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바로 그런 이미지에 상반되는 산타 테마 제품을 일부러 더 찾는다는 게 레밀러의 이론이다.

”내 개인적인 성욕 판타지를 통해서도 느끼는 점이지만, 사람에게는 터부시된 것을 시도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 종교적이고, 도덕적이고 참신한 크리스마스 명절을 성적 요소로 전복시키는 거다. 참신한 걸 저속한 것으로 말이다. 터부시된 행동, 금지사항이 오히려 더 자극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KMAZUR VIA GETTY IMAGES

산타 테마 란제리는 코스플레이를 즐기는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제품이라는 게 란제리 부티크 주인 에이미 피어슨의 의견이다. ”나는 산타 관련한 제품을 그리 섹시하다고 여기지 않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사실 많다.”

토론토 패션 디자이너 메리 영은 성적인 면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빅토리아시크릿 같은 브랜드가 싫다. 그래서 아예 다른 각도에서 속옷 디자인을 접근한다. 그녀는 빅토리아시크릿 같은 브랜드 때문에 ”주류에 속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으며 자랐다고 말했다.

″소녀의 여성성을 연상케 하는 요소들이 란제리 디자인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 리본과 레이스 등 여성을 선물처럼 포장한, 상품화한 느낌을 주는 디자인 아이디어들이 특히 많이 도입됐다.” 그녀는 산타 테마 란제리도 여성을 성 상품화하는데 일조한다고 말했다. ”매우 젊은 기분을 주는 품목이다. 어려서 우리는 산타할아버지를 믿는다... 그러므로 산타 관련된 모든 것이 특별하게 느껴지고 성적 품목으로도 더 쉽게 용납된다.”  

이런 제품이 주류에 편입되면 당연히 그 노출도 확대된다. 영은 소비자는 별생각 없이 산타 테마 란제리 같은 걸 구매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주체성을 일부 잃게 된다고 말했다. ”그런 란제리는 개인의 특성을 강조하기보다는 그 사람을 남의 판타지 대상으로 만드는 도구 역할을 한다.”

사람들이 산타 테마 란제리를 좋아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을 수 있다. 날씨가 추워지면 사람들의 섹스하는 횟수가 줄기 마련이다. 그런데 레밀러에 따르면 크리스마스 전후로 그 회수가 잠깐 치솟는다.

누가 뭘 입든 ”크리스마스 때면 성욕이 그냥 더 높아지는 것일 수 있다.” 

*허프포스트US의 글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김태성 에디터 : terence.kim@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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