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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7월 22일 10시 50분 KST

삼성전자가 드디어 '백혈병 중재안' 받기로 하면서 벌어질 일들

이재용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뉴스1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다가 백혈병으로 별세한 고 황유미양의 아버지 황상기씨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016년 1월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인근 보도에 마련된 반올림 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이 재발방지대책 합의와 사과 및 보상에 대한 교섭약속을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가운데에 '백혈병 소녀상'이 설치돼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근로자의 백혈병 문제가 10여년간의 갈등을 봉합하고 해결 수순에 들어갔다. 삼성전자와 반올림 양측이 조정 방식에 대한 대승적 합의에 이르면서 피해자 보상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이 연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 17일 삼성전자 백혈병 조정위원회(위원장 김지형 전 대법관)로부터 받은 삼성전자와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간 2차 조정을 위한 공개제안서를 검토, 조정위원회가 제안한 ‘중재’를 수용하겠다고 22일 밝혔다.

지지부진했던 ‘조정’ 이 아닌 양측이 반드시 수용해야 하는 강제성 있는 ‘중재’ 방식을 삼성 측이 받아들인 것이다. 반올림 측도 중재 방식을 수용하기로 결정하면서 오랜 시간 사회적 갈등을 빚은 백혈병 사태가 종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앞으로 삼성전자와 반올림 양측은 조정위원회의 중재안에 따라 피해보상과 사과, 재발방지 시스템 마련 등에서 합의점을 찾게 된다.

극적 사태 해결은 조정위원회의 ‘중재’ 제안이 결정적이었다. 조정위원회는 지금까지 해왔던 ‘조정’ 방식이 아닌 반드시 따라야 하는 일종의 강제조정인 ‘중재’ 방식을 제안했다. 중재방식은 조정위원회에서 제시하는 최종방안을 받아들이기로 사전에 합의하는 것을 말한다. 조정위에 백지위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합의서에 먼저 도장을 찍는 방식이다. 위원회 측은 “2015년 7월23일 조정권고안을 제안한 이후 완전한 조정이 이뤄지지 못하고 장기간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은 채 교착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며 ”조정위원회는 최종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점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더이상 문제를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게 됐다”고 중재 방식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위원회는 중재방식의 수용여부를 21일 밤 12시까지 알려달라고 하면서 이번 제안이 마지막이라는 배수진을 쳤다. 또한 양측이 ‘중재’ 방식을 거부할 경우 조정위원회는 더 이상의 조정을 할 수 없다고 보고 조정위원회 활동을 공식 종료하겠다는 강수도 띄웠다. 앞서 삼성전자와 반올림이 각각 위원회 측에 해결방안 모색 의지를 전달한 점도 조정위원회에 힘을 더한 배경이 됐다.

삼성전자와 반올림 모두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위원회의 ‘중재’방식을 거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반올림 뿐 아니라 삼성전자 역시 백혈병 이슈를 계속 가져가는 것은 큰 부담인데다, 쇄신안을 마련 중인 삼성은 누구보다 조속한 해결을 원했다.

특히 이번 삼성전자의 중재안 수용은 지난 2월 초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된 이재용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석방 이후 삼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 부회장이 10년 이상 끌어오고 있는 해묵은 난제를 사회적 합의를 통해 풀겠다고 결심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90곳의 직원 8000여명을 정규직으로 직접고용하기로 결정하는 등 삼성전자가 해묵은 문제들을 풀기 위해 쇄신을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백혈병 문제에서도 삼성 측의 전향적인 결정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는 시각이 많았다. 삼성이 국민들에게 기여할 수 있는 대규모 사회공헌 방안을 준비 중인 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조정위원회 측도 ”삼성과 반올림 양측의 이견의 폭이 상당부분 좁혀져 합의의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백혈병 문제는 2007년 3월 삼성 반도체3라인에서 근무하던 고 황유미씨의 의 안타까운 사망으로 불거졌다. 2008년 3월 ‘반올림’이 만들어졌고 이후 반도체 생산라인에 대한 역학조사가 진행됐다. 2012년 11월부터 삼성전자의 제안으로 2년여간 반올림과의 대화가 이뤄졌으나 뚜렷한 진전이 없었다. 이에 2014년 10월 삼성전자와 반올림, 가족대책위원회가 조정위원회 설치와 조정안 위임을 결정, 진보 성향의 김지형 전 대법관이 위원장을 맡은 조정위원회가 활동을 시작했다.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 의심 당사자와 보상 협의를 진전시키기 위해 합의 노력이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대표이사 명의 사과와 자체 보상안을 발표했으나, 반올림과 일부 피해자의 반발로 삼성전자의 자체 보상안 거부 사태가 벌어지며 합의노력이 실패로 돌아갔다.

그러다 2018년 1월 김지형 위원장은 삼성과 반올림 양측으로부터 합의 노력을 재개하고 싶다는 입장을 전달받았다. 위원회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이 실시한 지원·보상방안을 검토하고 양측의 쟁점과 요구사항을 다시 파악했다. 이를 통해 기존 조정방식으로는 합의를 끌어내기가 불가능하다고 판단, 양측이 조정위원회가 제시하는 중재안을 조건 없이 수용하기로 사전에 합의하는 방식을 제안한 것이다. 위원회 측은 ”중재방식은 조정위원회에 중재권한을 백지위임하는 것과 같기 때문에 양 당사자 모두 상당한 위험부담을 감수할 수밖에 없어 선뜻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수 있다”며 ”그러나 유일한 공식 대화창구인 조정위원회마저 활동을 종료하게 되면 양자간 대화채널이 끊어지기 때문에 조정위원회의 제안을 거부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한 바 있다.

조정위원회는 24일 삼성전자와 반올림, 조정위원회 제 3자 대표간 2차 조정 재개 및 중재방식 합의 서명식을 갖는다. 이후 8~9월 두달간 중재안 마련 과정을 거친 뒤 이르면 9월 말 최종 중재안을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종중재안 발표와 합의 서명이 이뤄진 후 올해 10월 반올림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보상 완료를 계획하고 있다. 또한 2028년까지 새로운 보상안을 기준으로한 지속적인 피해자 보상을 실시할 예정이다.

중재안에는 △새로운 질병지원보상안 △반올림 피해자 보상 △삼성전자 측의 사과 △반올림의 농성 해제 △재발방지 및 사회공헌 실행 등이 담긴다. 특히 재발방지 및 사회공헌의 경우 반도체 공정의 작업환경관리 및 개선, 전자산업 하청업체 안전보건관리 지원방안 등을 수립해 삼성전자와 정부에 제안할 권고안을 마련하게 된다.

김지형 위원장은 ”초심으로 돌아가 삼성과 반올림, 우리사회 공동체에 유익한 방향으로 원만한 타결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진력을 다하겠다”며 ”절차가 조속히 진행되고 좋은 결과가 이어져 이 모든 것이 역사에 기록의 한 장으로 남을 수 있게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