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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6월 28일 19시 32분 KST

6억원 받고 '삼성 노조원' 아들 죽음 '쉬쉬'했던 아버지가 체포됐다

아들은 삼성 무노조 경영 맞서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겨레
곽형수 전국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대표수석부지회장(왼쪽)과 조병훈 대표사무장이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전국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사무실에서 각각 고 염호석, 고 최종범 조합원의 영정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삼성의 ‘무노조 경영’ 횡포에 맞서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삼성 노조원’ 염호석(당시 34세)씨의 부친 염아무개씨가 검찰에 체포됐다. 염씨는 ‘노조장으로 치러달라’는 호석씨의 유언과 반대로 삼성으로부터 6억여원을 받고 ‘가족장’으로 조용히 장례를 치렀다.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성훈)은 28일 염씨를 경남 양산에서 위증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염씨는 검찰의 수차례 소환 통보에 응하지 않고 도주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염씨는 노조장이 가족장으로 바뀌면서 호석씨의 시신이 빼돌려질 때 이를 막아나서다 장례방해 및 특수공무집행방해로 구속기소된 나두식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지회장의 재판에 나와 “삼성 관계자와 만난 적이 없다”, “돈을 받지 않았다”고 거짓 진술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염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와 관련 대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형이 확정된 나 지회장은 재심청구를 준비 중이다.

검찰 조사 결과, 염씨는 돈 때문에 이혼한 부인 등 다른 가족들과 상의도 하지 않고 삼성의 요구대로 죽은 아들의 장례를 노조장 대신 가족장으로 치렀다. 염씨는 아들이 다섯 살 때 전 부인과 이혼했고, 호석씨는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고 한다. 당시 삼성은 호석씨 유언대로 노조장을 치를 경우 삼성의 조직적인 노조 탄압으로 호석씨가 사망에 이르게 된 사실관계가 밝혀지고, 이후 노조가 결집해 사회 이슈화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거액을 들여 염씨를 적극적으로 회유했던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염씨는 아들 호석씨의 시신이 발견된 바로 다음 날인 2014년 5월18일 오전 10시 최아무개(구속기소) 삼성전자서비스 전무 등과 만나 ‘장례 전 3억원, 장례 뒤 3억원 등 모두 6억원을 받는 조건’으로 장례를 가족장으로 치르기로 합의했다. 같은 날 오후 3시 염씨는 노조 쪽에 ‘부산에서 가족장을 치르겠다’고 통보하고, 오후 8시 경찰의 도움을 받아 시신을 탈취해 병원 밖으로 빼돌렸다. 그 다음 날 염씨는 부산의 한 병원으로 시신을 찾아온 전 부인과 노조원들을 따돌리고 시신을 다른 병원으로 몰래 옮긴 뒤 5월20일 밀양에 있는 한 화장장에서 서둘러 화장했다.

당시 호석씨는 ‘더 이상 누구의 희생도 아픔도 보질 못하겠으며 조합원들의 힘든 모습도 보지 못하겠기에 절 바칩니다. 저 하나로 인해 지회의 승리를 기원합니다. 저의 시신을 찾게 되면 우리 지회가 승리할 때까지 안치해 주십시오. 저희가 승리하는 그 날 화장하여 이곳에 뿌려주세요.’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