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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40주년 맞은 사카모토 류이치가 한국에서 첫 단독 전시를 열다

사카모토 류이치가 한국을 찾았다.

  • 김태우
  • 입력 2018.05.28 17:59
  • 수정 2018.05.28 18:07

일본을 대표하는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가 한국을 찾았다.

ⓒJOEL SAGET via Getty Images

사카모토 류이치는 1987년 개봉한 영화 ‘마지막 황제‘에 음악 감독으로 참여해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았고, 이후 골든글로브상, 그래미상 등을 수상했다. 또한, 영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남한산성’ 등에도 참여한 바 있다. 작곡한 곡 중에는 영화 ‘전장의 크리스마스‘에 삽입된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Merry Christmas Mr. Lawrence)’가 대표곡으로 꼽힌다.

이번 내한은 한국에서 첫 단독 전시회 ‘류이치 사카모토: 라이프, 라이프’를 열기 위해서다. 이번 전시에서 사카모토는 미디어 아티스트 알바 노토와의 라이브 퍼포먼스 영상, 태국 영화감독 아피찻퐁 위라세타쿤과 함께 만든 미디어 작품 등을 선보였다.

전시 리허설 중인 사카모토 류이치. 
전시 리허설 중인 사카모토 류이치.  ⓒ글린트 제공.

지난 25일 남산 아래 회현동에 자리한 전시공간 ‘피크닉‘에서는 사카모토 류이치와 미디어 작가 타카타니 시로가 함께하는 ‘아티스트 토크’가 열렸다. 

ⓒTAEWOO KIM/HUFFPOST KOREA

사카모토는 이날 콤플렉스가 있냐는 질문에 ”셀 수 없이 많다. 다리도 짧고, 코도 주먹코에, 몇 년이나 미국에 살았는데 영어도 잘 못하고, 피아노도 잘 못치고, 한글 공부 어플을 깔았는데 반도 못 읽겠다.”라며 콤플렉스를 일일이 나열했다. 그러나 실제로 만난 그는 저 모든 콤플렉스를 받아들일 정도로 유쾌하면서도 단단한 사람이었다. 

백남준

故 백남준 작가
故 백남준 작가 ⓒJack Mitchell via Getty Images

사카모토는 먼저 존경하는 아티스트로 백남준 작가를 언급했다. 그는 백남준을 처음 만났던 순간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사카모토는 10대 시절 현대미술 잡지에서 백남준의 작품을 보고 팬이 되었고, 1984년 첫 만남을 가진 뒤 이후 여러 작품을 함께 했다고 밝혔다.

당시 뉴욕에는 아시아 출신 아티스트가 거의 없었는데, 백남준 선생, 덧붙이자면 오노 요코 정도가 생각난다. 그래서 (백남준 선생을) 존경하고 있었다. 백남준 선생에 대해 처음 알게 되고 수십 년쯤 뒤에 그를 만나러 갔다. 백 선생을 처음 만난 순간 멀리서부터 대뜸 달려와 포옹을 해주시더라. 그때부터 마음이 통했다고 느꼈다. - 사카모토 류이치

그가 백남준과 함께 만든 작품 중 대표작은 단연 ‘올스타 비디오(All Star Video)‘다. ‘올스타비디오‘는 영상과 음악을 결합한 멀티미디어 작품으로, 1984년 공개됐다. 사카모토는 그 후 백남준 헌정 곡인 ‘트리뷰트 투 N.J.P(A Tribute to N.J.P)’를 발표하기도 했다. 

음악

가장 애착을 느꼈던 앨범으로는 지난해 8년 만에 발매된 앨범 ‘어싱크(async)‘를 꼽았다. 사카모토는 ”앨범을 20여 개쯤 만들었는데, 너무 좋아서 누구에게도 들려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든 건 ‘어싱크’ 앨범이 처음이었다”라며 ”제작을 마친 순간부터 일주일간은 실제로 그 누구에게도 앨범을 들려주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음악가들은 통상적으로 앨범 발표 전 관계자들과 언론에 앨범 사본을 홍보용으로 돌린다고 한다. ‘어싱크’ 앨범 발매 당시에도 음반회사는 사카모토에게 빨리 홍보용으로 사본을 제작하자고 부탁했지만, 그는 이를 거절하고 ”공간을 빌려 스피커를 설치한 뒤 그곳에 와야만 들을 수 있는 홍보 활동”을 대신 했다고 한다. 사카모토는 ”물론 지금은 많은 사람이 들어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며 웃기도 했다. 

영화 음악

ⓒTAEWOO KIM/HUFFPOST KOREA

사카모토 류이치가 가장 먼저 음악 감독으로 참여한 영화는 그가 직접 출연하기도 한 1983년 작 ‘전장의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 Mr. Lawrence)’였다. 당시 그는 ”영화는 어찌 되든 내 음악만 눈에 띄면 되겠다고 생각했다”라며 연기하는 게 부끄러워 ”내가 등장하는 장면마다 음악을 삽입해서 음악으로 연기를 뭉뚱그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작업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론 농담이지만, 실제로 절반 정도는 내 연기를 가리기 위해 음악을 삽입했다”고 덧붙였다.

그에게 아카데미상과 골든글로브, 그래미상을 안겨준 영화 ‘마지막 황제(1987)’도 언급했다. 이 영화에는 3살밖에 안 된 아이가 갑자기 황제가 되어 수천 명 앞에서 즉위식을 올리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이 관객에게도 강렬하게 비추어지기를 바랐던 사카모토는 런던에서 오케스트라 곡을 녹음했다고 한다. 사카모토는 즉위식 장면과 음악의 조화를 기대하고 시사회를 찾았지만, 정작 장막이 펼쳐지는 장면에서 음악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며, 당시 너무 큰 충격을 받아 ”그 이후로 영화 음악에 참여한 영화의 시사회는 가지 않으려고” 할 정도라고 털어놨다. 3시간 정도 되는 영화 곳곳에 삽입해둔 음악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건 물론, 원래 계획했던 것보다 5초 늦게 나온 곡도 있었다고 한다. 그 때문에 ”머리가 하얗게 센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감독이라는 사람은 정말 잔인하다. 영화 감독은 절대로 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도 전했다.

수십 년이 흐른 지금은 감독의 결정을 이해한다고 한다. 사카모토는 ”커튼이 열리고 수천 명이 모여있는데 아무 소리 없이 조용한 게 더 중요했다. 젊었을 때는 이해하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영화 음악이 필수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베니스 영화제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했을 때 음악이 없지만 훌륭하다고 생각한 영화가 서너편 있었다. 영화에 음악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면서도 ”그렇게 되면 제 일거리가 사라질지 모르니 잘 부탁드린다”라고 재치있게 받아쳤다. 

사카모토 류이치(왼쪽에서 세 번째), 제70회 베니스영화제에서. 
사카모토 류이치(왼쪽에서 세 번째), 제70회 베니스영화제에서.  ⓒPascal Le Segretain via Getty Images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 대해서는 ”예전에 만들었던 곡 중 두 곡이 삽입됐는데, 굉장히 좋아하는 영화이고, 영화에서 음악을 사용한 방식도 훌륭하다고 생각한다”라고 평가했다. 

'류이치 사카모토: 라이프, 라이프' 전시가 열리는 장소. <br /></div>피크닉: 서울시 중구 퇴계로6가길 30
'류이치 사카모토: 라이프, 라이프' 전시가 열리는 장소. 
피크닉: 서울시 중구 퇴계로6가길 30 ⓒ글린트 제공.

한편, 사카모토의 인생을 담은 ‘류이치 사카모토: 라이프, 라이프’ 전시는 지난 26일 개막해 오는 10월 14일까지 ‘피크닉(Piknic)’에서 열린다. 자세한 정보는 피크닉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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