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창간 50주년 앞둔 '샘터'가 12월호를 끝으로 무기한 휴간한다

사실상 폐간이다.

서울 대학로의 옛 샘터 사옥. 1998년 모습이다.
서울 대학로의 옛 샘터 사옥. 1998년 모습이다. ⓒ한겨레 자료사진

내년에 창간 50주년을 맞는 교양잡지 월간 샘터가 재정난으로 인해 통간 598호인 올 12월호를 끝으로 무기한 휴간한다. 현재 경영난은 ‘종이잡지의 시대’가 저물어가는 시대의 구조적 성격이 짙어서 사실상 폐간 성격이 짙다.

월간 샘터 창간호
월간 샘터 창간호 ⓒ샘터

샘터 출판사 관계자는 21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1990년대부터 계속 적자였던 ‘샘터’를 단행본 수익으로 메워왔지만, 점자 적자 폭이 늘어나다 최근 몇년간은 연간 3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며 “안타깝지만 600호를 채우지 못하고 휴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샘터는 도시화가 한창 진행되던 개발 시대에 ‘이촌향도’로 가족과 떨어져 사는 사람들이 많아진 세태에 착안해 “헤어져 사는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목을 축이며 자신의 삶을 나눌 수 있는 샘터가 되겠다”는 포부로 시작했다. 김성구 대표의 아버지인 김재순 전 국회의장(1923~2016)이 1970년 3월 창립했고, 같은해 4월에 월간지 샘터 첫 호가 탄생했다. 김재순 전 의장은 창간사에서 “샘터는 차내에서도 사무실에서도 농촌에서도 공장에서도 그리고 일선의 참호 속에서도 읽혀질 것”이라며 “샘터는 거짓 없이 인생을 살아가려는 모든 사람에게 정다운 마음의 벗이 될 것을 다짐한다”고 썼다.

월간 샘터 최근호
월간 샘터 최근호 ⓒ샘터

샘터는 일반 시민들의 소소하고 잔잔한 수필, 시조 등을 싣는 것 외에도 유명 필자들이 삶에 대한 통찰을 담은 글들을 게재해 지면을 빛냈다. 소설가 최인호는 1975년부터 시작해 35년 동안 연작소설 ‘가족‘을 연재했고, 법정 스님은 1980년부터 1996년까지 ‘산방한담’(山房閑談)을 썼다. 장영희 교수의 수필, 이해인 수녀의 시, 정채봉 아동문학가의 동화 등도 샘터 지면을 빛냈다.

그러나 출판시장의 침체가 계속되며, 한때 매달 50만부까지 발행됐던 샘터는 최근엔 월 2만부에도 미치지 못했다. 2017년엔 김수근의 설계로 지어져 대학로의 랜드마크 역할을 해온 벽돌 건물 샘터 사옥이 스타트업 회사에 매각되기도 했다. 월간 잡지 샘터는 중단되지만 단행본 발간은 계속한다.

마지막 호가 될 가능성이 높은 올 12월호의 독자 참여 특집 주제는 ‘올해 가장 잘한 일, 못한 일!’이다. 독자들에게 투고를 독려하는 샘터 편집부의 알림말은 다음과 같다. “열심히 하는 사람은 좋아서 하는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 당신에게도 즐기면서 하는 일이 있나요? (…) 어쩌면 남들에게는 괜한 고생처럼 보이겠지만,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서 하나도 힘들지 않습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잡지 #휴간 #샘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