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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여성 살해 VS 여성의 남성 살해'에 대한 이수정 교수의 지적

"(한국의 사법제도가) 남성이 여성을 죽일 때는 '사랑하는 사람을 왜 죽이겠느냐'며 고의를 인정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간주를 하고요. 반면..."

ⓒ뉴스1

2일, 대법원은 37년간 폭력을 휘두른 남편을 살해한 61세 여성(살인죄)에 대해 징역 4년을 확정했다. 법원은 결혼 생활 내내 폭력에 시달리고 심지어 칼에 찔려 정신을 잃은 적도 있었던 여성의 ‘정당방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행법상 정당방위는 ‘가해자의 폭행을 멈추게 할 정도’의 반격만 인정되기 때문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 사건을 다루는 한국 사법제도에 대해 ”총체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가 2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한 발언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1. 해당 여성이 혼인 초기에 경찰에 신고했으나, 경찰은 별다른 개입을 하지 않았다

: ”경찰이 출동해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부터는 (해당 여성이)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사법제도가) 37년 동안 도와주지 않고, (여성이 남편을 살해함으로써) 자력으로 구제를 한 이런 상황이 되다 보니 총체적인 문제가 존재하는 거고요.” - 이수정 교수

2. 여성이 정신감정을 받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았으나, 법원은 심신미약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 ”여성이 (과거에도 남편의 폭력 때문에) 여러 번 정신을 잃었던 과거력이 있다 보니까, 현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히 기억을 못 하는 상태였습니다. 그런데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살인의 고의를 경감시켜주는 데 전혀 적용하지 않고 일반 살인처럼 적용을 한 거죠. 고의를 인정해서.” - 이수정 교수

3. 만약 남편의 상습 폭력으로 여성이 죽음에 이르게 됐다면 ‘살인죄’ 아닌 ‘상해치사’가 적용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 ″이미 그런 판례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살인죄가 아닌) 상해치사가 적용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습니다.” - 이수정 교수

이수정 교수는 ”그러다 보니까 상당 부분 (가해자 성별에 따라서)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라며 아래와 같은 말을 남겼다.

″남성이 여성을 죽일 때는 ‘사랑하는 사람을 왜 죽이겠느냐?’ 살인이라고 고의를 인정하기 좀 어려운 상황으로 간주를 하고요. 신체적 열세에 있는 여성이 남성을 죽이는 경우는 ‘체격도 더 큰 남자를 도대체 의지도 없이, 고의도 없이 어떻게 죽이느냐?’ 이런 종류의 가정으로 대부분 살인죄가 적용됩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학대 피해를 당한 37년간의 역사는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는 데 있어서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앙심을 먹은 것 아니겠느냐’ 이런 식으로밖에 활용이 되지 않는다는 거죠.”

한편, 올해 초 여자친구를 때려 숨지게 한 39세 남성에게는 ‘상해치사죄’가 적용되었으며 1심 법원은 ”고심 끝에 정상적인 사회 구성원으로 돌아갈 기회를 주기로 했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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