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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37년 폭력 남편' 살해한 61세 여성의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의 확정판결이다.

자료 사진입니다. 
자료 사진입니다.  ⓒFavor_of_God via Getty Images

37년간 폭력을 휘두른 남편을 살해한 61세 여성에게 징역 4년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하급심과 마찬가지로 여성의 ‘정당방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1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씨(61)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는 살인의 고의, 정당방위 또는 불가벌적 과잉방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며 ”범행이 심신장애의 상태에서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고 한 판단에도 수긍이 간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지난해 3월23일 새벽 강원 삼척에 위치한 자신의 집에서 2.5㎏의 장식용 돌로 남편의 머리를 10여차례 내리쳐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김씨의 남편은 오전 1시10분쯤 지인들과 술을 마시고 연락도 없이 늦게 들어 왔다는 이유로 옷을 갈아입는 김씨의 머리채를 잡아 넘어뜨리고 유리잔을 집어 던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김씨는 장식용 돌로 남편을 수차례 내리쳤으며, 남편은 이후 김씨의 신고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골절과 과다출혈 등으로 사망했다.

재판 과정에서 김씨는 37년의 결혼 생활 내내 남편의 폭력에 시달렸으며, 심지어 칼에 찔리거나 베인 적도 있다고 호소했다. 사건 당일도 ‘남편의 폭행으로 극도의 공포와 생명의 위협을 느껴 방어 차원에서 한 행동’이고, 당시 만취 상태라 사건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며 심신미약 상태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1·2심은 정당방위 및 심신미약 상태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현행법상 폭력 피해자가 정당방위를 인정받으려면 ‘가해자의 폭행을 멈추게 할 정도’의 반격만 인정되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베란다 쪽 거실에 서 있는 상태에서 돌로 가격했고 방어력마저 상실한 이후에도 피고인이 계속해 머리 부위를 가격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의자신문 당시 ‘화가 많이 났다’며 분노감만 표현했을 뿐 공포감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사회통념상 정당방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인이 우울증 등에 관해 진단을 받거나 약물치료를 받은 병력이 전혀 없는 점, 사건 직후 112에 신고하면서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면서도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은 빼고 진술한 점 등을 고려하면,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거나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폭력에 시달리면서도 남편과 두 아들을 위해 참고 견뎌 온 점,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점, 오랫동안 지켜봐왔던 이웃과 친척들이 선처를 구하는 점 등을 고려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씨를 변호한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대표 이명숙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 아래와 같은 입장을 내놓았다.

″사건의 경위, 동기, 심신상태를 구체적으로 살펴 정당방위나 심신미약, 심신상실을 적극적으로 인정해야 한다. 호주 등 해외 입법사례처럼 지속적인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가족 구성원이 가해자를 살해할 경우 일정한 조건 하에서 정당방위를 인정하는 법이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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