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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제주교구장이 "한국의 역사를 돌이켜봐야 한다" 말하는 이유

"700만명에 이르는 한국인들이 전 세계에서 다른 나라 사람들의 선의로 타향살이를 하고 있습니다"

ⓒ뉴스1

최근 예멘 난민이 사회적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강우일 천주교 제주교구장은 30일 “난민과 이주민에 대한 배척은 인간의 도리에 대한 범죄”라며 난민을 포용할 것을 호소했다.

강 주교는 이날 교황 주일(7월 1일)을 맞아 제주교구민들에게 보낸 사목 서한을 통해 최근 제주사회의 주요 현안이 되는 예멘 난민 문제와 관련해 “최근 예멘 내전으로 난민 500여명이 제주에 들어와 많은 이들이 당혹감을 표하고 있다. 정책당국도 뚜렷한 정책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고, 어떤 이들은 난민의 집단 수용은 우리 사회의 안전을 위협할 것이라며 추방하라고 한다”며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역사를 돌이켜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 주교는 “우리 민족도 얼마나 많은 이들이 조국을 떠나 타향에서 난민의 고난과 설움을 짊어지며 살아왔나. 지난 세기 초부터 일제 강점기에 땅과 집을 뺏긴 수많은 우리 선조들이 연고도 없는 만주로, 연해주로 떠나야 했다. 어떤 이들은 먹고살기 위해, 어떤 이들은 민족의 독립을 위해 떠났다. 강제징용으로 일본에 끌려간 이들도 많지만, 제주에서는 일자리를 찾아서, 또는 4·3의 재앙을 피해 일본으로 이주한 이들도 많다”며 우리 역사를 회고했다.

강 주교는 이어 “700만명에 이르는 우리 민족이 전 세계에 흩어져 다른 나라 사람들의 선의로 타향살이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 사는 우리 친척과 가족이 그 나라 국민에게 배척당하고 외면당해 내쫓긴다면 얼마나 가슴 아파하고 분노하겠느냐. 이런 우리가 우리를 찾아온 난민을 문전박대하면 우리는 무슨 낯으로, 무슨 자격으로 하느님께 자비를 구하고 복을 청할 수 있느냐. 그런 자세로 남북의 평화와 화합을 만들어갈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강 주교는 “이제는 지구촌 시대에 걸맞은 성숙한 세계시민의 품성과 자질을 갖추어야 할 때다. 난민과 이주민에 대한 배척과 외면은 인간이 지녀야 할 최소한의 도리를 거부하는 범죄이고, 그리스도인으로서는 더더욱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며 난민을 포용하고, 그들에게 자비를 베풀 것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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